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龍대전’을 주목한다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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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龍대전’을 주목한다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11.26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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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元, 정치생명 걸고 가장 센 상대와 붙겠다”
“이재명 ‘계양을’서 明龍대전 성사되나”
“元의 도전과 李의 응전, 총선 최고 승부처”
“어느 종교인, 그곳에서 ‘신의 심판’ 내려진다”
“불리함 안고 도전하는 元의 결기에 일단 박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년,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년,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국민의힘 의원들이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나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각자도생을 위한 계산에 바쁘다. 자기 한 몸의 희생을 통한 공생보다 우선 자기부터 살아남기 위해 각자도생을 선택하는 건 통상적인 정치인들의 모습이다. 평범한 정치인들의 그런 선택을 탓할 수는 없다. 심지어 대통령 선거에서 자당이 패하더라도 자신이 국회의원 되는 게 우선인 것이 대부분 국회의원의 속마음 아닌가. 

그러니 인요한 혁신위가 아무리 공생을 얘기해도 대부분 의원들에겐 마이동풍이 될 수밖에 없다. 원희룡이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한동훈 장관과 함께 어쩔 수 없이 총선에 차출될 것으로 일찍이 예측은 됐지만(7월 21일 자 본 칼럼란 ‘아까운’ 원희룡·한동훈 장관’) 최강의 상대를 선택해 승부수를 던지는 건 예상 밖이다.  

이 대표가 피하지 않는 한 결투 벌어질 것

원 장관이 스스로 “가장 센 상대와 붙겠다”고 밝혔고 여권 내부에서도 원 장관의 인천 계양을 출마 의견이 나온 것으로 미루어 여권에서는 이미 합의가 이뤄진 모양새다. 남은 건 이 대표가 원 장관의 결투 신청을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다. 

인천 계양을은 2012년 19대 총선 이후 줄곧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후 6·1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민주당엔 호남권 못지않은 우군 지역이다. 이 대표로서는 안심하고 원 장관의 도전을 받아들일 만한 곳이기도 하다. 언론에서는 이들의 결투를 기정사실화, ‘명롱(明龍)대전’으로 명명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변수가 없지도 않다. 이 대표 입장에선 원 장관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상대다. 원 장관은 지난 대선 때 ‘대장동 1타강사’ 소리를 들으며 줄곧 자신에 대한 저격수 역할을 했다. 암만 계양을이라지만 일말의 불안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최선의 안전벨트는 비례대표로 피해 가는 선택이다. 

그러나 그건 총선 초장부터 민주당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놓는 일이 될 터여서 당대표로서 선택할 일이 못 된다. 결국 ‘명룡 대전’은 성사되리라고 보는 게 현재로선 맞는 예측이다. 

어느 종교인 “계양을은 신의 심판소”

이 대표는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한다. 반면 원 장관은 대장동 일타강사로서 줄곧 이 대표의 유죄를 주장해 왔다. 재판이 계속되고 있으니 아직 어떠한 예단도 금물이다. 그런 상태에서 사법적 판단이 지루하게 미뤄지고 있어 이번 대결에 국민들의 시선이 더욱 쏠리는 것이다. 

어느 종교인은 ‘신의 판결’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중세의 마녀사냥이 끝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정의의 사법 판단을 앞당기는 신의 계시가 이뤄질지를 기다린단다. 

‘신의 판결’에 앞서 현실 상황에서는 ‘원 후보’의 불리함이 분명해 보인다. 앞서 얘기한 민주당 안방이라는 점 외에도 주민들의 인지도에서도 그렇다. 하루가 멀다고 뉴스에 등장하는 야당 대표와 일개 부처 장관 간에는 인지도가 크게 차이 날 수밖에 없다. 또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는 거대 야당 대표와 일개 장관의 표심을 공략할 ‘무기의 질과 양’도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구경꾼 입장에서는 관람의 흥미를 다소 감소시키는 양측의 여건 차이다.  

약자 원 장관의 ‘남는 장사’

그러나 3선 의원에 제주지사를 두 차례나 지낸 원 장관이 무턱대고 달려들었을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원 장관의 발언을 다시 확인해 보자. 지난 21일 기자들에게 자신의 인천 계양을 출마설이 도는 것과 관련해 “필요한 일이라면 어떤 도전과 희생도 마다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험지  중에서도 이 대표와 맞붙을 계양을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며 이어 기다렸다는 듯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원 장관을 ‘실세 국토부 장관’이라고 치켜세웠다. 

친윤 핵심과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에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일단 원 장관은 당내에서 적지 않은 점수를 얻은 셈이 됐다.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원 장관이 너무 고맙단다.  

이와 맞을 매라면 자청해서 맞겠다는 계산이 깔렸을 듯 싶기도 하다. 역시 ‘수석’ 글자를 앞에 달고 다니는 원 장관답다는 생각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 험지인 계양을에서 원 장관이 낙선하더라도 큰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며 “근소한 차로 패배하면 지고도 이겼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확한 분석이다. 총선을 계기로 원 장관은 차기 대선 주자로 확실히 발돋움하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원 장관은 명룡대전에서 밑지지 않는 장사, 남는 장사를 하게 된다는 얘기다. 거기에 용기와 결단력까지 보여췄으니 몸값은 더욱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전투’ 보는 국민의 시선 

그들로서는 피 말리는 전투가 될 테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이와 원의 결투는 심각하다기보다는 흥미진진한 구경거리일 뿐이다. 그 전투의 진행 상황과 결과가 정치권 전반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긴 하지만, 정치권에 큰 기대를 접은 지 오래인 국민들은 한 발 떨어져 정치인들의 이전투구를 즐기는 여유를 가질 정도가 됐다는 얘기다. 그런 정치 혐오 현상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게 대한민국의 실제상황이다. 정치권만 아직도 실감하지 못할 뿐이다

민주당은 노인 비하, 청년 비하에 이어 여성 비하 등 잇따라 설화를 겪으며 살얼음판 위를 걷는 아슬아슬한 모습이고 국민의힘도 산뜻하게 출발하는 듯했던 인요한 혁신위가 기득권 세력과 부딪치며 계속 삐걱거리는 모습이 국민들의 정치 혐오증을 더욱 깊게 하는 중이다. 

이런 판이니 원 장관의 온몸을 던지는 투혼이 여야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일 수밖에 없다. 앞서 지적한 대로 기득권을 쥔 여야의 다선 의원 등에겐 난감한 일이 됐고 특히 이재명 대표에겐 피하기 어려운 난제로 다가왔다. 

총선일이 가까워져 올수록 여당의 경우 ‘한동훈 후보’의 광폭 행보보다도 ‘원희룡 후보’의 돌직구행보가 더욱 국민의 시선을 당길 것이며 그럴수록 앞서 소개한 어느 종교인의 ‘신의 심판’에 국민적 관심이 쏠릴 것이다. 

흥미진진한 드라마, 명룡대전의 성사를 그래서 더욱 기대하게 된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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