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패권 경쟁에 '선명성' 잃는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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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 패권 경쟁에 '선명성' 잃는 野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1.26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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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원샷법 합의·김종인 영입
국민의당, 이승만-박정희 찬양·천정배 합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강한 야당'이 사라졌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차기 대선을 향한 패권 경쟁 속에서 야권이 '선명성'을 잃고 있다.

'강한 야당'을 추구하는 모습이 아닌 자신의 정치적 외연 확장만을 위한 '우클릭' 행보에 야권 지지층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더민주, 원샷법 합의·김종인 영입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김종인 선대위원장 ⓒ 뉴시스

우선 더민주당은 최근 정부여당과 '원샷법(기업활력제고특별법)'을 처리키로 합의하면서 시민사회계의 지탄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여야는 오는 2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원샷법을 처리키로 합의했다. 동법은 기업의 실질적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정부의 심의 절차를 밟아 사업 재편 승인을 받은 부실 기업에게 △상법·공정거래법상 절차간소화 △고용안정 지원 △세제·금융지원 등 특례를 제공하는 법안이다.

시민사회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기업 인수, 합병 등 주주총회를 개최해야만 하는 중요 기업 현안들을 이사회 결의로 갈음할 수 있게 하는 등 예외적 특례 조항이 만들어지게 돼 재벌 대기업들이 이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표면적으로는 기업 부실화를 사전에 방지하는 법안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재벌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원샷'으로 해결해 주는 '재벌특혜법'이라는 것이다.

참여연대와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지난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법의 핵심 입법 취지는 주주총회의 실질적 무력화와 주주권 약화다. 소수 주주의 반대매수청구권 침해, 채권자의 권리침해, 주주총회 소집공고 기간 축소 등을 통해 소수주주와 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재벌의 경영권 승계에 집착한 나머지 이해관계자들의 권리를 도외시하는 불평등한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더민주당이 그동안 견지한 반대 입장을 하루아침에 뒤집었다. 무책임하고 원칙 없는 입장 번복이다. 국민 경제보다는 선거 득실을 우선시하는 정략적 합의"라며 더민주당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김종인 선대위원장 영입도 더민주당의 선명성 상실에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박정희 독재 정권에서 경제개발계획 실무위원을 지냈고, 전두환 신군부 시절에는 국보위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는 인사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전력을 두고 당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하지만 그는 "국보위 참여를 후회한 적이 없다"며 일거에 일축했다.

그러나 논란은 20대 총선이 막을 내리는 그날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한 외연·지지층 확장 차원에서 김 위원장을 영입한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국민의당, 이승만-박정희 찬양·천정배 합류

▲ 무소속 안철수 의원(위), 천정배 의원 ⓒ 뉴시스

국민의당 역시 선명성을 잃은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우선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호칭과 박정희 '찬양' 논란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14일 서울 강북구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참배한 자리에서 "어느 나라든 나라를 세운 분을 '국부'라고 평가한다. 우리도 (이승만에 대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11일 서울 국립현충원 박정희 묘역을 참배한 자리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 성장의 엔진을 거신 분"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이 이끈 산업 선장의 엔진을 다시 이 땅에 가동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빗발쳤다. 민주화 세력을 무시하고 독재를 미화하려 든다는 오해를 사기 충분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과 한 위원장이 신당 정체성 확립은 뒷전이고 차기 총선·대선을 염두에 둔 외연 확장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기류가 심상치 않자 한 위원장은 "이승만 국보 호칭은 사회 통합 관점에서의 진의였다.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며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폐를 끼쳤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 가운데 국민회의를 이끌던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선명성을 자해(自害)하면서까지 국민의당에 무리하게 합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천 의원의 진보성향과 국민의당이 추구하는 '중도 정당'의 간격이 크고, 새로운 호남 정치를 복원하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웠던 천 의원이 더민주당을 탈당한 호남 인사들이 가득한 국민의당에 들어가는 건 명분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천 의원의 지지단체 '호남 정치개혁 실현을 위한 새로운 길'은 26일 논평을 통해 "국민의당은 노선이 합리적 보수를 넘어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천 의원이 명확한 해명 없이 국민의당과 서둘러 통합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고 꼬집었다.

선명성을 현저히 잃은 천 의원의 합류가 결국에는 국민의당 전체의 선명성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호남 정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한 통화에서 "결국엔 어쩔 수 없는 정치공학적 결정이 아니겠느냐"면서도 "천 의원의 합류로 인해 향후 신당 전체 정체성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호남 공천과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분란이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지지층은 '선명성'을 갈구한다

야당의 선명성은 야권 지지자들이 정당을 평가하는 기준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잣대다.

야권 분열 전 새정치민주연합은 권리당원과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당의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가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시사오늘>이 입수한 해당 자료에 따르면, 전체 권리당원의 29.0%가 '강하고 선명한 야당다운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이슈 선도 및 효과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23.3%)'가 뒤를 이었다.

또한 '새정치연합의 문제점'으로는 40.7%가 '계파갈등 및 반목'을 들었고, 바로 뒤를 이은 선택지가 '정부여당 견제 모습 실종(26.2%)'이었다.

실제로 국민의당의 지지율 변화를 살펴보면 '선명성'을 갈구하는 야권 지지자들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8일 공개한 '1월 2주차 주간·일간 정당지지도'에 따르면,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지난 12일 22.1%로 집계돼 더민주당(21.3%)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지만, 한 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이 있었던 지난 14일 크게 하락하면서 18.4%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기관에서 지난 25일 공개한 '1월 3주차 주간·일간 정당지지도'에 따르면,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지난 18일 15.7%에서 시작했지만 지난 19일 한 위원장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서 16.6%로 상승했다. 또 안철수 의원이 "차기 총선에서 양당 체제를 깨고 강력한 제3당을 만들겠다"고 천명한 지난 20일에는 19.4%까지 올랐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1월 2주차 주간집계는 1월 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무선전화(50%)와 유선전화(50%) 병행 임의걸기(RDD) 방법으로 조사됐고, 응답자수와 응답률은 12일 1007명·5.1%, 14일 1018명·6.0%다.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1월 3주차 주간집계는 1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무선전화(50%)와 유선전화(50%) 병행 임의걸기(RDD) 방법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18일 1007명·6.4%, 19일 1008명·6.8%, 20일 1012명·6.3%다.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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