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통합 시즌3 後] 정의당에게 민중당은 ‘볼드모트’여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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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통합 시즌3 後] 정의당에게 민중당은 ‘볼드모트’여야 하나요?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07.27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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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통합 가능할까’를 취재하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마치 정의당에게 민중당이란 〈해리포터〉의 볼드모트(마법사들이 이름을 입에 담거나 글로 쓰는 것조차 꺼리는 인물) 마냥, 직접적으로 불쾌감을 표하는 당 관계자들이 많았다.ⓒ뉴시스
마치 정의당에게 민중당이란 〈해리포터〉의 볼드모트(마법사들이 이름을 입에 담거나 글로 쓰는 것조차 꺼리는 인물) 마냥, 직접적으로 불쾌감을 표하는 당 관계자들이 많았다.ⓒ뉴시스

기자는 거절 ‘받는’ 것에 익숙한 직업입니다. 종종 기자는 상대가 답하고 싶은 것을 묻기도 하지만, 대체로 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지요. 이번 진보정당 취재를 준비하면서 선배는 민중당, 저는 정의당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취재를 하는 내내 여러 정의당 당직자들로부터 받은 거절에 기자는 너덜너덜해졌습니다.

“민중당과 얽히는 답변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끌려 다니면 안 된다는 내부의 의견이 있어서…죄송하다.”
“민중당과 관련해서는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는다.”

마치 정의당에게 민중당이란 <해리포터>의 볼드모트(마법사들이 이름을 입에 담거나 글로 쓰는 것조차 꺼리는 인물) 마냥, 직접적으로 불쾌감을 표하는 당 관계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작품 속 시리우스나 루핀, 헤르미온느처럼 용기를 내 볼드모트(민중당)를 얘기해줄 주인공을 계속해서 찾았지만, 역시 영화는 영화일 뿐이었습니다. 
 
“7월 말까지는 일정이 빠듯하다.”
“당대표께 문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임기를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지금 수준에는 유보하는 것이 좋겠다.”

조금 더 답변하기 편하게 바꾼 질문에도, 돌아온 건 에둘러 표한 거절뿐이었으니까요.

한편, 기자가 19일에 인터뷰 차 방문했던 민중당은 상황이 조금 달랐습니다. 민중당의 이은혜 대변인은 오히려 기자에게 “(정의당은) 우리랑 결이 다르다고 생각해 아예 얘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위로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그 ‘결’이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대변인은 “정의당과는 통일 문제에 있어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정의당은 다소 기성 정당화된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의당으로부터 답변을 듣지 못한 의문들 앞에서 기자는 더욱 궁금증만 커졌습니다. 대변하려는 계층이 청년, 노동자, 여성, 농민 등으로 비슷해 보이는 두 진보정당은 왜 함께 할 수 없을까? 그리고 통일 문제를 둘러싼 결의 차이가 정말 상대를 볼드모트로 만들만큼 큰 것인지에 대해 말이죠.

통일에 대한 결의 차이…사구체 논쟁 NL vs PD

지금의 민중당과 정의당의 갈등의 기저(基底)에는 80년대 ‘사회구성체(사구체, social formation) 논쟁’의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사구체 논쟁의 핵심은 결국 한국 사회의 본질과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지로, 세 단계의 논쟁 중 민족해방파(NL) 대 민중민주파(PD)가 가장 큰 대립을 이뤘습니다.

먼저 NL에 가까운 민중당이 통일을 보는 시각은 ‘자주(自主)’였습니다. 즉, NL은 미국의 개입으로 한반도가 자주 국가가 될 수 없었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NL은 외세, 특히 미국으로부터의 해방과 통일을 통해 한반도를 자주 국가로 완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미처 담지는 못했지만,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민중당 이 대변인은 “어떤 순간이 오면 미국이란 동맹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분단에 사로잡히지 않고, 새로운 사회인 통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확실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반면 PD와 온건 NL의 입장을 취하는 정의당은 제대로 된 답변이 없었기에 통일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정의당은 반미와 종북 프레임에 다소 선을 그으려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관련 ‘왜 정의당이 아닌 민중당을 택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대변인은 “통일을 얘기할 때 외세에 대해서도 자주적 입장을 내세울 정당이 필요했다”며 “정의당은 시대에 걸 맞는 진보라는 편견으로 북한 문제에 거리를 뒀다”고 지적했습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젠 그 다음 문장을 완성할 때입니다. 다음 문장이 ‘그러나’로 이어질지, ‘역시나’로 이어질지는 정의당과 민중당, 두 정당에게 달려있습니다.

다만 다음 문장의 두 접속사를 두고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건, 마냥 상대를 볼드모트로 몰아가는 것이 능사(能事)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99년생의 바른미래당 김현동 청년 대변인과의 22일 인터뷰 중 한 말처럼 ‘서로 간의 이념 논쟁을 은폐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민주주의’니까 말이죠.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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