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은행권 횡령…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 [주간필담]
스크롤 이동 상태바
끊이지 않는 은행권 횡령…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 [주간필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10.03 1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차 원인 직원 개인 일탈이라지만…은행권, 내부통제 부실 책임소재 존재
지난해 우리은행 700억 이어 올해 경남은행 3000억 횡령사고…신뢰도↓
‘위기를 기회로’…은행권·금융당국, 내부통제 강화 고객 신뢰 회복 나서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왼쪽부터)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이 원장 김 위원장 김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김익수 NH금융지주 부사장.
지난 7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 참석한 지주회장들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최근 은행권에서 횡령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부실한 내부통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다만, 은행 지점 또는 본점에서 횡령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내부통제 탓으로 돌릴 문제는 아닙니다. 은행직원 개인의 일탈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으니까요. 사생활 침해 수준의 감시와 통제를 할 게 아니라면 말이죠.

최근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 적발은 은행권 안에서 오히려 훌륭한 사례로 뽑힙니다. 이는 우리은행 한 지점 직원이 약 한 달여라는 기간 동안 9000만 원을 빼돌린 횡령을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적발해낸 사건입니다. 당시 우리은행은 해당 직원의 거래 행태가 이상하다는 점을 포착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물론 횡령사고 발생 자체를 칭찬하는 건 아닙니다. 체계화된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조기에 은행원의 횡령을 인지하고 피해규모가 커지기 전에 발견해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내부통제 사례라는 말이죠.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700억 원 규모 횡령사고가 터졌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인 셈입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발생한 은행권 횡령은 오해의 소지가 없이 ‘내부통제 부실’의 문제입니다. 이를 나누는 기준은 얼마나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는지, 그리고 발견 주체가 누구인가입니다. 전무후무한 역대급 사건으로 기록될 올해 경남은행 3000억 원 횡령사고가 대표적이죠.

가장 최근 사례인 BNK경남은행 사례를 들여다보면, 왜 내부통제 부실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지 일목요연하게 드러납니다.

경남은행 사고는 2009년 5월부터 2022년 7월까지 한 명의 직원에 의해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A씨는 투자금융본부에서 15년간 PF대출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는 최초의 횡령을 덮기 위해 담당하던 타 PF사업장 대출금이나 원리금 상환자금을 반복적으로 횡령했죠. 처음 범죄가 적발되지 않자 횡령 횟수와 금액도 커져만 갔습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 셈입니다. 

금융감독당국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출금 횡령은 13번(1023억 원 규모), 대출원리금 상환자금 횡령은 64번(1965억 원) 이뤄졌으며 이에 따른 은행 순손실 추정액은 595억 원에 달하죠. 동일 부서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직원 한 명에 의해 대규모 횡령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인사관리에도 구멍이 존재했던 셈이죠. 특히, A씨는 본인이 취급한 PF대출에 대해 사후관리 업무까지 수행했습니다. 경남은행이 직무분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횡령 사고를 자초한 셈이죠.

특히, 이 같은 횡령사고 전말은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자체검사가 아닌 금융감독당국의 긴급 현장조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은 금융사고 정황을 4월 초에 인지했으나, 정작 감독당국에는 보고를 지연했습니다. 경남은행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체조사가 필요하다면서 보고를 지연했고, 금융지주는 7월 말에야 경남은행에 대한 늑장 자체검사에 들어갔습니다.

이처럼 내부통제는 커녕 금융사고 발견 후 사후조치마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죠.

금융당국은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능 전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 금융감독당국은 현장검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수사당국과 관련 내용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금융사고의 실체 규명을 위해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이 협력해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은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집니다. 고객은 은행을 믿고 신뢰를 바탕으로 돈을 맡기고 은행은 고객이 맡긴 소중한 예금을 대출사업에 활용해 이자를 벌죠. 그러나 작금의 은행은 그 본질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경남은행처럼 인사관리와 내부통제 부실이 존재한다는 건 은행직원 개인의 일탈 문제로 치부할 수준이 아니죠.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있다면, 고객이 은행을 신뢰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물론 은행권에서 횡령은 일어날 수 있는 사건입니다. 횡령사건 숫자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러나 내부통제 부실이 원인이 된 횡령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은행들은 이제 대답해야합니다. 신뢰를 잃은 은행에 뭘 믿고 고객들이 돈을 맡겨야하냐고.

부디 은행권이 확실하게 재발방지를 할 수 있는 고강도 혁신을 통해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