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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회 현충일] YS의 '대도무문·살신성인' 정신이 그립다
<기자수첩>혼란한 정국, '통합과 자기희생'만이 살길이다
2017년 06월 06일 (화)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단순히 추모하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분들의 충의와 희생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통일된 세계 중심 국가를 건설하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명예를 회복하고 12·12군사쿠데타를 단죄하는 것도 역사바로세우기의 일환이다. 정의와 법이 바로 서야 나라의 미래를 올바로 열어나갈 수 있다."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가 1996년 6월 6일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서 열린 제41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읽어 내린 추념사다. 당시 YS는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1980년 이후 처음으로 현충일 추념식에 직접 참석하는 행보를 보였다.

문민정부가 군사독재정권을 혁파하고 이 땅에 바로 선 민주정권임을,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이 땅에 스러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고귀한 뜻임을 밝히고자 추모의 길로 나아간 것이다.

또한 YS는 청사진을 제안했다.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하는 일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이며, 박정희와 전두환으로 대표되는 군부정권을 단죄하는 일이 새로운 미래의 시금석이라고 천명했다.

이후 YS는 하나회를 청산했고, 노태우·전두환을 단죄했다. 5·18특별법을 제정했고, 역사바로세우기에 전력을 다했다. 금융실명제를 통해 기득권 세력을 흔들었다.

이는 군사독재정권을 종식한 문민정부의 역사적 과제이자, YS의 적폐청산이었다. 그 안에는 '거산(巨山)'의 '대도무문(大道無門)', 그리고 '살신성인(殺身成仁)' 정신이 깃들어 있었다.

   
▲ 고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1996년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했다. 당시 YS는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1980년 이후 처음으로 현충일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 국가기록사진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오히려 문민정부 이전으로 퇴보한 눈치다.

사드(THAAD) 보고 누락 사안으로 '알자회', '독사파'라는 군부 내 사조직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두고 5·18광주민주화운동이 거론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청문회 논란은 재벌개혁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독재자도, 독재자의 딸도 무대에서 내려왔지만 이념과 세력, 그리고 기득권을 둘러싼 공방은 오히려 한층 치열해 졌다. 권력쟁취를 위한 무기가 총칼에서 교묘한 집단 갈등 유발로 한 단계 진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전쟁의 경험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며 "애국으로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데에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 역시 진정한 적폐청산을 위해서는, 나아가 진정한 통합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념과 편 가르기라는 권력쟁취 무기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그의 발언은 애국이라는 또 다른 통치 수단을 국민들에게 강요한 것뿐이라는 생각이다. 20년 전 같은 자리에서 YS가 강조했던 대도무문과 살신성인의 정신이 느껴지지 않아 안타깝다.

YS의 대도무문에는 '옳은 길을 가는 데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자신을 버린다(無)'는 뜻이 담겨 있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 차원의 대도무문이 아니라,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정도를 걷겠다'는 의지의 표출이었다.

또한 YS는 살신성인으로 대도무문을 실행에 옮겼다. 그는 1997년 현충일 추념식에서 "대의를 위해 자신을 버리는 희생정신은 고귀한 가치다. 철저한 자기희생으로 분열과 갈등을 멈추고 국론을 하나로 모아 대동단결하는 모습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앞에 보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을 비롯한 작금의 위정자들은 어떤가. 그들의 대도무문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정당·세력만을 위한 이기적인 사심이 아닐까, 그들은 애국이라는 명분으로 국민들에게만 살신성인을 강요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통합과 더불어 대의를 위한 '자기희생'을 고민해야 한다. 이 땅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나'를 버린 대도무문과 살신성인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을 이룩한 것처럼.

1997년 YS의 현충일 추념사 중 일부를 소개하며 글을 줄인다.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국난 극복의 강인한 의지야말로 지금 우리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정신입니다. 지역과 계층, 정파를 뛰어넘어 단합된 힘으로 자랑스러운 나라를 세우는 데에 팔을 걷고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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