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판매 수준 추락’…위기의 재규어랜드로버, 올해가 ‘분수령’ [장대한의 데: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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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판매 수준 추락’…위기의 재규어랜드로버, 올해가 ‘분수령’ [장대한의 데:자보]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3.04.12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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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판매량, 10년 전으로 뒷걸음질…2022년 3276대 VS. 2012년 3113대
품질 저하 및 서비스센터 부족에 발목…로빈 콜건 부임 후 실적 개선 기대 이하
올해는 신형 레인지로버 신차 효과 ‘방긋’…1분기에만 지난해 판매량 절반 채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기자가 활동하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통계를 이해하면 좁게는 각 차급별, 모델별 고객 수요와 니즈를, 넓게는 시장 트렌드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데:자보] 코너는 이 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데자보는 '이터로 동차시장 기' 줄임말이다. 자동차 시장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 흥미로운 사실들을 짚어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지난해 판매량은 3276대로, 10년 전 수준으로까지 추락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지난해 판매량은 3276대로, 10년 전 수준으로까지 추락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지난해 판매량이 사업 초창기였던 10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재규어와 랜드로버 두 브랜드를 합쳐 연간 3000대를 겨우 넘을 정도에 그친 것. 다만 올해는 신차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부진 탈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지난해 판매량은 2021년 대비 7.9% 줄어든 3276대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1만5473대 판매고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4년 내리 감소세다. 당시와 비교하면 반토막을 넘어 4분의 1수준에 그치고 있다.

시야를 더 넓혀보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지난해 판매량은 10년 전 수준으로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당시 판매량은 3113대로 지난해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2008년 공식 출범했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사업 초창기 때의 실적에 그친 것이다. 소비자들이 완전히 등 돌렸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러한 배경엔 품질 및 서비스 저하와 만성적 인프라 부족 문제 등이 꼽힌다. 당장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제품 결함에도 배짱 장사를 했다거나, 국내서 문제점을 찾지 못해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식의 소비자 불만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서비스센터 부족에 따른 불편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18년까지 이어진 고공 성장에 힘입어 2019년 29개의 서비스센터를 갖추기도 했지만, 잠깐 뿐이었다. 판매량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턴 단 3년 새 7곳의 서비스센터가 문을 닫았다. 2022년 9월 KAIDA 집계 기준으로 22곳만이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판매 부진으로 말미암아 리더십이 흔들리는 점도 큰 문제로 지목된다. 큰 성과를 일궜던 전임 백정현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난 뒤, 로빈 콜건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경영능력을 크게 입증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앞선 문제들을 바로잡아 판매량을 끌어올리겠단 포부도 밝혔지만, 오히려 패전투수로 내몰린 신세에 처했다는 평가다. 고객들의 구매 심리를 회복시키지 못해 10년 전 판매 수준으로 회귀한 현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로빈 콜건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대표가 3세대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소개하는 모습.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지난해 11월 열린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출시 행사에서 로빈 콜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가 인사말을 하는 모습.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다만 믿는 구석도 존재한다. 올 뉴 레인지로버(이하 신형 레인지로버)의 신차 효과가 본격화된 덕분이다. 올해는 그간의 어려움을 떨쳐내고, 반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감돈다.

올해 1분기 판매 실적부터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1분기에만 지난해 연간 실적의 절반에 달하는 1618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해 1분기 실적 대비로도 105.6% 급등한 수치다. 

주역은 신형 레인지로버 P530 모델로 나타난다. 올해 1분기동안 719대가 팔리며 전체 실적을 주도했다. 디젤 모델인 레인지로버 D350도 134대 판매되며 힘을 보탰다. 연말 새롭게 합류한 레인지로버 스포츠도 올해 1분기 동안 234대가 팔렸다.

이들 신형 레인지로버의 1분기 합산 판매량은 1087대로, 전체 실적의 67.2%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판매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차량 3대 중 2대가 신형 레인지로버인 셈이다. 꾸준한 인기인 오프로더 모델 디펜더도 같은 기간 313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실적 증가세를 뒷받침했다.

업계는 수입차 시장이 반도체 이슈와 물량 부족 등의 어려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만큼, 올해 인기있는 신차를 보유한 브랜드들의 경우 실적 확대 폭을 더욱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차 인기를 지속하는 과정에선 품질과 AS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뒫받침돼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한 순간에 바닥을 치게 된 데는 결국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낮은 품질과 잔고장 등이 지목된다”며 “고정 팬층을 대상으로 한 지금의 신차효과에 안주해선 안된다. 본사 차원의 품질 확보 노력과 국내 임포터 차원의 AS 인프라 강화 노력이 병행돼야만 건강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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