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계열사 3곳 중 1곳 '캥거루 기업'…'일감 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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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계열사 3곳 중 1곳 '캥거루 기업'…'일감 몰아주기'
  • 최정아 기자
  • 승인 2016.08.11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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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최정아 기자)

20대 대기업그룹 계열사 3곳 중 1곳이 절반 이상의 일감을 계열사에 의존해 생존하는 이른바 ‘캥거루 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재벌닷컴>이 20대 대기업그룹의 2015회계연도 매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내부거래 비율이 50% 이상인 계열사 수는 전체(926곳)의 28.2%인 261개사로 집계됐다. 일각에선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일감몰아주기 방지법’이 유명무실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각 그룹의 오너 일가(一家)가 많은 지분을 보유한 시스템통합업체(정보통신 관련 계열사, SI)들이 ‘일감 몰아받기’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사오늘>은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주요 그룹사를 정리해봤다.

한진 조양호家, 일감 몰아주기 의혹 받아

한진그룹은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조양호 회장 일가가 소유한 기업에 수십억원어치의 일감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정보 시스템 업무와 콜센터를 맡고 있는 유니컨버스가 2014년 전체 매출액(319억원)의 78%인 249억원을 그룹계열사와 수의계약을 통해 올렸다. 유니컨버스는 조양호 회장을 비롯, 자녀 조현아‧조현민이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다. 이밖에 기내 면세품 판매를 담당하는 사이버스카이도 내부거래 비중이 82%에 달했다.

이후 조양호 회장 일가는 1년 후인 지난해 유니컨버스의 콜센터 사업을 한진정보통신에 넘겼고, 사이버스카이 지분도 대한항공에 모두 매각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했다.

▲ 한화그룹 비상장 IT서비스업체 한화S&C의 내부거래는 50%에 달한다. ⓒ뉴시스

내부거래 50% 한화S&C, 오너家 100% 지분소유

한화그룹 비상장 IT서비스업체 한화S&C 또한 내부거래가 많은 계열사로 꼽힌다. 현재 한화S&C 지분은 오너家 삼형제가 모두 보유하고 있다.

2001년 한화S&C 설립 당시만해도, ㈜한화가 지분 66.6%, 김승연 회장이 33.3%를 각각 보유했다. 하지만 2005년 김승연 회장은 ㈜한화 지분을 장남에게, 김승연 회장 지분을 차남과 삼남에게 각각 넘겼다. 한화 삼형제가 주요주주에 오른 이후 한화S&C 매출은 말그대로 흥행가도를 달렸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매출성장률이 33.6%나 뛴 것이다.

하지만 한화S&C가 이토록 빠른 성장을 한 데에는 내부거래, 즉 일감몰아주기 수법이 있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S&C는 지난해 국내 매출액 3987억원 가운데, 계열사 내부거래액이 2158억 가량 거래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약 50%에 달하는 것이다.

또 한화S&C는 2014년 국내 매출액 4091억원 가운데 계열사 내부거래액이 2139억원(비중 52.3%)에 이르며, 한화그룹 전체 계열사 51개 중 39곳과 거래했다.

지난해 10월 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김기식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한화S&C가 계열사들의 전산장비 구매 대행뿐만 아니라 전산관리 업무를 맡으면서 총수 일가에게 부당이득을 제공한 혐의가 있다면 조사를 확대해야 하지 않느냐”고 강도높게 비판한 바있다.

▲ 롯데그룹 또한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으며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롯데 ‘일감 몰아주기’ 검찰수사 도마 위에

최근 전방위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 또한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왔다. 현재 검찰은 또 롯데家 사이에 일감 몰아주기가 일상적으로 일어났다고 보고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롯데의 경우, 유통관련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지난달 말 대홍기획 대표를 지낸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그룹내 자금흐름과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조사했다.

대홍기획은 롯데정보통신, 롯데피에스넷 등과 함께 롯데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장선욱 대표는 2010~2014년 그룹 정책본부 상무로, 신동빈 회장을 보필했다. 2014~2015년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홍기획 대표를 지냈다.

이밖에 롯데정보통신은 롯데마트나 롯데백화점 등 자사와 거래하는 카드결제 대행업체들로부터 수십억원의 일감을 몰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수진 대신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난 1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특히 롯데처럼 유통서비스사업을 하고 있는 그룹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기 쉽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엔 롯데케미칼이 롯데정보통신과 전산실 운영 등과 관련 60억67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런 방식으로 내부거래를 늘려 수익을 얻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이렇듯 유독 정보통신 관련 업체에서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수진 책임연구원은 “정보통신업체는 어느 계열사에서든 꼭 필요한 존재다”라며 “산업연관성이 매우 높고 비용도 적기 때문에, 그룹 내에서 ‘일감을 몰아주기’ 가장 용이하다”라고 분석했다.

또 ”삼성SDS도 (2015년 기준) 18개사의 계열사와 200억원 이상의 거래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보안성에 관한 예외사항을 적용받아 실제로 공정거래법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너무 포괄적이다.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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