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그룹의 영악한 골목상권 침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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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그룹의 영악한 골목상권 침투법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2.05.17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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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개인사업자 명의로 위장영업 논란
중소상인 “교묘한 골목상권진입, 철수하라”
대상 “휴·폐업 외식업체와 동반성장 위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청정원’ 브랜드로 잘 알려진 대상그룹이 식자재 유통 시장 진출로 시끄럽다. 식자재 유통업은 각종 식당 등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주로 개인사업자 혹은 중소 도매업체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영역에 재벌기업이 침투, 영세한 식자재 유통사업자들이 대기업의 막대한 자본력 앞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대상은 지난 2010년 2월 대상베스트코를 설립한 뒤 전국적으로 지역업체를 인수, 식자재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논란을 피해 자사 이름을 숨긴 채 개인 업체 명의로 개점하는 등 위장영업을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 대상베스트코가 골목상권 진입으로 영세 중소상인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상(주) 명형섭 사장 ⓒ 대상, 대상베스트코 홈페이지

대상의 골목상권 진입은 교묘했다는 평가다. 지역 업체를 인수하거나 관계자의 친인척을 통해 우회개점을 한 뒤 얼마 후 대상 명의로 변경한다는 게 지역 상인들의 주장이다.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대상과 관련 없는 곳’이라고 잡아떼는 것이 이들의 수법이라고 한다.

현재 대상은 중소기업청에 접수된 식자재유통관련 사업조정신청은 10건으로, 모두 대상 관련 건이다. 이 중 두 건은 친인척을 통해 개점했다는 논란이 있고, 또 세 건은 지역 업체 명의로 진출한 후 명의를 변경한 곳이다.

“최소한의 법도 무시하는 악덕재벌 대상을 몰아내자”

최근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에 위치한 <달인> 식자재마트 앞에서 대상그룹의 골목상권 진입을 규탄하는 인천지역 중소상인들의 농성이 이어졌다. 달인식자재마트는 개인 사업자명의의 식자재 유통업체로, 지난해 대상그룹으로부터 점포를 인수, 본 매장을 개점했다. 하지만 중소상인들은 해당 업체가 대상그룹의 위장계열사라고 주장하고 농성을 벌인 것.

당초 대상은 해당 지역에 대상베스트코 인천지점을 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상의 식자재 유통시장 진입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주변 상인들의 요청으로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8월 대상베스트코에게 사업정지 권고를 내렸다. 이에 대상베스트코는 인천점에서 철수, 그 자리에 달인식자재마트가 새로 문을 연 것이다.

그러나 중소상인들은 달인식자재마트와 대상과의 관계를 의심한다. 대상이 개인업체 명의를 내세워 ‘눈속임’을 한다는 것이다. 중소상인들은 △전 대상베스트코 인천지점 대표와 현 달인식자재마트 대표의 관계, △대상베스트코와 달인식자재마트의 계약 내용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식자재 개인 사업자와 대상 수상한 거래

대상베스트코로부터 점포지를 인수한 달인식자재마트 대표 A씨는 대상베스트코 인천지점장 B씨의 매형이다. 주변 상인들에 따르면 B씨는 대상베스트코가 사업중지 권고를 받은 후 달인식자재마트에서 영업을 한다고 한다.

또 대상베스트코가 달인식자재마트에 인천지점을 매각하면서 13억원 상당의 부지를 1년간 무상으로 대여하는 등 달인 식자재마트에 유리한 계약이 체결돼 있다. 해당 내용대로라면 처남과 매형 관계에 있는 대상베스트코가 달인 식자재마트에 부지를 무상으로 대여한 것이 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에 관한법률(상생법)에 의거 대기업의 실질적 지배관계에 놓이게 된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정책실장은 “언제부터 대상 등 재벌그룹이 일개 개인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을 해왔느냐”며 “A씨의 달인식자재마트 오픈, B씨의 권고사직 등 일련의 조치들이 모두 중소기업청의 사업중지 권고와 재벌의 골목상권 침탈이라는 여론을 피해가기 위한 위장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상베스트코 측은 두 사람의 친인척 관계는 계약 후 알게 됐고, 인천지점장 B씨는 사업중지 권고 이후 올 2월 권고사직된 상태여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상베스트코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사업정지 권고 이후 개인사업자(A씨)에게 인천지점을 매각한 후 사업을 철수, 중소기업청에 사업종료 처리를 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한 상태”라며 “B씨는 지난 2월 29일부로 권고사직으로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지역 중소상인들은 달인 식자재마트의 사업조정 신청 대상 여부를 재검토 할 것을 중소기업청(중소청)에 요청, 중소청은 이에 대한 재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중소청은 “관련 자료들을 근거로 전면 재검토 중”이라며 검토 의견, 기간 등 구체적 내용은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대상 식자재 유통 진입 전국적 잡음

대상의 이같은 논란은 비단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 전주, 익산, 강릉 등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대구지역의 칠성점과 대구점은 대상이 2010년 ‘그린식품’이라는 지역업체를 인수한 뒤 ‘푸덱스’로 명의 변경, 2011년 11월 뒤늦게 대상베스트코라는 이름을 달았다. 성서점은 대상의 계열사가 ‘배추벌레’ 라는 이름의 업체를 2010년 12월 인수, 배추벌레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해당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 '대상베스트코 입점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가 지난 2월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범시민대책기구 출범 및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시스

이같은 대상의 행태는 익산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원들은 지난 2일 익산시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서 식자재유통업체 대표들은 “최근 전국적으로 CJ와 (주)대상, 이마트, 롯데 등 재벌들이 영세 상인들의 삶의 터전인 식자재 유통시장까지 침투하고 있다”며 “대상은 당장 지역상권 장악을 위한 꼼수를 철회하고 지역 중소상인들의 뜻에 따라 사업을 전면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집회가 있은 뒤 대상베스트코 측은 반론 보도자료를 통해 “자영업자 중 가장 영세하고 취약한 외식업주의 사업성공을 지원함으로써 외식업체와 동반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식자재유통업에 진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상베스트코 측은 “전국에 5천여개의 식자재유통업체가 있지만 외식업체의 높은 휴·폐업을 방지 할 수 있는 의지나 역량은 너무나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이들 음식점들이 휴업이나 폐업에 이르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원재료비 상승과 소비심리위축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식업주의 사업성공을 지원하기 위해 개인자영업자인 중·소 식자재 유통업체와는 상호 협력방안을 찾음은 물론 개인 유통업체가 납품 하는 소형 음식점 등의 영역을 침범하지 아니하고, 소형 음식점에 납품하는 중상 또는 소규모 유통업체에게는 저렴하게 식자재를 공급함으로써 역할분담을 통해 상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측은 “직접 대기업이 체인형 식당과 소형 음식점들에게 저렴하게 납품하겠다는 것은 대기업이 철저하게 위장해 식자재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처사”라며 “마치 자영업자들이 이윤을 많이 얻어 음식점들이 손실이 커 폐업했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상베스트코가 음식점 폐업이 많아 걱정이 되고 또 식자재 자영업자들을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유통 소매업을 철수하고 품질 향상과 원가 절감에 전념해야 한다”며 “제조분야에만 신경을 써 음식점과 식자재 자영업자들에게 상생을 유지할 수 있고 지역 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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