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과 게리네빌]말은 쉽지만 행동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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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과 게리네빌]말은 쉽지만 행동은 어렵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4.17 14:4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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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풀어본 정치인(15)>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절감한 사람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정치는 축구와 비슷하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겨뤄야 하고, 승자와 패자도 생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비슷한 점은, ‘사람’의 게임이라는 점이다. 축구 팬들은 잔디 위에서 뛰는 ‘사람’에게 멋진 플레이를 기대하고, 국민들은 정치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희망을 투영하고 미래를 건다. 다른 듯 닮은 정치계와 축구계의 ‘사람’을 비교해 본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계 은퇴’를 기점으로 이미지가 180도 달라진 인물이다. 강준만 전북대학교 교수가 주창한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의 일원이었던 유 전 장관은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정치인이었으나, 정계 은퇴 후 작가 겸 정치평론가로 변신해 지성과 통찰력을 과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얻었다. 지금의 유 전 장관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평론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다.

선수 은퇴 후 스카이스포츠 〈Monday Night Football〉의 패널로 활동했던 게리 네빌은 선수 시절부터 유명했던 말솜씨와 탁월한 분석력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각국의 축구 팬들은 네빌의 분석을 자국 언어로 번역해 인터넷으로 실어 날랐고, 축구평론가로서 얻은 명성을 바탕으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클럽 발렌시아 지휘봉을 잡는 데 이른다. 그러나 발렌시아에서 네빌이 거둔 성적은 10승 7무 11패. 이제 네빌은 더 이상 발렌시아의 감독이 아니다. 

▲ 정계 은퇴 후 한결 편안해진 모습으로 사랑받고 있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 뉴시스

정치인 유시민과 작가 유시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대의원회 의장 출신으로 앞장서서 민주화 운동을 펼친 ‘민주화 투사’였던 유 전 장관은 민주화 이후 언론인과 작가로 활동하며 〈97대선 게임의 법칙〉 등의 저서와 〈유시민의 세상읽기〉 등의 칼럼을 통해 이름을 떨쳤다. 2000년 7월부터 2002년 1월까지는 MBC 〈100분 토론〉을 진행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故 정운영 교수와 유 전 장관, 손석희 현 JTBC 사장으로 이어진 1999년부터 2009년까지의 MBC 〈100분 토론〉은 시사 프로그램으로서는 드물게 시청자들의 사랑과 사회적 파급력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02년 정계 입문 이후 유 전 장관의 행보는 가시밭길이었다. 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개혁국민정당을 창당하며 정치에 뛰어든 그는 2003년 4월 24일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진입,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로 들어선다. 하지만 널리 알려진 대로 자유주의적 소신을 가진 유 전 장관은 등원 첫 날부터 베이지색 면바지에 라운드티를 입고 등원,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국가주의적 이데올로기의 강제적 주입으로 규정하며 또 한 차례 비판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기도 했다.

2004년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의 압승이 확실해지면서 진보 유권자들의 표가 이탈, 진보정당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지역구 두 곳을 제외하면 민주노동당 의원을 찍는 행위는 사표(死票)가 될 수밖에 없으므로 정당 표는 민노당에 주더라도 지역구 표는 열린우리당에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발언이 민노당과의 갈등을 불러왔음은 물론이다.

2004년 총선을 통해 재선에 성공한 뒤에는 “나는 한나라당 박멸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사람”이라는 등의 ‘막말’로 거센 비판을 받았고, 18대 총선에서는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대구 수성을에 출마하며 “대구에 끝까지 의리를 지키겠다”고 했다가 낙선하자 불과 2년 만에 약속을 깨고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서 눈총을 받기도 했다. 결국 유 전 장관은 2013년 2월 19일,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1년 간의 정치 생활을 마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치권을 떠난 유 전 장관은 ‘가장 정치를 잘 아는’ 사람으로 돌아왔다. 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통찰, 설득력 있는 분석과 탁월한 말솜씨로 무장한 그는 각종 저서와 방송, 팟캐스트 등을 통해 유감없이 능력을 발휘했다. 내놓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됐고, 진중권 동양대 교수, 노회찬 당선인과 함께 만든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젊은 층이 즐겨 듣는 팟캐스트로 자리매김했다. JTBC 〈썰전〉에서는 지성과 통찰은 유지하면서도 ‘독기’ 대신 여유와 유머를 첨가한 편안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나도 정치를 할 때는 몰랐는데, 나오니까 보이더라”는 고백이야말로 유 전 장관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 4개월 만에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절감한 게리 네빌(왼쪽)과 웨인 루니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평론과 네빌과 감독 네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수비수인 네빌은 은퇴 후 최고의 평론가로 변신했다. 선수 시절부터 ‘말발’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들었던 그는 스카이스포츠 〈Monday Night Football〉에서 모두가 공감하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찾아내 분석하는 능력으로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네빌의 평론이 시선을 끌었던 이유는 함께 출연하는 제이미 캐러거를 비롯, 대부분의 잉글랜드 전문가들이 선수 개개인의 활약과 실수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팀 전체적인 차원에서 경기력을 분석했다는 데 있다. 가령 기존의 분석이 A선수가 제대로 위치를 선정하지 못해 실점을 했다는 미시적인 접근에 그쳤다면, 네빌의 분석은 팀 전체의 간격 유지 능력과 주변에 있는 B선수와 C선수의 위치 선정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분석해 실점의 원인을 지적하는 식이었다. 이러다 보니 축구 팬들은 네빌이 출연하는 스카이스포츠 〈Monday Night Football〉을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발렌시아가 네빌에게 지휘봉을 맡긴 이유도 여기 있었다. 네빌의 이론적 지식과 전술적 시야라면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네빌의 명성은 평론가로 쌓은 것일 뿐, 현실에서 거둔 성과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발렌시아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무서운 기세로 연패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12경기 연속 무승 기록을 세웠고, 코파 델 레이 4강 1차전에서는 바르셀로나에게 0-7 대패를 당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후 분노한 팬들로부터 조롱을 받기도 했다.

일이 생각대로 풀려나가지 않자, 장점이던 전술적 능력도 사라졌다. 경질 전 16번의 리그 경기에서 모두 다른 선발 라인업을 꺼내들었고, 공격형 미드필더 다니 파레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무리수로 파레호의 성장세를 꺾어버렸다. 상대 측면 공격을 막기 위해 풀백만 네 명을 쓰는 ‘이상한 실험’을 하기도 했다. 2월 중순부터 컵 대회를 포함해 4연승을 거두며 반등 하는가 했지만, 이후 7경기에서 단 1승을 거두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현실에 뛰어든 ‘최고 분석가’의 씁쓸한 말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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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식 2016-04-18 14:45:43
네빌은 선수- 평론가 - 감독으로 커리어순이라면

유시민은 선수 - 감독(장관)- 평론가의 순으로 커리어를 만드신분입니다. ^^ 축알못들에겐 어느정도 통할지 모르겠지만, 순 엉터리 비유인데요^^

그리고 유시민의 막말은 새누리지지자들에겐 막말로 들릴지 모르겟지만 진보진영 지지자들에겐 사이다급 일침이라고 불리운답니다. ^^

이수연 2016-04-18 01:44:25
칭찬같은 욕

김미경 2016-04-18 00:23:57
너의 결론은 유시민은 현실정치를 모르는 이론가라는 말이지. 축구는 좀 아는 모양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너같은 애가 기자라고... 그사람을 평가하기위해서는 최소한 그사람의 책 몇권 정도는 읽어줘야 한단다. 그리고 유시민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내고 업무수행에 여야할것없이 국민들에게 호평을 받는다. 그건 축구감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은퇴한거란 뜻이지. 글쓰는건 민주주의의 자유지만 기사는 좀 알고 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