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하라"…'철옹성' 삼성, 안팎으로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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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하라"…'철옹성' 삼성, 안팎으로 '파열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11.24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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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간 역대 정권과의 정경유착 의혹에서 교묘하게 벗어났던 '철옹성' 삼성그룹 안팎에서 균열의 파열음이 들리는 모양새다.

▲ 대한민국 1등 기업 삼성그룹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이 드높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 뉴시스

균열은 지난해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으로부터 비롯됐다. 당시 삼성물산의 10%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은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임에도 찬성표를 던져 합병을 성사시켰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공단은 최소 700억 원에서 최대 4900억 원 가까이에 이르는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훼손시켰다.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국민연금공단의 처사였다.

검찰은 이 대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지난 23일 삼성물산과 삼성 미래전략실, 국민연금공단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이름이 언급되는 이유는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기 직전인 2015년 7월 7일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본부장과 그가 비밀리에 회동을 가졌기 때문이다. 회동 이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됐고, 이 부회장은 합병이 이뤄진 직후인 그해 7월 24일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해 면담했다. 그리고 최순실 일가에 대한 삼성의 적극적인 지원이 추진됐다.

이 같은 정황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이 홍 본부장을 통해 삼성물산-제일기획 합병과 관련한 민원을 박근혜 정부와 최순실 씨 측에 제기했고, 이에 대한 대가로 삼성이 최순실 일가를 도운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의 한 전문위원은 최근 한 언론을 통해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24일 CBS<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 민원(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홍 본부장을 통해서 다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은 이미 최순실 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승마와 관련된 연결고리를 통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여러 가지 로드맵을 그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권력 순위 1위가 최순실이라면 권력 0위, 최순실 위에 있는 건 삼성"이라며 "국민 노후자금을 특정 재벌기업이 활용을 해서 경영권을 승계했다? 이처럼 부패한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이 부회장을 구속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삼성 게이트'였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이재용 구속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은 박 대통령이 아끼는 최순실 씨 딸을 정확히 집어서 35억 원을 지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금액도 단연 1위"라며 "가장 빨리, 가장 많이 베팅한 삼성은 잭팟을 터뜨렸다. 삼성물산 합병을 이뤘고, 이재용 후계체제를 강화했다"고 역설했다.

이어 심 대표는 "이 부회장 등 부당거래의 정황이 뚜렷한 국기문란의 공범인 기업 총수들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재벌 대기업은 헌정질서와 시장경제 질서를 파괴했다. 탐욕스런 재벌에 대해서도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들도 지난 15일 이 부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준 의혹과 정황이 드러났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 수사를 요구한 바 있다.

▲ 국회 박근혜-최순실국정농단진상규명국정조사특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오는 12월 6일 1차 청문회 증인대에 세우기로 합의했다 ⓒ 뉴시스

파열음은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발생하는 눈치다.

24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인 지난 23일 오전 직원들에게 "정보보호를 위한 불필요한 출력문서를 파쇄하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또한 '지난해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문서와 파일을 폐기하라'는 구두지시를 별도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부분은 언론 취재에 삼성물산 소속 직원들이 입을 열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의 한 직원은 이날 해당 언론을 통해 "오전에 소집해서 특히 합병 관련한 문서를 확인해서 다 파쇄를 하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온라인 메일, 오프라인 보관 등을 다 파쇄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삼성은 직원들의 소속감이 높은 기업인데 민감한 내용을 가감 없이 언론 앞에서 말했다"며 "현재 삼성이 어떤 상황인지,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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