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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식의 正論직구] 재벌家의 ‘통 큰’ 약속
2018년 12월 20일 09:11:16 김웅식 기자 212627@hanmail.net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우리 재벌 회장들의 자식사랑은 눈물겹다. 자신 한 몸 희생하더라도 피붙이에게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려 하기 때문이다. 물의를 빚으면 고개 숙이고 ‘여론무마용 사재출연’을 약속했던 재벌기업 회장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재산과 기업 경영권을 자식에게 승계하려고 탈법과 불법, ‘꼼수 기부’라는 외줄타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한때 재벌 회장들이 구속이라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1조원 사재 출연이라는 ‘통 큰’ 약속을 했지만 그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위기를 잠시 모면하기 위한 면피용 약속이었기에 지금 그것이 부메랑이 돼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인 누구라도 약속은 지키려 노력하게 마련인데, 사회 지도층인 재벌 회장들이 국민과 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니 그들을 탓할 수밖에 없다. 어떤 회장은 이미 출연했던 사회공헌기금을 중복해서 신규 출연에 포함시키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또 다른 회장은 출연 약속한 사재를 공익재단에 기부를 하든지 신탁을 하면 끝날 일인데, 굳이 자신의 이름을 넣은 공익재단을 만들어 출연함으로써 편법 상속 또는 증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심을 받아야 했다. 

높은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재벌 회장들은 갖은 묘수를 짜낸다. 재산을 생전에 싸게 증여하거나,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로 재산을 불려주고, 세금이 면제되는 소유 공익재단으로 지분을 돌리기도 한다. 모두 위법은 아니라 해도 당연해 보이지는 않는 행위다. 대기업 경영권을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넘기는 게 선진국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다.

외국의 기업가나 유명인은 평소에 사회공헌에 적극적이며, 거액을 기부하면서도 ‘꼼수’를 부리거나 생색을 내지 않는다. 그들은 하나같이 기부를 '부자의 덕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올바른 기부문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몇 년 전 딸이 태어났을 때 재산의 99%를 생전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약 52조원 규모다. “재산 대신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는 저커버그의 뜻은 세계인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홍콩 배우 주윤발도 최근 8100억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그는 “어차피 그 돈들은 제가 잠깐 가지고 있었던 것뿐”이라며 “인생에서 가장 이루기 어려운 일은 많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근심, 걱정 없이 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재벌들이 ‘여론무마용으로 기부와 투자를 한다’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 재벌은 일반인과는 생각이 다른 듯하다. 그들의 마음 한편을 유추해 본다면, ‘나는 재벌家의 자식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우리 재산인 그룹 전체를 지배해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는 듯하다.

국민들이 재벌家의 ‘통 큰’ 약속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재벌 회장들은 ‘선한 기부’보다는 재산 대물림이라는 ‘검은 기부’를 선호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후 이뤄지는 재벌 회장의 1조원대 ‘통 큰’ 기부 약속이 이젠 자식에게 이르러 대규모 ‘통 큰’ 투자 약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눈은 정확하다. 적은 지분으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으려는 재벌3세가 그만한 자격과 능력은 있는 것일까? 회장의 자식사랑이 올가미가 돼 애꿎은 여러 사람의 목을 조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포승줄에 묶여 구속되는 기업 관계자의 모습을 보노라면 처량하게 느껴진다. 

담당업무 : 산업부 소속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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