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젊은이들 텃밭은 어쩌려나…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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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젊은이들 텃밭은 어쩌려나…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11.19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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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민형배 잇단 ‘꼰대’ 발언”
“50세 한동훈이 ‘어린놈’이면 30, 40대는?”
“폄하 대상이 노인→젊은이, 참 기묘한 변환”
“나이가 벼슬이던 시대, 한참 전에 사라졌는데”
“86운동권세대 청산론 앞당겼다는 분석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송영길의 선전포고’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송영길의 선전포고’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송영길(60)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출판기념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어린놈” “건방진 놈”이라고 욕했다. 한 장관은 50세. 

한 장관이 송 전 대표를 향해 “대한민국 정치를 수십 년 간 후지게 만들어왔다”며 맞대응하자 민주당 내 ‘처럼회’ 소속 민형배 의원이 송 전 대표를 거들며 욕설을 했다. 민 의원은 13일 한 장관을 향해 “어이없는 ××(이)네, 정치를 누가 후지게 만드느냐”라고 했다. 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단언컨대 정치를 후지게 한 건 한동훈 같은 ××(들)”이라고 썼다.  

이어서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 장관을 짐승을 뜻하는 ‘금수’(禽獸)라고 했다. 강성 지지자들은 해당 게시물에 ‘한동훈이 요즘 더 발광하며 짖는다. 무서우면 개는 짖는다’ 등 댓글을 달았다. 막말이 어지러울 정도가 됐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한동훈 장관에 대해서는 막말 공세를 펴기로 작심한 모양이다. 

그러나 국민의 힘은 물론이고 민주당 내에서조차 “아무리 한 장관에 대한 불만이 많더라도 눈살을 찌푸릴 만한 욕을 하면 국민이 어떻게 보겠느냐” “국민의 정치 혐오가 상당 부분 이런 막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대 흐름 및 나이에 관한 송영길의 착각

나이 든 사람을 공경하라는 가르침을 받고 자란 한국인들은 웬만해선 어른들과의 시비를 삼갔었다. 시대 흐름에 걸맞지 않게 어른들의 갑질이 지속되자 어른 공경의 풍습은 얼마 전부터 거꾸로 어른 비하로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너 몇 살이야?”라는 막말에 대해 요즘은 젊은이들도 참지 않고 “나이가 벼슬이냐?” “상놈 벼슬이 나이라더라!” 심지어 “틀니!” 등의 모욕적인 표현으로 맞대응한다. 바람직한 건 아니지만 큰 흐름이 그렇다. 

송 전 대표의 착각은 우선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됐다. 한 장관에 대해 공격하려면 법무 행정의 잘못이나 나아가 국회에서 한 장관의 과도한 맞대응 등에 대해 설득력 있게 지적했어야 했다. 대뜸 나이를 들먹이며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욕설로 나갔으니, 요즘 세태에서 공감을 살 수 없는 건 당연한 노릇이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비판이 나오지 않는가.

또 다른 착각은 ‘나이’ 기준에 대한 완벽한 착각이다. 쉰 살의 한동훈이 ‘어린놈’이다? 쉰 살이면 가정에서는 장성한 자식들을 둔 가장이며 요즘 기업에서는 퇴출을 걱정해야 할 나이다. 예순 살인 자신에 비해 적은 나이라고 거침없이 어린놈이라고 하는, 함량 미달의 의식 수준은 유권자 뇌리에 깊이 각인됐을 수밖에 없다. 자신뿐만 아니라 야권 전체에 크게 누를 끼칠 터이니 뒤늦게라도 반성문을 쓸 일이다.

‘5초만…!’, 공익광고를 생각한다

송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를 뿌린 혐의로 수사를 받는 사람이다. 한 장관을 향한 막말 외에도 “이게 무슨 중대한 범죄라고 6개월 동안 이 XX을 하고 있느냐. 미친 X들 아니냐”라고 원색적으로 공권력을 비난했다. 돈 봉투를 뿌리는 게 정치권에서 흔히 있어온 관례였다면 그거야말로 적폐청산의 대상이 아닌가? 고무신 돌리기에서 돈 봉투 돌리기로 진화해 온 후진 한국정치의 민낯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이게 무슨 중대한 범죄”라니…!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그만한 정치경력을 쌓아온 송 전 대표가 할 말은 아니었다고 본다. 흥분한 상태에서 ‘내 편’만 있는 출판기념회였으니 그런 막말이 나왔을 거다. 그 장면을 보며 요즘 인기를 끄는 ‘5초만…!’이라는 공익광고가 떠올랐다.  5초만 기다린 후에, 5초만 참은 후에 행동하라는 그 광고는 송 전 대표 등이 참고할 만한 광고가 아닌가 싶다. 

당장 한동훈 장관에 대한 화풀이야 되겠지만 자신들과 민주당에 얼마만 한 피해를 줄지는 5초만 생각해 보면 이내 알 일이다. 우선 지역구의 무당층 유권자와 그중 젊은 유권자 수를 셈해 보면 내년 총선에서 이번 사태로 인한 표 손실이 얼마나 될지는 이내 계산될 거다. 강성 지지층 결집 효과? 강성 지지층은 굳이 이런 손실을 감수하지 않아도 될 부동의 지지 세력 같은데….

이슈를 이슈로 덮는다?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등 요즘 국민의힘의 어젠다 선점을 이 ‘소란’으로 덮어본다? 필자의 관찰로는 덮기는커녕 ‘자살골’만 됐을 뿐이다. 필자가 국민의힘이라도 당장 민주당은 ‘노인 저격당’에서 ‘청년 저격당’으로 전환했다고 공세를 취할 거다.  

86운동권 세대 청산론이 나오는 이유

송영길 전 대표는 서른일곱 살에 국회의원이 됐고 마흔일곱 살에 인천시장이 됐다. 당시 사회 기준으로는 ‘어린 사람’이 엄청나게 빨리 출세했다. 운동권 '86세대'의 맏형으로 불려왔다. 그리고 얼마전부터 스스로를 586기득권 이라고 규정하며 용퇴를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송 전 대표를 비롯한 대부분의 86세대 의원들이 용퇴는 다시 미뤄두는 모습이다. 당연히 ‘86’의 후배 세대들이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어느 40대 민주당원은 “86 의원 중 한 분은 이번에 공천을 받으면 일곱 번째다. 30년 동안 누린 혜택을 또 누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70년대생은 ‘86’들 수발들다가 시간 다 보냈고, 이젠 80년대생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1970년생은 이제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민주당 내의 그런 불만이 아니더라도 ‘86세대는 운동권으로 별 한번 달았다는 걸로 평생을 누려왔다’며 이젠 기득권을 내려놔야 할 때라는 사회 전반의 주문이 이어져왔다. 그런 차에 이번 한동훈에 대한 잇단 욕설 사태가 빚어졌으니 86에 대한 기득권 포기 요구가 더 거세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텃밭 지키려면 한동훈 ‘충고’가 그나마 약

한 장관의 언급이 어찌 보면 민주당에 약이 될 쓴소리로 들린다. 한 장관이 설마 민주당 잘되라고 충고했겠느냐마는 결과적으로 약이 될 거라는 얘기다. 

“송 전 대표 같은 분들이 열심히 사는 다수 국민 위에 군림하고 훈계해 온 것이 국민 입장에서 억울할 일이고 바로잡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얼른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라는 얘기가 될 터다. 

이어 송 전 대표의 나이를 언급하며 “60세인 다른 국민들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역사를 이끌어온 분들이고 지금도 이 사회의 중추적 현역 생활인으로서 사회에 기여하고 가족을 지키는 역할을 하신다”라며 86세대에게 ‘가족을 지키는 역할’을 주문했다.  

민주당의 반감을 사는 한 장관의 말들은 곱씹어 보면 민주당에 득이 될 만한 것들이 꽤 있다. 이번 말도 민주당이 접수해 볼 만한 얘기들 아닌가?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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