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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지독한 자식사랑'…동물의 왕국과 회장님
2018년 06월 20일 09:33:14 김웅식 기자 212627@hanmail.net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TV 시청을 잘 하지는 않지만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은 이따금 보는 편이다. 동물의 생활을 통해서 삶의 지혜를 얻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생활을 통해 자식 사랑의 정도(正道)를 배울 수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늑대나 여우의 어미는 새끼들이 자라 젖을 뗄 때가 되면 둥지에서 내쫓는다. 마치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적을 대하듯 쫓아낸다고 한다. 심지어 조금 전까지 자신의 생명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던 새끼를 내쫓기 위해 물어뜯기까지 한다고 한다. 새끼가 독립해 자신의 삶을 개척해 가기를 바라는 어미의 마음에서 이런 행동은 가능한 것이다.  

젖을 떼고 둥지를 떠나서야 할 재벌家 장남은 왜 이런저런 고생을 하고 있을까. 부모의 품에 안주하며, 이제는 그것이 족쇄가 돼 자신을 옭아매고 있다. 제때 독립하지 못한 것이 지금 겪는 고생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부모의 잘못된 자식 사랑이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재벌家 회장님의 ‘지독한’ 자식 사랑이 화근을 만들었다. 불법을 무릅쓰고라도 핏줄에게 그룹 지배권을 물려주려 했다. 우린 머슴이기에 회장님의 지시사항을 따를 수밖에 없다, 대기업 임원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영광된 자리인데, 그 올가미가 여러 사람의 목을 조이고 있다. 포승줄에 묶여 구속되는 모습이 처량하다.

재벌家 회장님은 대통령이 부럽지 않다. 언제 어디서든 시종(侍從)이 따라붙으며, 회장님 말 한 마디에 죽는 시늉까지 해야 한다. 회장님이 돌발적으로 임원을 내쳐도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수시 인사’라는 말로 포장된다. 

얼마 안 되는 지분으로 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대물림하려는 어긋난 자식사랑은 없어야 한다. 회장님이 그토록 사랑하는 장남이 쇠고랑 차는 일을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믿을 사람은 자식밖에 없다고 우길 텐가. ‘국민 기업’을 어떻게든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꼼수에 꼼수를 더하는 것은 국민을 욕보이는 일이다.

그룹 전체를 비정상적으로 엮어놓은 순환출자 고리는 끊어야 한다. 회장님은 어떻게 해야 장남에게 탈 없이 그룹 지배권을 물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장남이 가진 2개 주력회사의 지분은 2.28%, 1.74%. 그룹 전체를 지배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잡음 없이 기업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최근 주력 회사의 분할과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하려 했는데, 주주들의 반발로 실패했다. 세간에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한 ‘실탄’을 마련키 위해 비상장 건설사를 공개하거나 건설 계열사 두 곳을 합병할 거라는 말들은 무성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회장님들은 왜 가진 것들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일까. 품 안의 자식보다는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 경영을 맡길 수는 없는가. 비우면 비울수록 더 많이 채워진다. 세계적인 거부(巨富)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가진 것을 대물림하지 않고 내려놓음으로써 훌륭한 경영인으로 존경받고 있다.

어미에게 쫓겨난 새끼 늑대와 여우가 독립해 당당하게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감동을 받는다. 동물의 왕국은 우리 인간 세상과 많이 닮아 있다. 회장님이 자식을 아낀다면, 정말 사랑한다면 품에서 떠나보내야 한다.


 

담당업무 : 산업부 소속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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