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 조’가 본 홍콩ELS 사태후 은행의 미래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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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조’가 본 홍콩ELS 사태후 은행의 미래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03.12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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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은연회장,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홍콩ELS 사태로 은행권 자산관리 서비스 당분간 위축
은행산업 경쟁력 제고 위해서는 자산관리 고도화 필수
“은행 생존 위해선 디지털 기반 통합 자산관리로 가야”
횡령등 내부통제 우려 커져…은연 자율규제 역할 강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지난 11일 은행회관 2층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오늘 고수현 기자

홍콩 H지수 연계 ELS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예금에 가입하러온 70대 노인에 고위험상품인 ELS를 판매하거나 80대 노인에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 않고 가입을 종용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 구멍이 뚫린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 등 홍콩ELS 판매사들에 엄중히 책임을 물을 계획인 가운데 배상기준(안)도 마련하며 사태 수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금감원이 홍콩ELS 배상기준안을 발표한 날인 지난 11일은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의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이기도 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날 기자간담회의 최대 화두는 ‘홍콩 ELS’였습니다. 모두발언 후 이어진 Q&A 시간에 관련 질의가 쏟아지자 조용병 회장이 “ELS가 워낙 따끈따끈하다보니 저도 머리가 따끈따끈하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내뱉을 정도였죠.

조 회장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오늘(11일)이 출발선상에 있다고 본다”며 “각 은행들이 처한 입장들이 조금씩 다 다른데, 이걸 잘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통을 하도록 하겠다”며 방향성을 제시하는 선에서 말을 아꼈습니다.

대신 조 회장은 홍콩ELS 현황보다는 앞으로의 과제와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렸습니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자율규제 중심의 내부통제 강화와 자산관리 중심의 비이자이익 확대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는 은행(지주 포함) 경력 40년의 베테랑인 ‘엉클 조’가 내다본 은행산업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먼저 조 회장은 앞으로의 은행산업에서 자산관리가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번 홍콩ELS 사태로 인해 자산관리 부문이 위축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고객 선택권 확장 면에서도 은행의 자산관리 서비스는 이전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아울러 은행이 자사관리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홍콩ELS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우리은행의 경우 자산관리 명가 도약을 올해 목표로 내세우고 관련 인재를 영입하는 등 최근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만약 홍콩ELS 판매 책임을 지고 다른 시중은행들이 관련 상품을 판매하지 못한다면 우리은행은 포트폴리오를 하나 더 쥘 수 있게 됩니다. 당연히 우리은행 고객도 그만큼 선택권이 넓어지게 되죠.

은행연합회 중심으로 규제 완화를 위한 움직임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로 비이자이익(수수료) 확대에 걸림돌이 되는 진입 규제가 대상입니다.

이와 관련 조 회장은 “지금 은행 중심의 판매수수료 수익은 굉장히 한정적”이라면서 “자산관리 고도화를 이루면 고객과 은행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게 원론적 얘기”라고 밝혔습니다. 고객은 전문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은행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으니 양자에게 윈윈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는 한편으로는 은행이 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규제를 좀 완화해야 되지 않느냐’ 당국과 사원은행과 소통을 하면서 풀어나가야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죠.

조 회장은 내부통제에 대한 우려와 걱정도 드러냈습니다. 비단 이번 홍콩ELS 사태뿐만은 아닙니다. 횡령 등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규모가 커져도 너무 커졌다는 게 우려하는 대목입니다. 횡령규모가 크다는 건 장기간에 걸쳐 내부통제 시스템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니까요.

이에 조 회장은 “요새 이렇게(은행권 횡령사고 등을) 보면 개인적으로 금액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동안 내부통제에서 부족한 부분이 좀 많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들어 항상 내부에서도 크로스체킹 할 수 있게 각 라인에서 다 들여다봐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입장을 전했죠.

특히, 이 모든 주제를 아우르는 키워드는 ‘디지털’이었습니다.

조 회장은 고객과 기업으로 나눠진 은행의 영업채널이 디지털 기반으로 통합돼 자산관리로 가지 않으면 은행이 살아남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아울러 내부통제와 관련해서도 디지털 역량 제고를 통해 은행연합회 차원의 자율규제 강화도 강조했죠.

특히 은행의 수익성 제고를 위한 글로벌 진출과 관련해서도 ‘디지털’ 경쟁력을 중요요소로 꼽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 비용을 절감하면서 생산성은 끌어올릴수 있는 수단이라고 본 것입니다. 조 회장의 디지털 사랑은 그가 신한은행에 재직하던 시절부터 유명했습니다.

조용병 회장이 내다본 은행의 미래는 과거에도, 지금도 ‘디지털’인 셈입니다.

홍콩ELS 사태로 은행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상실된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이자중심 수익구조에서 탈피할 수 있을지, 이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낼지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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