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과 안철수의 경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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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과 안철수의 경제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1.30 17: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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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시대는 '혁명보다 뜨거운 개혁'을 요구한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분배 문제에만 관심이 있다고 평가된다. 성장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국민의당은 성장과 분배는 따로 떨어진 게 아니라 서로 연결된 선순환 구조로 만들어야 하고,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성장 과실을 분배로 연결시키면 분배의 결과로 성장과 연결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2016년 1월 29일, 국민의당 기획조정회의)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지난 29일 국민의당의 경제 정책 기조를 밝혔다.

성장을 하지 않으면 서민이 큰 고통에 시달리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처럼 분배만 강조해선 안 되고, 성장과 분배를 선순환시켜야 한다는 게 안 의원의 입장이다.

본론부터 말하면, 기자는 안 의원이 밝힌 자신과 국민의당의 경제관에서 MB(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느껴진다.

더민주당을 탈당하기 전 안 의원이 직접 주최한 간담회에서 그가 한 발언과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했던 발언, 그리고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2010년 광복절 경축사, 끝으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014년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의 대담 자리에서 했던 발언을 차례로 살펴보자.

"첫째 성장해야 하고, 둘째 공정한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 성장한 것이 제대로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 그래야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다시 성장할 수 있는 쪽으로 선순환될 수 있다. 공정한 제도 하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되는 경제를 만들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의원, 2015년 9월 1일, 공정성장론 간담회)

"경제민주화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경제를 구축해 모든 경제주체들이 성장을 나누고 땀을 흘리면 성공한다는 희망을 가지면서 같이 성장하는 경제 구조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2012년 11월 8일, 경제5단체장 간담회)

"경제 위기 속에서 세계의 지도자들은 지속적 성장과 공동 번영을 위해 새로운 질서와 윤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공정한 사회'라는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나는 앞으로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공정한 사회'라는 원칙이 확고히 준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제는 경제의 양적 성장을 국민 각자의 삶의 질 향상으로 적극적으로 연계시켜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2010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

"경제 성장으로 지탱해 왔던 한국 자본주의는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최우선 국가목표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성장을 이뤄내 그 '성장의 과실'을 정의롭게 나눠야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2014년 12월 4일, 마이클 샌델 교수와의 대담)

네 사람이 사용한 논리와 표현, 그리고 발언 내용의 구성이 무척이나 흡사하게 느껴지는 건 단순히 기자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이들 모두 '분배'에 앞서 '성장'을 강조했고, '성장의 과실'은 '공정한 제도'·'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경제'·'공정한 사회'·'정의로움'을 토대로 분배해 '선순환' 경제를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네 사람의 제시한 경제관은 '신자유주의'와 일맥상통한다.

신자유주의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이론이다. 신자유주의는 자유시장과 규제완화, 재산권을 중시한다. 신자유주의론자들은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지만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은 경제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오히려 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준칙에 의한' 소극적인 통화정책과 국제금융의 자유화를 통하여 안정된 경제성장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출처: 두산백과)

언뜻 보면 통화주의로 읽힐 수 있지만, 기자가 이해한 신자유주의는 자본의 '섬세한 이동'을 통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추구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성장이란 기업가들의 공격적인 투자를 말하며, 분배란 성장의 과실을 임금으로 노동자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장실패는 '최소한'의 정부 개입과 제도 보완(준칙에 의한)으로 사전·사후에 수정·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자본의 '섬세한 이동'이 이뤄지고,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 원활해진다. 그렇지 않으면 '부익부 빈인빈'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은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성장은 이뤄졌지만 분배는 멈췄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자본의 '섬세한 이동'이었지만, 위정자와 자본가들은 규제완화 등 자유방임이 그것이라며 이데올로기를 호도하고 악용했다. 분배를 제대로 받지 못한 노동자들에게는 더 이상 일할 요인이 없었다. 성장의 과실은 소수 최상위 계층만 누릴 수 있었다. 양극화는 심화됐다.

현재 신자유주의는 세계 유수의 경제학자들로부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실패한 이데올로기를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지도자는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였다. DJ는 IMF를 극복해야 한다는 미명(美名) 아래 다수의 국공유기업을 민영화했고, 부실한 재벌 대기업을 구제했다. 벤처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그리고 정리해고를 법제화했다.

국민의정부의 경제 정책의 목적은 오로지 자본과 이윤 증대(성장)였다. 노동자들은 희생을 강요당했다. 이 과정에서 소수 최상위 계층의 소득은 늘었고, 하위 계층의 소득은 줄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초기에 이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했지만 이내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핑계를 대고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흐름을 탔다. 2007년 4월 2일 타결된 한미 FTA는 노 전 대통령의 작품이었다.

'비즈니스프렌들리'를 표방한 MB는 이 흐름에 방점을 찍었다. MB는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완화했고, 법인세를 인하했다. 그리고 노조활동을 크게 위축시켰다. 결과는 재벌 대기업 사내유보금과 가계부채의 급증이었다. 청년 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된 것도 이때다.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민주당, 그리고 무소속 안철수 진영은 모두 이 같은 현실에 주목해, 모두가 비슷한 경제 정책 공약을 내세웠다. 결과는 경제민주화로 '좌클릭'에 성공한 박근혜의 승리였다. 이에 대한 결과는 우리 모두가 목도하고 있다.

기자는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이 표방하는 '공정성장론'의 미래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감히 전망한다.

'공정한 제도'로 '혁신 성장'과 '공정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것은 곧 자본을 통제하겠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자본은 재벌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 재벌의 힘은 비단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등 사회 각 분야에 뻗쳐있는 게 현실이다. 제도의 수정·보완을 통해 이를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안 의원이 말하는 '공정한 제도' 자체에도 의구심이 든다.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는 지난 19일 의원단 회의를 통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원샷법(기업활력제고를위한특별법)'을 처리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원샷법은 기업 인수, 합병 등 주주총회를 개최해야만 하는 중요 기업 현안들을 이사회 결의로 갈음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예외적 특례를 제공하는 법안이다. 주주총회를 무력화하고, 주주권을 약화시켜 재벌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과연 이 같은 규제 완화 정책으로 '혁신 성장'과 '공정 분배', 나아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안 의원의 '공정성장론'과 MB의 '비즈니스프렌들리',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차이점이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은 이 같은 시장만능주의에 기반을 둔 신자유주의를 설파할 때가 아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이 어떠한가.

정부 고위급 관료 대부분은 행정부·사법부·입법부 가릴 것 없이 재벌 대기업의 임원으로 들어간다. 정권에 아첨한 인사들은 정부 산하 공공기관·공기업으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 사장·이사·감사 등 감투를 쓰고 두툼한 배를 두드린다. 이들의 자식들은 각종 취업 청탁을 통해 부모의 '금수저'를 물려받는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전직 국무총리는 3000만 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가 밝혀져도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지만, 배가 고파 라면 10봉지를 훔쳐 달아나다 붙잡힌 절도범은 징역살이를 하고 있다.

재벌 대기업의 갑질 횡포는 아무리 지적해도 끝이 없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하나의 인격이 아닌 소유물로 치부하는 이들의 행태는 '남양유업 사태', '대한항공 땅콩 회항', '몽고식품 상습 폭행' 등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항상 올랐지만 개선은커녕 반성의 기미조차 없어 보인다.

정치권은 국민을 위한 봉사보다 제 밥그릇 챙기기에 바쁘다. 선거를 앞두고는 국민들에게 연신 고개를 조아리고 악수를 청하지만, 금배지를 다는 순간 눈빛부터 달라진다. 민원을 제기하면 금품을 요구한다. 법과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

이제 시대는 식상한 '경제 살리기' 구호보다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친 '혁명보다 뜨거운 개혁'을 요구한다. 과거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가 문민정부에서 추진한 하나회 청산, 금융실명제, 공직자재산공개 등과 같이 기득권에 맞서는 움직임을 정치권에서 보여줘야 한다.

특히 실패한 이데올로기인 신자유주의와 이에 조응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확장하려드는 재벌 대기업에 대한 개혁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본질적인 '경제 살리기'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정치인들은 결단해야 한다. DJ·노무현·MB·박근혜의 경제 침체 합작품에 이름을 올릴 텐가, 아니면 '혁명보다 뜨거운 개혁'을 내세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주역이 될 것인가.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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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 2016-01-31 14:44:41
김영삼이 정권 막판에 노동법 날치기하면서 들여온 거 아님?
물론 정착시킨 건 김대중, 노무현이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