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풀고 플랫폼 조이고…엇갈린 규제 형평성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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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풀고 플랫폼 조이고…엇갈린 규제 형평성 ‘희비’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4.01.26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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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24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업계가 최근 의무휴업 폐지·플랫폼법 제정을 두고 규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의무휴업 10년 만에 사라진다

최근 해묵은 논란거리였던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폐지로 가닥 잡혔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2일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영업 제한 시간대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도 허용될 전망이다.

국무조정실은 서울 동대문구 홍릉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토론 결과 소비자들이 주말에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하는 원칙을 폐기하고, 대신 휴업일은 평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대도시와 수도권 외 지역에도 새벽 배송이 활성화되도록 대형마트의 영업 제한 시간 온라인 배송도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대형마트는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월 2회 의무적으로 영업을 쉬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은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이 의무휴업일로, 해당 일에는 온라인 영업도 할 수 없다.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10년 넘게 실효성 논란이 지속돼 왔고, 제도 존폐 여부를 두고 국회·소상공인 등을 중심으로 공방전이 오간 지 오래다.

의무휴업 폐지 방침에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앞서 대형마트업계에서는 규제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컸다. 이미 대형마트 전성기가 지난 시점인데, 과거 규제의 잣대를 유지하는 게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었다. 실제 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되던 당시와 현재 유통 시장은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없다는 점도 업계 불만이 높았다. 온라인 배송이 가능해지면 이커머스업체와의 경쟁도 보다 수월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들과 대형마트는 매장의 유무만 다를 뿐이지 같은 사업을 하는데 대형마트만 규제를 받는 역차별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됐다”며 “소비자들도 불편함을 계속 호소하고 있는데 누구를 위한 의무휴업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멀티호밍·끼워팔기 금지…플랫폼법에 설왕설래

반면 이커머스업계는 일명 ‘플랫폼법’ 입법화를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플랫폼법이란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한 뒤 이들의 반칙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배적 사업자들에게 각종 의무를 부과해 사전에 독점적 지위를 활용한 불공정행위 등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주요 규제 행위는 △멀티호밍 제한(입점사업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최혜대우 요구 △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이다.

업계는 플랫폼법이 도입될 경우 쿠팡,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이 규제 대상 기업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다.

규제 대상에 오르는 기업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쿠팡은 유료멤버십 와우 회원에게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끼워팔기에 해당할 소지가 있으며, 쿠팡이츠(배달앱) 할인 혜택 등은 자사우대 논란을 불러 올 수 있다. 일각에선 온라인만 규제 강도가 높아지는 점에 대해 오프라인 유통업체와의 역차별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현재 이커머스에서 제공되고 있는 멤버십 혜택, 저렴한 PB 제품, 새벽배송 등의 서비스들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소비자정책 감시단체 ‘사단법인 컨슈머워치’는 플랫폼법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주장하며, 지난 9일부터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명 인원은 5000여 명이다. 컨슈머워치는 “공정위가 제정하려는 플랫폼법은 소비자 후생을 떨어트리고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것”이라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의무휴업 폐지와 플랫폼법 모두 실제 시행까지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남아 있다. 

의무휴업 폐지를 두고는 소상공인 사이에서 아직 반발이 거세다. 일부 야당 의원들도 의무휴업 무력화를 규탄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전국소상공인위원회는 정부의 의무휴업 폐지 추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을의 입장인 소상공인을 정부가 기본적인 권리를 부여해 보호하지 않는다면 늘 대기업 앞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직후 의무휴업 규제 폐지를 추진했다가 소상공인의 반발로 이를 접었던 사실을 기억하라”며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 폐지와 영업제한시간의 온라인 배송 허용 추진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플랫폼법 역시 관련 업계와 일부 소비자단체가 법 제정에 반발하고 있어 협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정위는 관련 기업들과 소통에 나섰지만, 의견 차가 큰 만큼 이른 시일 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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