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에 전전긍긍하는 국민의힘, 이해불가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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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에 전전긍긍하는 국민의힘, 이해불가 [기자수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12.13 14: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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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관련자 단죄하고 하나회 청산한 건 김영삼…왜 국민의힘은 침묵하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영화 ‘서울의 봄’ 흥행을 대하는 국민의힘의 태도가 이상하다. ⓒ연합뉴스
영화 ‘서울의 봄’ 흥행을 대하는 국민의힘의 태도가 이상하다. ⓒ연합뉴스

희한한 일이다. 영화 ‘서울의 봄’ 흥행을 대하는 국민의힘의 태도가 이상하다. 분명 반가워해야 마땅한 일인데, 전전긍긍(戰戰兢兢)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영화 ‘서울의 봄’의 질주에 반색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불의한 반란 세력과 불의한 역사에 대한 분노가 불의한 현실을 바꾸는 힘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고, 이재명 대표도 “사적 욕망의 권력 카르텔이 국민의 삶을 위협하지 않도록 비극의 역사를 마음에 새기겠다”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 역시 현 정권이 영화 ‘서울의 봄’을 꼭 봐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군복 대신 검사의 옷을 입고, 총칼 대신 합법의 탈을 쓰고 휘두르는 검사의 칼춤을 본다”고 주장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아예 단체관람 행사를 주최하겠다고 나섰다. 영화 ‘서울의 봄’ 흥행을 호재(好材)로 바라보는 듯한 모양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불편함이 읽힌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11월 29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가 “같은 감독이 만든 영화 ‘아수라’를 보시라고 다시 한 번 권해드리고 싶다. 누가 많이 떠오르지 않나”라며 “자꾸 상대를 몇 십 년 지난 군사정권과 결부시켜서 악마화하는 것은 나쁜 정치”라고 말했다. 매우 수세적인 태도다. 심지어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영화 ‘서울의 봄’을 ‘좌파 영화’라고 매도하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지금의 국민의힘이 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으로 이어진 보수정당의 후예라는 건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12·12 군사반란을 단죄하고, ‘하나회’를 숙청한 건 민주자유당 출신인 김영삼(YS) 전 대통령이었다.

영화 ‘서울의 봄’이 그려냈듯이, 당시 하나회는 군부 내 요직을 독점하고 있었다. YS가 대통령 자리에 올랐지만, 여전히 하나회는 마음만 먹으면 정권도 뒤엎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다. YS가 하나회 숙청에 돌입하자 일부 하나회 소속 군인들이 ‘고려시대 무신정변이 왜 일어났는지 아느냐’고 공공연히 협박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YS는 목숨을 걸고 하나회 숙청을 단행했다. 이 땅에 두 번 다시 ‘정치 군인’이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후 문민정부가 안정화되자 YS는 ‘역사 바로세우기’ 작업을 통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고,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키며 광주의 명예를 회복시켰다.

개인의 목숨은 물론 정권의 명운까지 걸고 하나회를 청산해 다시는 12·12 군사반란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만든 대통령은 YS였다. 12·12 군사반란의 책임을 물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처벌한 대통령도 YS였다.

이뿐만 아니라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정해인이 연기했던 고(故) 김오랑 중령의 명예회복을 주도했던 사람은 제19대 국회 때 국방위원장을 맡았던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었다. 영화 ‘서울의 봄’의 배경이 된 12·12 군사반란의 불행을 치유하려 노력하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건 모두 보수정권의 인물들이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방어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12·12 군사반란을 단죄하고 하나회를 청산해 이 땅에 영속적인 민주화를 가져온 사람이 YS라는 사실을 국민의힘이 나서서 알려야 하지 않을까. 지금 같은 모습은 국민들이 보수정당을 ‘민주화투사 YS의 후예’가 아닌 ‘군사독재정권의 후예’로 인식하게 만들 뿐이다. 차제에 국민의힘도 과거사를 확실히 정리하고 함께 ‘서울의 봄’을 즐기길 기대해 본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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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 2023-12-25 09:34:36
기자야, 민주정의당(민정당)은 쏙 빼놓고 얘기하네??
1212쿠데타출신 정치세력인 민주정의당(민정당)과 516쿠테타 출신 김종필세력이 합당한 민자당부터 얘기하냐??

엄연히 국민의 힘의 뿌리는 민정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