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6 일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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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代散策] 양순석 "보수, 박정희 추앙세력으로는 안 된다"
양순석 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부총장
유성환에게 '철학이 있는 정치' 배웠다
13대 총선 결과는 TK 패권주의 영향
김무성 재등판이 한국당 마지막 기회
양극화 해소할 시대정신은 다양성 존중
2018년 10월 13일 09:27:34 글=양순석 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부총장/ 정리=김병묵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글=양순석 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부총장/ 정리=김병묵 기자)

요즘 정치판을 보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정부에도 국회에도 철학을 가진 정치인을 좀처럼 찾을 수 없어서다. 나는 내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꼭 국정질문에서 대통령에게 "당신의 정치철학은 뭡니까"라고 묻고 싶었다. 장관들에게 "당신들의 시대정신은 뭡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이렇게 마음속에 가지고 다니던 말들을, 8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 마주앉은 기자 앞에서, 조심스럽게 몇 마디 꺼내봤다.

   
▲ "유성환 의원이 'YMCA로 돌아가지 말고 나랑 정치를 한 번 하자'고 하면서 본격적으로 보좌관·수행비서·지역구 사무국장 세 가지를 겸임하게 됐다. 내겐 굉장한 행운이었다. 유 의원이 수 십년간 쌓아온 인맥들을 불과 몇개월만에 만나고 다닐 수 있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다. 결정적으로 유 의원을 보면서 정치인에겐 철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신학도, 유성환을 만나 정치를 배우다

나는 원래 신학(神學)도였다. 대학을 마치고 1983년에 경상북도 영천 YMCA 총무로 가게 됐다. 문익환 목사를 모시고 강연도 하던 곳이다 보니, 당시 민주화운동을 하던 재야인사들과 접촉할 기회가 자연스레 생겼다. 그러던 중 유성환 의원을 만났다. 1984년 정치활동금지 3차 해금이 된 유 의원이 나를 좀 보자고 했다. 1985년에 12대 총선을 앞두고, 신당인 신민당 간판을 들고 출마를 할테니 도와달라는 이야기였다.

사실 YMCA 총무는 상당히 안정된 직업이었기에 망설였다. 그래서 선뜻 제안을 받아들이긴 어려웠지만, 정치를 하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왕 정치를 할 거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유 의원을 돕기 시작했다. 그해 12월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찾아 큰절을 하면서 상도동계에 이름을 올렸고, 선거활동을 정말 열심히 도왔다. 당선될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민정당의 한병채, 국민당 이만섭을 모두 누르면서 1위로 당선됐다.

그러자 유 의원이 'YMCA로 돌아가지 말고 나랑 정치를 한 번 하자'고 하면서 본격적으로 보좌관·수행비서·지역구 사무국장 세 가지를 겸임하게 됐다. 가족들은 대구에 남기고 서울에선 유 의원과 숙식을 함께하며 24시간 함께 있었다. 내겐 굉장히 행운이었다. 유 의원이 수 십년간 쌓아온 인맥들을 불과 몇개월만에 만나고 다닐 수 있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다. 결정적으로 유 의원을 보면서 정치인에겐 철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유 의원의 철학을 알 수 있는 일화가 있다. 12대 국회에서 유 의원은 내무위원이었는데, 당시 내무부는 서울시와 경찰을 모두 피감기관으로 둔 강력한 상임위였다. 지금이야 국토위 이런 곳이 선호된다지만 당시엔 내무위가 가고싶은 곳 1순위였다. 김동영 당시 원내총무가 유 의원을 내무위에 1번으로 배치했었다. 그런데 1985년에 소값파동이 났다. 농민들이 소를 서울로 끌고 올라와 시위를 하는데, 최루탄을 쏘니 사람도 소도 모두 눈물을 흘리더라. 소가 눈물을 흘리는 사진이 신문 1면기사였다. 유 의원이 그 신문을 들고 당시 내무부 장관이었던 정성모에게 "장관 당신은 이 소의 눈물의 의미를 아느냐"고 다그쳤다. 정말 철학이 있는 질문 아닌가. 나는 그 순간에 정치인이 가져야 할 모습을 봤다. 내가 그 이후에도 많은 정치인들을 모셔도 봤고, 같이 일도 해봤는데, 유 의원만한 큰 정객은 본 일이 없다. 다만 좀 불운하셨다. 그분이 부산 출신이었으면 7선, 8선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대구에선 유 의원을 깡패 국회의원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을 향해 바른말을 하니까 권력의 메카인 대구에선 듣기 싫은 거다. 얼마든지 타협도 할 수 있었을 텐데 끝까지 정의를 이야기했던 분이다.

나는 원래 고향인 제주도에서 정치를 해보려고 했다. 그래서 4·3사건을 제대로 규명해보고 싶었다. 이게 이데올로기 문제인데, 제주도 국회의원들은 아무도 못 건드리더라. 이데올로기 정치인인 유 의원 아래서 배워서, 이 문제를 해결해보려 했다.

사건 당시 아버지가 검사셨는데,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다 팔이 빠졌다. 현직 검사가 그런 고초를 당할 정도다. 당시 21만 제주도민의 삼분지 일 정도가 죽었다. 그런데 제대로 규명이 안 됐다. 참여정부 때 좀 하려다가 우파에서 반대해서 제대로 안 됐는데, 아쉬운 일이다. 광주와 너무 비교된다. 광주사태는 상당한 수준의 규명이 됐고 지금도 진행중 아닌가.

영남패권론에 대하여

   
▲ "유 의원이 13대 총선에선 낙선했다. 도저히 유 의원이 질 수 없는 상대였는데 졌다. 그 배경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소선거구제로의 변화, 또 한가지는 TK(대구경북)의 패권주의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유 의원이 13대 총선에선 낙선했다. 서구에서 민정당소속의 모 의원과 맞붙게 됐는데, 이 의원은 아주 타락한 정치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관세청장을 하면서 집에 에스컬레이터를 놨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다. 도저히 유 의원이 질 수 없는 상대였는데 졌다. 그 배경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소선거구제로의 변화, 또 한가지는 TK(대구경북)의 패권주의다.

우선 소선거구제는 당시 YS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합의해서 도입됐다. DJ가 강력하게 주장했다. 평화민주당은 호남에서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YS도 자신이 있었겠지만 여기서 TK의 마음이 바뀐다. 호남에서 평민당 바람이 일자 TK에선 민정당을 지켜야 한다면서 구 신민당 인사들이 대거 떨어지게 됐다.

영남 전체의 패권론이라기 보다는 엄밀히는 TK의 아집이다. 대구는 권력의 메카였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를 이어오면서 제일 덕본사람들이 누구겠나. TK다. 노태우 정권 시절 대한민국 검사 1700명 중, 경북고 출신이 23%라고 한다. 이정도로 권력들을 독식하다 보니, 돈이 없어도 한 다리, 두 다리만 건너면 소위 '민원'을 넣을 수 있는 권력자들이 즐비한 곳이 TK였던 거다. 그 과정에서 긍지도 높았다. 부산이 근거지라 할 수 있는 YS가 권력을 잡자 TK에선 이제 구 신민당원들이 그리 대접을 받지 못했다. 패권을 넘겨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대구가 불꺼진 창이 됐다. 정치적 지도자도 없고, 군사독재시절 대구에서 돈 벌었던 부자들은 다 강남으로 왔다. 여튼 패권을 쥐고 있던 TK의 아집이 살아나면서 부패한 재선의원에게 통일국시로 전세계 교과서에 이름을 올린 거물 유 의원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통일국시와 국가보안법

최근 국가보안법 문제가 다시 시끄럽다. 나는 사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통일국시 사건 당시 유 의원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구속당했을때 바로 옆에 있었던 보좌관이 나다. 사건 이후 내가 "의원님, 국보법은 폐지해버려야 합니다. 보안법을 폐지하고 학생운동하는 친구들을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하는 게 오히려 극좌파를 양성하지 않는 길입니다"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정작 고초를 겪은 주인공인 유 의원도 "그게 그렇게 쉽게 될 수 없다. 가족들이 좌파의 죽창에, 우파의 총에 생명을 잃은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데 이들은 불구대천 아니냐. 지금 악용되고 있지만 이 자체를 당장 없애긴 어렵다"고 답하더라.

그렇긴 하지만 국보법이 없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이념적 양극화가 없었을 수도 있다. 군부정권이 학생운동하던 친구들을 더 가혹하게 탄압했다. 국보법으로 옥죄다 보니, 취직도 어렵고 할 것도 없고 결국 좌파이념에 더 매몰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거다.

국보법이 수정될 기회도 있었다. '불고지죄'같은 건 정말 시대착오적인 법안이다. 새누리당에서 이 불고지죄를 없애는 안으로 합의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당시 민주당이 전면철폐만 외치면서 무리를 하는 바람에 그마저도 남겨졌다. 정치력의 부재다. 당시 국민여론도 국보법의 완전철폐는 아니었다. 이왕 폐지되지 않는거 수정해나가도 됐을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참 아쉬운 대목이다.

양극화의 시대

지금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양극화다. 정치적, 이념적 양극화와 경제적 양극화 전부다.

먼저 이념적인 양극화부터 보자. 연평해전이 났을 때 우리 군인들이 얼마나 용맹하게 싸웠나. 지금 군인들이라고해서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은가. 공산화를 바라는 국민들은 없다. 그런데 태극기집회 같은 곳에서는 '나라가 통째로 넘어갔다'고 외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은 그렇게 간단한 나라가 아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에 강대국들 사이에서 지지고 볶으면서도 버텨나가는 나라가 이제와서 좌파정권이 들어섰다고 다들 공산화가 된다는 게 말이 되는가.

   
▲ "지금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양극화다. 정치적, 이념적 양극화와 경제적 양극화 전부다. 우리는 중간이 없다. 이럴수록 중도층을 포섭할 수 있는 보수정당이 필요하다. 왜 보수냐고 한다면, 통상적으로 한국에서 강한 보수지지층이 40%, 강한 진보지지층은 30%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나머지 30%도 약한 보수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렇다고 지금 문재인 정부가 통일에 대한 접근을 아주 잘하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통일을 싫어하는 정권은 역대 없었다. YS, DJ, 노무현은 물론, 심지어 전두환·노태우도 통일을 자신들의 어젠다로 잡았었다. 그런데 모두 실패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이들의 실패를 보면서 프로세스를 차례로 밟아서 정상적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너무 급하다. 당장의 성과를 위해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존중한다. 좌파적인 발상에서 나오는 성급함이다. 민주당이 20년 집권을 하고싶다면 20년 플랜을 만들어 밟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중간이 없다. 이럴수록 중도층을 포섭할 수 있는 보수정당이 필요하다. 왜 보수냐고 한다면, 통상적으로 한국에서 강한 보수지지층이 40%, 강한 진보지지층은 30%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나머지 30%도 약한 보수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 이 두가지가 우리 대한민국의 양대축이라고 생각한다. 이걸지켜야한다고 하는 사람은 당연히 70%를 넘는다. 이런 측면에선 대한민국은 건전하다. 다만 이들을 모을만한 정치적 집단이 없을 뿐이다.

경제적인 양극화도 심하다. 정치적 양극화보다도 어찌보면 어렵다. 이는 정책을 하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중요한데, 지금 440조 원의 예산을 가지고도 모자라다고 앓는 소리를 하는 것이 걱정이다. 1985년에 대한민국 예산이 18조 7천억 원이었다. 그걸로 100만명 공무원 월급주고, 60만 대군을 다 먹이고 쓸 곳에 다 쓰고도 경제성장했다. 30년이 지난것을 감안해도, 이런 식으로 쓰면 1000조 원이 있어도 모자라다고 할 거다. 문재인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보다 공무원들이 두 배 더 썼다고 한다. 까짓거 더 쓸 수 있는 거 아닌가. 두 배로 일하면 두 배 쓸 수 있는거다.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를 쓰든, 지금의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이 중요한데 문제는 더 심해지는 것 같다는 거다.

한국당에 건네는 조언

지금은 상당히 극우화 됐지만, 그래도 한국의 대표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에 조언을 하고 싶다. 요점은 간략하다. 김무성 의원에게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 그는 원래 민주화운동을 했던 진보인사이자 민주화가 된 시대에서의 보수인사다. 반문·비문을 넘어 중도층을 포섭하고 확장해야 할 지금 한국의 보수에겐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

극단적인 우파인사로는 안 된다. 이승만·박정희 추앙세력으로는 안 된다. 당을 이미 여러번 구했던 사람이고, 문재인 대통령을 23주동안 제쳤던 대권급 인사다. 친박계와 청와대가 흔들고 간섭해서 미래권력을 밀어내고 탈당파로 만들었다. 사견이지만 지금 한국당은 김무성 체제로 마지막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그래도 안되면 한국당의 답은 해산이다.

   
▲ "정치인들은 꼭 세가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성실과 정직은 기본이고, 여기에 더해 정치철학과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금 국회의원들, 민주당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한국당엔 철학도, 용기도, 심지어 성실성도 없다.정치적 어젠다를 잃은 정치인은 더이상 정치인이 아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정치인에게 필요한 것

양극화된 시대에 시대정신은 무엇일지 고민해봤다. 양극화를 해소할 방안이 결국 이 시대의 정신이 아닐까 싶다. 결국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밖에 없는 것 같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면, 결국 극단주의자들이 설 곳이 점점 없어질 거다. 누군가는 이것을 정치적인 강한 어젠다로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누가 정치적 어젠다를 제시하고 있나. 정치인들에게 철학이 없으니 어젠다가 나올리 만무하다. 정치인들은 꼭 세가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성실과 정직은 기본이고, 여기에 더해 정치철학과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금 국회의원들, 민주당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한국당엔 철학도, 용기도, 심지어 성실성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때 난 문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고 싶었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말이 그의 어젠다라고 생각했다. 정말 정치에 저것보다 좋은 말이 있는가. 그런데 지금 문 대통령은 이 좋은 자신의 어젠다를 잊은 건 아닌가 우려된다. 정치적 어젠다를 잃은 정치인은 더이상 정치인이 아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더불어민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行人臨發又開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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