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尹 대통령 지지자도 등 돌려…뚝심 아닌 ‘고집’ 심판 [4·10 총선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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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尹 대통령 지지자도 등 돌려…뚝심 아닌 ‘고집’ 심판 [4·10 총선결과]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4.04.12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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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175석·조국혁신당 12석…與, 108석 개헌저지선 확보 간신
정권심판 구도, 이슈·인물 압도…“김건희 여사 등에 박절하지 못해”
고물가·고금리 민생난에 ‘이조심판’ 외친 韓…‘대파’ 논란, 분노만
야당과 협치없던 尹 대통령 ‘불통’‘독선’…의정갈등 장기화로 피로누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을 밝히며 인사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22대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민주연합이 175석으로 원내 1당을 차지했다. 국민의힘·국민의미래는 108석을 확보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있는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로 12석을 확보했다. 대선·지선 승리 2년 만에 돌아선 민심이 확인됐다. 

역대 어느 여당도 이런 참패는 겪지 않았다. 국민의힘으로썬 아주 조금 나아졌을 뿐, 21대 총선 수준(103석, 무소속 포함 107석)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국민의힘은 ‘참패는 했지만 100석은 지켰다’며 야당 과반 저지는커녕 개헌저지선을 지키는 데 만족하는 신세가 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2일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모든 것은 누적의 결과”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국정지지도가 30%대 후반쯤 되는데, 지지하지 않는 50% 이상이 윤 대통령에게 갖는 거부감이 굉장히 강고하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그는 부정 이유로 ‘불통’ 등을 들었다. 

민주당의 승인과 국민의힘의 패인 모두 ‘정권심판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3년은 너무 길다”는 선명한 구호를 내건 조국혁신당이 표심을 빠르게 흡수한 것이 대표적 예다. 통상 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은 역풍을 불러왔는데, 이번에는 없었다. 조국 대표가 자녀 입시비리·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등으로 2심에서 이미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도 국회 입성의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불법 대출 논란의 민주당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와 김활란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민주당 김준혁 경기 수원정 후보가 당선된 사실 또한 정권 심판 구도가 인물·이슈를 모두 압도했음을 방증한다. 

정권심판론의 한 축은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건 ‘공정과 상식’ 기치의 몰락이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 대처는 미흡했고, 정부가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선거 한 달 전 돌연 주호주 대사로 임명시킴으로써 국민들에 실망을 안겼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12일 통화에서 “이종섭 전 호주대사 출국으로 잊던 윤석열 대통령의 존재감이 다시금 부각된 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이것이 총선 구도가 이재명 대 한동훈에서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바뀐 분기점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이종섭 출국문제·대통령 민생토론회·의료진과 간담회. 세 뉴스가 없었으면 국민의힘이 10~20석은 더 얻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한 축은 ‘좌파, 우파 아닌 대파’ 논란으로 상징되는 민생난이다. 윤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은 고물가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그 상황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취임 초기 ‘586 청산론’, 선거 직전엔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으로 ‘이재명·조국은 범죄자’임을 강조했다. 고물가·고금리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일상과 동떨어진 구호로 정치에 대한 피로감만 안겼다. 

이동수 대표는 “여당 지도부라면 경제·외교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야당처럼 (586·이조) 심판하겠다고 나섰다. 책임 있는 집권여당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 태도도 있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20% 이상 높게 나타나는 상황이 1년 반 이상 이어지며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었던 무당층 유권자는 물론 보수층도 돌아섰다는 이야기가 적잖이 들려왔다. 

지방선거 직후 국민의힘은 당헌 개정까지 해가며 무리하게 이준석 대표 체제를 무너뜨린 뒤 비대위로 전환했다. 지난해 3월 전당대회 때 유력 당권주자였던 나경원·안철수가 친윤계 압박으로 밀려났다. 선거연합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20·30 남성, 중도층이 지지층에서 서서히 이탈했다. 

윤 대통령은 부정 평가 이유로 자주 등장하는 ‘불통’ ‘독선’ ‘오만’ 이미지를 거두지 못했다.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추진하겠다면서 야당과의 협치 시도는, 적어도 국민 눈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1월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23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에서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심’을 자처하는 후보를 대표로 앉힌 결과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패였다. 지난해 8월 대통령이 보궐선거 원인제공자인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사면·복권함으로써 선거 출마의 길을 열어줬고, 여당 내 ‘노(No)’를 외칠 지도부는 부재했다. 국민의힘 참패로 민심 이반이 확인됐고, 이후 보수 언론까지 가세해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경고음을 울렸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이후 국민 다수 지지를 받았던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건은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 장기화로 윤 대통령의 불통·독선 이미지를 강화했다. 

국민의힘 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들어선 한동훈 비대위 또한 정권심판론을 희석하고 중도 외연을 확장할 만한 전략이 부재했다. 우선 영남 인사로만 꾸려진 국민의힘 선대위 종합상황실로 수도권 선거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단 평가가 나온다. 상황실장을 맡은 이만희 의원은 경북 영천·청도를 지역구로 뒀으며, 부실장은 대구 달서갑 홍석준·경북 고령·성주·칠곡 정희용 의원, 주진우 부산 해운대갑 후보로 모두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인사다. 국민의힘은 영남 65석 중 59석을 가져가 지난 총선 영남에서 얻은 결과보다 더 큰 승리를 거뒀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 마련된 조국혁신당의 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 조국 대표를 비롯한 시도당위원장 24명의 비례의원후보와 당직자들이 참석해 개표방송을 지켜본 후 환호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 마련된 조국혁신당의 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 조국 대표를 비롯한 시도당위원장 24명의 비례의원후보와 당직자들이 참석해 개표방송을 지켜본 후 환호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민주당 승리 원인으로도 ‘정권심판론’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월 말~3월 초 불거진 민주당 내 공천 논란도 대세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

67%에 달하는 높은 투표율과 조국혁신당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통상 총선 투표율 60% 이상인 경우 민주당 진영, 55% 밑인 경우 보수 진영이 선전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67%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대승을 거뒀다. 

조국혁신당이 들고나온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구호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불만이 있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에 표 주기는 주저하던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고 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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