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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 내가 바라는 추석 명절
2018년 09월 19일 09:22:42 김웅식 기자 212627@hanmail.net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추석 명절은 즐겁고 행복한 날이어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명절이 다가오면 스트레스로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명절에 느끼는 부담감과 피로감은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추석 명절이 즐겁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은 명절로 인한 부작용이 크다며 명절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국민소통 공간에도 명절에 대한 이러한 생각들은 등장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명절을 폐지해 달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설에도 ‘제사를 없애 달라’ ‘명절 연휴를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있었는데, 이번 추석을 앞두고도 이런 청원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명절 스트레스가 심하고 의미도 퇴색했으니 줄이거나 없애자는 게 청원의 주요 내용이라고 한다.

명절 음식을 장만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또 그로 인해 가족 간에 갈등을 겪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마음의 상처로 이혼하는 부부가 증가한다는 뉴스를 접하면 씁쓸해진다.

팔순을 앞둔 시골 어머니는 성치 않은 몸으로 차례 음식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젠 차례 음식이 많이 줄었다지만 그래도 손이 많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일에는 큰 희생이 따른다. 어머니는 맏며느리로서 근 60년 동안 제사와 차례 준비를 도맡아 해왔는데, 그럴 때마다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한평생 명절을 나기 위해 고생하시고도 아직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의 구부러진 허리가 안쓰럽다. 자식은 명절이 반갑지 않다.

차례(茶禮)와 제사(祭祀)는 형식은 비슷하지만 내용에서는 다르다. 차례는 명절을 맞아 돌아가신 조상을 공경하는 전통예법이다. 이에 비해 제사는 고인의 기일에 맞춰 음식을 바치는 의식으로 ‘기제사(忌祭祀)’를 가리킨다. 제사가 돌아가신 분 중심이라면, 차례는 살아있는 사람이 중심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기록을 보면 예전에는 명절 분위기가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다. 추석은 추수기에 한숨 쉬어가며 ‘닭 잡고 술 빚어 온 동네가 취하고 배부르게 먹으면서 즐기는 날이었다’고 한다. 조상 제사상 차리는 게 주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명절에 지내는 차례는 즐겁게 먹고 놀면서 그 김에 조상님께도 인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율곡 이이는 제사에서의 예의는 상에 올리는 음식보다는 제를 올리는 사람의 정성에 있다고 보았다. “제사는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극진히 하는 것을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정도에 맞추고, 병이 있으면 근력을 헤아려 무리하지 않아야 진정 효를 다하는 후손의 모습이다.”

추석은 즐겁게 노는 날이어야 한다. 현대인들이 전통명절에서 멀어지는 건 놀고 즐기는 진정한 전통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 즐겁고 행복한 명절문화 만들기가 화두인데, 명절의 근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이를 실현하면 가능한 일이다.

3대에 걸친 일가친척 30여명이 명절 때 시골 우리 집인 큰집에 모인다. 1년에 한두 번, 설 추석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많은 친척이 한 곳에 모일 일은 없을 듯하다. 삼촌 내외분, 타지에 사는 4촌들, 6촌들까지 만난다. 태어난 지 몇 달 안 된 5촌 조카까지 볼 수 있다.

하지만 한두 시간 차례를 지내고 나면 서로 떠나기 바쁘다. 함께 즐길 마땅한 놀이도 없을 뿐더러 함께 있는 게 서먹할 뿐이다. 모처럼 만나는 반가운 얼굴이지만 의무감에 참석하는 듯한 명절 차례행사 때문에 피곤해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차례 지내는 건 한층 간소화하고 집 밖에서 즐기는 축제 시간이 늘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차례를 특정 장소에서만 꼭 지내야 하는 것일까. 친척들이 조상의 음덕을 기리며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곳이라면 동서남북 어디든 상관이 없을 듯하다.

명절 연휴에 부모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가족을 보면 부러워진다. 조상들을 모시고 친척들이 함께 여행을 간다면 이 또한 멋지지 않을까. 조상들을 위한답시고 부질없는 허례와 형식에 매달리다 다투거나 마음을 상한다면 이보다 더 큰 어리석음은 없을 것이다. 조상들도 이런 후손들을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넉넉한 계절이다. 명절 차례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친척들 간에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전하는 추석 한가위가 됐으면 좋겠다.  

담당업무 : 산업부 소속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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