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욕죄 고소? 대통령은 달라야
[기자수첩] 모욕죄 고소? 대통령은 달라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5.02 10: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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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고소는 국민의 자기검열 유발…권력자는 자연인과 달라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리인을 통해 자신과 여권 인사들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을 살포한 30대 남성을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대리인을 통해 자신과 여권 인사들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을 살포한 30대 남성을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대통령의 고소’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대리인을 통해 자신과 여권 인사들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을 살포한 30대 남성을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입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전단 내용이 아주 극악해 당시에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대통령이 참으면 안 된다는 여론을 감안해 (문 대통령의) 대리인이 고소장을 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자는 문 대통령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30대 남성이 살포한 전단에는 문 대통령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조상들이 일제강점기 때 어떤 관직을 지냈는지에 대한 허위사실과 문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문구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가 같은 일을 당했더라도, 아마 억울하고 화가 나서 고소장을 제출했을 겁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자연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통령은 개인이 아닌 하나의 국가 기관이며, 행정부 최고 권력자입니다. 양대 사정기관(査定機關)인 검찰과 경찰의 수장(首長) 임명권자이기도 하고요. 이런 대통령이 국민에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국민은 아무리 부당한 상황에 놓여도 권력자의 ‘응징’이 두려워 입을 다물 겁니다.

‘진실만을 말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사 기관과 방식에 따라 통계 결과조차도 달리 도출되는 현실에서, ‘완전무결한 진실’이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권력자가 표현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는 순간 국민은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국가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권력자에 대한 비판이 허용되는지 여부가 민주주의의 발전 수준을 판단하는 척도가 됐던 건 이런 이유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7일 한국 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정부를 비난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며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2017년 JTBC <썰전>에 출연해서도 ‘대통령이 된다면 승복할 수 없는 비판, 비난이 있을 때도 참을 수 있느냐’는 전원책 변호사의 질문에 흔쾌히 “참아야죠”라고 답했습니다. 꼭 과거의 약속이 아니더라도, 국가의 최고 권력자가 국민을 고소하는 건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문민정부 출범 직후, <YS는 못말려>라는 책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이 책에는 풍자 수준을 넘어, 당시 대통령이던 YS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느껴지는 이야기도 다수 수록됐습니다. 그러나 YS는 이 책을 ‘쿨’하게 받아들였고, 우리 사회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도래했다는 권력자의 신호에 국민은 환호했습니다. 그와 반대로, 대통령이 ‘승복할 수 없는 비판, 비난’을 이유로 국민을 고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국민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부디 문 대통령이 어떤 비판과 비난에도 쿨하게 ‘참겠다’던 초심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소 당한 30대 남성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말이죠.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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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당 2021-05-03 14:37:04
대통령이 다를 필요가 뭐 있나, 지 기분 나쁘다고 아무데서나 욕하는 놈들은 잡아쳐넣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