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값 오른 이유 ‘따로 있었네’…공정위, 가격 담합 업체에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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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값 오른 이유 ‘따로 있었네’…공정위, 가격 담합 업체에 철퇴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2.02.17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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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아이스크림 담합' 빙과 빅4에 과징금 1350억 원 부과
시장위축·경쟁과열 속 공정위 철퇴까지…겹악재에 암울한 빙과업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아이스크림 제품들이 매장에 진열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빙과업계가 담합 적발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백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각 업체 입장에선 시장 침체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 가운데 겹악재와 직면한 셈이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16년 2월 15일부터 2019년 10월 1일까지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과 아이스크림 소매점 거래처 분할 등을 담합한 5개 빙과류 제조·판매사업자와 3개 유통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350억45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5개 제조·판매사업자는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식품이다. 담합 기간 동안 롯데제과는 롯데지주와 롯데제과로 분할됐다. 사업자별 잠정 과징금은 빙그레는 약 388억 원, 해태제과식품과 롯데제과는 약 245억 원, 롯데푸드는 약 237억 원, 롯데지주는 약 235억 원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식품 등 4개 제조사들은 2016년 2월 15일 영업 전반에 대해 서로 협력하자는 기본 합의를 맺었다. 합의 내용은 경쟁사 소매점 침탈 금지, 소매점·대리점 대상 지원율 상한 제한, 편의점·SSM·대형마트 등 유통업체 대상 납품가격·판매가격 인상 등 영업 전반으로 담합을 확대하는 게 핵심이었다.

당시 4개 제조사들은 경쟁사가 거래 중인 소매점을 자신의 거래처로 전환하는 영업경쟁을 금지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그 결과 4개 제조사들이 경쟁사의 소매점 거래처를 침탈한 개수는 719개(2016년) → 87개(2017년) → 47개(2018년) → 29개(2019년)로 급감했고, 4개 제조사들 간 납품가격 경쟁(높은 지원율 제시)도 제한된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초에는 지원율 상한을 소매점(아이스크림 할인점 포함)에 대해서는 76%, 대리점에 대해서는 80%로 제한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하기도 했다. 이는 소매점 또는 대리점에 공급하는 아이스크림의 납품가격 하락을 직접적으로 방지하는 차원의 담합인 것으로 보인다.

대리점 대상 지원율 상한 담합 증거 메모 ⓒ공정거래위원회

판매가 인상 담합도 이뤄졌다. 제조사들은 시판채널과 유통채널로 납품하는 아이스크림 제품 유형별로 직접 판매가격 인상을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판채널의 경우 2017년 4월경 롯데푸드와 해태제과식품이 거북알, 빠삐코(롯데푸드), 폴라포·탱크보이(해태제과식품) 등 튜브류 제품의 판매가격을 8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2018년 10월경에는 월드콘(롯데제과), 구구콘(롯데푸드), 부라보콘(해태제과식품) 등 콘류 제품의 판매가격을 13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유통채널의 경우에도 대형마트와 SSM, 편의점별로 가격 인상을 서로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롯데푸드의 한 내부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2019년 8월경에 제조4사 유통채널 담당 팀장들이 만나 할인점(대형마트), SSM에 대해 모든 아이스크림의 판매가격, 납품가격을 20% 인상하자고 합의했다”고 진술했다.

공정위는 담합 배경으로 당시 불황이었던 시장 상황을 원인으로 짚었다. 시판채널에서는 소매점 확보를 위한 경쟁으로 소매점들에게 높은 지원율을 제시함에 따라 납품가격이 하락했으며, 유통채널에서도 할인, 덤증정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실시하는 판촉행사에 지속 참여하다보니, 납품가격이 하락한 실정이었다. 

빙과 시장은 최근 몇 년 간 저연령 인구 감소, 아이스크림 대체 식품 증가, 시장 경쟁 심화 등으로 규모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빙과류 소매점 매출 규모는 2015년 2조 원대를 기록한 이후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며 2020년 1조5433억 원으로 줄었다. 향후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며 출혈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아이스크림 시장점유율 85% 가량을 차지하는 사업자들 간에 약 4년 가까이에 걸쳐 은밀하게 자행된 담합을 적발·제재한 것”이라며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위반 적발 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기업은 이번 공정위 제재에 반발해 법적 대응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빙그레와 해태제과식품은 공시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서 내용을 신중히 검토해 법적 대응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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