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준 "홀가분하다"…국민은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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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준 "홀가분하다"…국민은 '씁쓸'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10.21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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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반복되는 선거용 개각, 국회의원 장관 겸직 금지로 근절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새누리당) ⓒ 뉴시스

"세월호 사고처럼 있을 수 없는 큰 사고를 맞아 사기도 많이 저하돼 일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해양수산부가 어떤 일을 할지 방향성을 제시하고 여러 성과를 낼 기반을 만든 점은 상당히 위안이 된다. 해양수산부에 오랫동안 몸담은 분이 장관 내정자가 돼 해수부의 안정적인 운영이 예상된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2015년 10월 2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새누리당)이 21일 "마음이 홀가분하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차기 총선 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내려놓고 국회에 복귀할 예정입니다. 앞선 발언은 같은 당 김종배 의원이 복귀 소감을 묻자 답한 내용입니다.

취임 7개월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의원의 지적에 대한 유기준 장관의 답변도 한번 살펴볼까요.

"그렇게 결론을 내고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인사는 내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다. 내 의사가 아니라 임명권자가 판단하는 것이다. 내가 처음 시작할 때 내 거취문제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예상된 부분인데 거론한다면 답변하기 아주 곤란하다. 다만, 예상된 일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길지 않은 시간 장관직에 있어 해수부에 대해 다르게 평가할 소지를 줬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2015년 10월 2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일찍이 "예상된 일"이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그리고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자신의 의사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의사라고 말했습니다. 친박(친박근혜)계 중에서도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유 장관이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보기 힘든 광경까지 연출됐네요.

유 장관의 말대로 선거를 앞둔 청와대의 정치인 장관 조기 개각은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김진표 경제부총리, 권기홍 노동부 장관, 한명숙 환경부 장관 등을 교체해 총선에 출마시켰고요.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2010년 6·2 지방선거 무렵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교체해 경남지사에 출마케 했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20대 총선 목전에서 유기준 장관과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총선 출마 예정자를 내보냈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도 순차적으로 새누리당에 복귀할 예정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선거용 개각'이라고 합니다. 여당의 선거 승리가 불투명할 때 당선이 유력한 정치인을 선거에 내세우기 위해서, 또는 원내에 자신들의 측근들을 진입시켜 국회에 대통령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지요.

'선거용 개각'은 행정부의 업무추진력을 저해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낳을 공산이 크다는 측면에서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이는 앞서 유 장관도 "오랫동안 해수부에 몸담은 분이 장관 내정자가 돼 해수부의 안정적인 운영이 예상된다"며 인정했네요.

미국, 프랑스 등 선진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국회의원이 행정부의 장관으로 임명되는 것을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매정권마다 반복되는 '선거용 개각'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 금지를 법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욱이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모두 공약했던 사안입니다.

국회에서도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 금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2009년 당시 한나라당 진영 의원(현 새누리당)이 국회의원의 입각을 막는 내용이 담긴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었고요. 2012년에는 새누리당이 국회 쇄신 차원에서 특임장관을 제외한 국회의원의 총리 및 장관 겸직을 금지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었죠. 하지만 의원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이는 모두 무산됐습니다.

정치인들이야 명함에 장관 경력 한줄 넣고 선거에 출마할 수 있어 "마음이 홀가분"하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씁쓸합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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