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하도급 직불제' 놓고 원청-하청업체 충돌…왜?
스크롤 이동 상태바
건설업계, '하도급 직불제' 놓고 원청-하청업체 충돌…왜?
  • 최준선 기자
  • 승인 2016.04.12 02: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최준선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공공사 하도급 대금체불 근절을 위해 마련한 ‘하도급 직불제’를 놓고 건설업계가 충돌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오전 하도급 대금 직불제 시행 방안을 발표하는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 ⓒ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공공사 하도급 대금체불 근절을 위해 마련한 ‘하도급 직불제’를 놓고 건설업계가 충돌하고 있다. 하청업체 당사자인 전문건설업체들은 환영의 뜻을 전한 반면 원청업체인 대형 건설사들과 건설 노조는 오히려 임금·장비대금 등 체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16조 원 규모의 공사에 대해 하도급 직불제를 시행키로 했다. 전체 발주규모 34조2485억 원의 4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하도급대금 직불제는 공사·장비·임금·자재 대금이 원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공공발주자로부터 하도급업체로 직접 지급되는 제도다. 중소건설사의 애로사항 중 하나인 대금 미지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광역지자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실제 최근 5년간 하도급대금 미지급 행위는 약 3567건에 달해 전체 하도급법 위반행위 중 61%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하청업체 당사자인 대한전문건설협회는 환영의 뜻을 전했다.

전건협은 “최근 내수경기 침체와 SOC예산 축소 등 건설투자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도급업체에 도움을 주는 희소식”이라며 “대기업의 대금 미지급·지연지급, 어음과 대물변제 지급 등 불법하도급 대금 지급행위가 사전에 차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종합건설업계와 노동계는 하도급 직불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일 원청업체 회원사가 많은 대한건설협회는 “하도급업체에 공사 대금을 바로 지불했는데 이들이 부도를 내거나 잠적하면 건설 근로자나 기계장비업자의 임금은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며 “사회적 약자인 건설 근로자와 기계장비업자에 대한 체불 대책 없이 하도급자만을 위한 직불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또 “일을 시킨 당사자가 아닌 발주자가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현장 관리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며 “오히려 하도급자의 재정·관리 능력 부족으로 임금 체불이 양산되는 등 부작용이 심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근로자를 대변하는 전국건설노동조합도 이번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건설노조는 “지난 2월 악성 체불 23건을 조사한 결과 19건이 하청사의 부도나 법정관리, 자금난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청업체 입장만 고려할 게 아니라 건설노동자의 애환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어 “하청 건설사가 공사장비 임대료와 임금, 자재대금을 체불하고 도망갈 경우 건설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된다”면서 “차라리 체불을 막기 위해 발주처가 하도급 대금을 건설기계 노동자에게 직불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한 대형사 관계자는 “하도급업체들의 애로사항인 대금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이번 공정위 발표는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특히 하청업체로 인한 체불이 전체의 80%를 넘는 상황에서 하도급자까지만 대금지급을 보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직불제의 도입 취지가 퇴색되지 않고 실효성을 거두려면 공사근로자까지 확대 적용되도록 보완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