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정치인 단식의 성공은 대의에 달렸다
[주간필담] 정치인 단식의 성공은 대의에 달렸다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8.12.16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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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의 민주주의, DJ의 지방자치 등은 성공사례
특별법·특검·사퇴요구 등 지엽적 이슈는 실패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지난 14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촉구를 위해 단식 중이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단식 9일째였다.

"단식은 불의에 맞서는 마지막 수단입니다. 생명을 거는 것이니 만큼 사회를, 세상을 위한 대의명분이 있어야 하지요."

한치만 대구·경북 민주동지회 회장이 지난 13일 기자와 만나 남긴 이야기다. 한 회장은 과거 1967년 6·8 부정선거, 1979년 YH사건 당시 단식투쟁을 직접 벌였던 민주화투사 출신의 정치 원로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선거제 개편을 요구하며 열흘 간의 단식 투쟁을 하면서 다시금 '단식'이 주목받았다. 정치인들의 단식, 성패를 가르는 요인은 무엇일까.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유명한 단식투쟁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1983년 23일 단식투쟁이다. 가택연금상태였던 YS는 광주민주화항쟁 3주년을 맞아 민주화 5개항을 요구하면서 단식에 돌입했다. 이는 민주화운동의 기폭제로 작용하며 결국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내는 이정표가 됐다.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1990년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를 요구하며 13일간의 단식에 돌입한 바 있다. 이는 1991년 지방의회 부활을 통해 지방자치제의 시작을 이끌어냈고, 여당 대표로서 이를 수용한 YS는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부활시키면서 지방자치제의 뿌리를 내렸다.

최근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2016년 단식도 주목할 만하다.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 개혁안 철회를 요구하며 10일간 단식했던 이 지사는, 김종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국회에서 제도적으로 해결하겠다, 믿고 단식을 풀어 달라"는 권고를 받아들여 중단됐다. 개혁안을 백지화시켰다.

반면, 단식 일자와 무관하게 '지엽적인 이슈'를 놓고 벌인 단식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2003년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비리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했다. 최 전 대표는 17일간 단식을 이어갔지만 3일간 '쌀뜨물 적응기' 를 가진 사실 등이 알려지며 진정성 논란이 일었으며, 결국 실패한 단식 사례로 회자된다.

2007년 민주노동당 현애자 전 의원은 지금까지 가장 긴 단식 기간을 기록한 정치인으로 기록됐지만 뜻을 이루진 못했다. 제주 군사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현 전 의원은 27일간 단식농성을 벌였으나, 결국 건강악화로 중단됐다.

2014년엔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10일간 유가족과 동조단식을 한 적이 있다. 46일간 단식을 이어가던 김영오 씨가 단식을 중단하며 멈췄으며, 이는 특별법 통과 전이었다.

2016년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으나, '상의도 없었다'는 당내 역풍마저 맞으면서 결국 7일만에 '무조건'으로 중단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5월 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조금은 독특한 사례다. 김 전 원내대표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연루 의혹이 있는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9일간 단식했다. 이는 민주당이 특검법안에 합의하며 성공사례로 기록되는 듯 했으나, 중간에 폭행을 당하는 등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데는 실패했다는 평이다.  이후 허익범 특검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종료됐다.

15일 종료된 손 대표와 이 대표의 단식은 15일 5당 원내대표가 일단 합의하면서 마무리됐다. 일단 선거제 개편의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지만, 최종적으로 선거제 개편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지금까지의 사례를 감안했을 때, 선거제 개편 요구는 조금 더 '큰 틀'의 명분으로 보인다. 성공사례와 조금 더 가깝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들의 단식도, 정치사에 의미있는 단식이었다고 기록될 확률도 더 높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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