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유현 기자)
박진회 수석부행장이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 퇴임으로 공석에 있던 차기 행장 자리를 맡게 됐다.
이 같은 발표 직후 씨티은행 본관엔 노조로 가득 찼다. 이들은 '박 행장 취임 결사반대'를 외치며 박 신임 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과 함께 천막 농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7일 씨티은행은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와 주주총회를 잇달아 열고 박 수석부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임명했다.
행추위는 "박진회 수석부행장은 1984년 씨티은행 서울 지점에 입사한 후 씨티그룹이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박 수석부행장이 만장일치로 차기 은행장 후보에 선임됐다"고 박 행장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박 행장은 지난 1984년 씨티은행 서울지점에 입행하며 금융권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삼성증권 운용사업부담당 상무, 한미은행 재무담당 부행장을 거쳤다. 한미은행이 씨티은행에 인수된 2004년 이후부터는 줄곧 부행장 자리를 지켰다.
때문에 하 전 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하며 사의를 표명하자 일찌감치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됐다.
이처럼 내부 출신 인사가 행장으로 선출됐음에도 노조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28일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박 행장은 그간 노사갈등의 원인이었던 하 전 행장과 '부자관계'라 불릴 만큼 각별한 사이다. 하 전 행장이 (KB금융 회장 후보 건으로) 그만둔다 해서 그냥 보내줬는데, 떠나는 순간 이렇게 자신의 주니어를 심어 놓다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박 행장은 하 전 행장 입김 속에서 놀아날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박 행장은 기업금융 쪽만 다뤘기 때문에 소비자금융이 무엇인지 몰라 전체를 아우르는 경영을 할 수 없다"며 "또한 그는 중견 기업 대출을 존폐 기로에 놓이게 만든 능력 없는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날 오전 노조위원장과 박 신임 행장의 일대일 독대가 이뤄진 뒤 노조 측 분위기는 어느 정도 수그러든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위원장이 박 행장을 만나 노조 측 의견을 전달하고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며 "어떻게 이야기가 끝나느냐에 따라 향후 노조 측 입장을 다시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