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치상식] 국회 무기명 투표는 ‘도장 찍는’ 방식이다?
[잘못된 정치상식] 국회 무기명 투표는 ‘도장 찍는’ 방식이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8.02.14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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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可)·부(否)’ 직접 기재하는 방식…실수 가능성 있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검색어 몇 자만 입력하면 감당할 수 없는 텍스트가 쏟아지는 세상이다. 그러나 정보가 흘러넘치는 만큼, ‘제대로 된’ 정보가 무엇인지를 분간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이유로 <시사오늘>은 잘못된 정치상식을 바로잡는 ‘정치정보 팩트체커’ 역할을 하기로 했다. <시사오늘> 팩트체크의 다섯 번째 주제는 ‘국회의 무기명 투표 방식에 대한 오해’로 잡았다.

▲ 빈칸을 마련해두고 도장을 찍도록 하는 일반적인 투표와 달리, 국회는 제헌국회 때부터 내려온 독특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펜으로 직접 투표용지에 한글·한자로 ‘가·부’를 기재하는 방식이다 ⓒ 시사오늘

“찬성 칸에 동그라미만 딱 찍고 나오면 되는데 그걸 못해서 무효표가 나온다. 초등학생들도 할 줄 아는 걸 국회의원이 못하는 이유가 뭐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7표의 무효표가 나온 데 대한 한 누리꾼의 반응이다. 사실 포털사이트 정치 기사 댓글을 살펴보면, 이런 이유로 국회의원들을 꾸짖는 내용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빈칸에 도장을 꾹 찍기만 하면 되는데, 국회의원씩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것 하나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이는 국회의 무기명 투표 시스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빈칸을 마련해두고 도장을 찍도록 하는 일반적인 투표와 달리, 국회는 제헌국회 때부터 내려온 독특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펜으로 직접 투표용지에 한글·한자로 ‘가·부’를 기재하는 방식이다.

만약 ‘가·부’ 이외의 문자나 기호를 표시하거나, 한자를 잘못 표기할 경우 무효로 처리된다. 찬성·반대, 찬·반, O·X는 물론 可·否를 오기(誤記)해도 무효다. 실제로 감표위원 경험이 있는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아닐 부(否)를 써야 하는데 不을 써서 무효 처리 되는 표가 생각보다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점을 고려해도 무효표를 만든 국회의원들이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 표결에 앞서 국회 의사국장이 투표 방법을 친절히 설명하기 때문. 의사국장은 표결 전 “찬성하는 사람은 투표용지에 ‘가’를, 반대하는 사람은 ‘부’를 한글이나 한자로 기재하면 된다. ‘가·부’ 이외의 문자나 기호를 표시하면 무효로 처리된다”고 강조한다. 그뿐만 아니라 투표소 벽에도 투표방법이 안내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이 투표 하나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은 유효한 셈이다. 

▲ 일반적인 법안 투표에서는 찬반 공개가 원칙이다(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시스

그렇다면 무기명 투표는 어떨 때 이뤄질까. 국회법 제112조에 따르면, 일반적인 법안은 전자투표로 표결한다. 의원들이 각 의석에 설치된 표결기 버튼을 누르면 본회의장 정면 벽에 표결 내용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찬성의원 이름 앞에는 녹색, 반대의원 이름 앞에는 붉은색, 기권은 노란색 동그라미가 뜬다.

그러나 대통령으로부터 환부된 법률안이나 인사에 관한 안건, 국회에서 실시하는 각종 선거는 무기명 투표로 한다. 무기명 투표는 각 의원이 먼저 명패를 명패함에 넣고, 가(可)·부(否)를 표기한 용지를 투표함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명패 수보다 투표 수가 적으면 그 차이만큼이 기권으로 처리되고, 명패 수보다 투표 수가 많으면 재투표가 이뤄진다. 다만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경우에는 재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Fact – 국회 무기명 투표는 ‘가(可)·부(否)’를 직접 기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수로 무효표가 나올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담당업무 : 국회 및 미래통합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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