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바닥 쳤다?…‘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
집값 바닥 쳤다?…‘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6.28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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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 집 마련할 사람이 없는데…바닥 찍으면 뭐하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집값 바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과 내수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한동안 기세가 꺾였던 서울 아파트값이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소폭 올랐기 때문이다.

2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4주차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0%로, 지난해 11월 이후 33주 만에 마이너스 꼬리표를 뗐다.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아파트 매매가가 각각 3주, 2주 연속 올랐고, 서초구도 8개월 만에 상승세를 보였다. 비슷한 기간 부동산114, KB부동산 리브온 등 민간에서도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전환했다는 통계를 내놨다.

이를 근거로 일부 업계 전문가들과 주요 경제지에서는 집값이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가고 있다며 대중들의 부동산 투기 심리를 자극하는 여론을 형성하는 데에 안간힘을 쏟는 눈치다. 이들이 주장하는 집값 바닥론을 사실일까. 집값이 바닥을 찍었는지, 안 찍었는지는 며느리도 모르는 일이다. 그걸 맞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뭣하러 다들 힘들게 고생하고 피땀을 흘리며 고된 노동을 하겠는가.

다만 최근 제기되는 집값 바닥론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표본 수의 변화가 고려되지 않았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급감하고 있다. 지난 1~5월 거래량은 1만122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했고, 이달도 600여 건에 그쳐 전년 같은 달(5200여 건)보다 약 80% 줄었다. 매매가격 증감률의 표본이 되는 거래량이 줄었다는 건 몇몇 특수한 거래로 인해 전체 변동폭이 좌우되기 쉬워졌다는 걸 뜻한다.

이마저도 집값이 바닥을 쳤다고 공언할 수 있을 정도의 유의미한 변동폭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살펴보면 6월 4주차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값은 0.03%, 송파구 아파트값은 0.02% 올랐다. 10억 원짜리 아파트라고 가정하면 불과 20만~30만 원 가량 오른 셈이다. 액수가 적다는 걸 지적하려는 게 아니다. 표본 수가 급격히 감소했는데도 변동폭이 고작 이것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또 다른 대목은 내 집을 마련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현실에서 집값 바닥론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집값이 바닥을 찍어도 살 사람이 없어서 추가매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집값 바닥론이 무슨 효용이 있겠는가.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총소득(GNI)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20년 간 지속적으로 줄었지만(11.5%p), 같은 기간 기업소득 비중은 늘었다(10.6%p). 20년 동안 기업의 소득 증가폭이 가계를 압도한 것이다. 기업소득 증가의 원동력은 부동산이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기업이 향유한 부동산 불로소득 규모는 2008년 66조 원에서 2015년 114조 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 받아 공개한 '2017년 귀속 양도소득과 금융소득' 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 불로소득 규모는 부동산 양도차익 약 84조8000억 원, 주식 양도차익 17조4000억 원, 배당소득 약 19조6000억 원, 이자소득 약 13조8000억 원 등 136조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0%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다. 이중 부동산 양도차익은 상위 1%가 23%, 상위 10%는 63%를 가져간 반면, 하위 50%는 5%를 차지하는 데에 그쳤다.

돈이 집을 낳았고, 집은 돈을 낳았다. 그리고 권력마저 낳았다. 이 과정에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었고, 열심히 일하면 누구라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었던 시절이 막을 내렸다. 뼈 빠지게 벌어도 집값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청년들은 취업을 포기했고, 결혼과 출산을 포기했다. 혼자 사는 게 낫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내 집을 마련할 필요가 없어졌다. 부동산 시장 내 잠재 수요자들이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졌다.

최근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는 대규모 미분양·미계약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확실한 투자처로 여겨지는 서울 아파트마저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핫한 동네였던 부산 아파트 분양시장도 요즘 미계약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정부 대책으로 인해 대출이 막힌 영향이 가장 크지만, 현금 다발을 쥔 큰손들도 아파트 '줍줍'을 주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바닥을 쳤는지, 안 쳤는지가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집값 바닥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그리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이 마당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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