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화학포비아'…2017년에도 국민들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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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화학포비아'…2017년에도 국민들은 불안하다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7.01.20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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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한 식약처 해명과 회수 과정 혼란도 ‘여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올해도 제2·3의 옥시사태를 두려워하는 ‘화학포비아(화학제품 공포증)’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옥시 가습기살균제와 아모레퍼시픽 치약 사태에 이어 최근 유한킴벌리 물휴지까지 메탄올 초과로 회수되는 등 소비자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관련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전성과 관련해 소비자의 신임을 얼마나 얻는지가 올해 업계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 유한킴벌리가 '메탄올 초과' 물티슈 제품 회수 조치에 나섰다. ⓒ유한킴벌리 홈페이지 캡처

반복되는 회수 조치와 식약처 해명

지난 13일 유한킴벌리가 제조·생산하는 10개 제품에서 메탄올이 허용기준(0.002%)을 초과한 0.003~0.004%의 수치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하기스 퓨어 아기 물티슈’ 등 제품의 해당 사용기한에 대해 판매중지하고 회수 조치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아모레퍼시픽 치약 제품 11종에서 가습기 살균제 화학물질인 CMIT/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칠이소치아졸리논) 성분이 검출되면서 논란이 됐다. 식약처는 11종 전량 회수조치를 했으며 아모레퍼시픽은 심상배 대표이사 명의로 공식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제품 교환·환불을 진행했다. 하지만 치약 소비자들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파장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화학포비아 화두에 불을 지핀 첫 주자는 옥시레킷벤키저(옥시)다. 지난 2011년 산모 4명이 사망한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가 꼽힌 이후 지난해까지 피해자 신고 누적인원은 5312명에 달한다. 이중 1006명은 사망 피해자다. 옥시는 사태 발생 약 5년만인 지난해 5월 공식사과했다. 

이같은 ‘유해 화학물질’ 논란이 반복되는 동안 식약처의 해명도 늘 같은 내용으로 되풀이됐다. 기준치는 초과했지만 인체에 위해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게 요지다. 

최근 유한킴벌리 물휴지 회수 조치 당시 식약처 관계자는 “위해평가결과 성인이 메탄올 0.004%가 혼입된 화장품을 매일 사용하고 화장품이 100% 피부에 흡수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건강에 위해를 미치지 않는다”며 “유럽은 메탄올 사용을 5%로 허용하고 미국은 기준 없이 사용이 자유롭다”고 말했다. 

앞서 메디안 치약 논란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식약처는 당시 양치한 후 입안을 물로 씻어내는 제품의 특성상 인체에 유해성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에서는 벤조산나트륨, 파라옥시벤조산메틸 및 파라옥시벤조산프로필 3종만 치약의 보존제로 허용하고 있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는 치약의 보존제로 CMIT/MIT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당시 문제가 된 치약을 사용했다는 양모(26)씨는 “입 안을 도대체 몇 번이나 헹궈야 가습기살균제 물질이 사라지는 것이냐”며 “막연히 ‘이 정도면 안전할 것’이라고 설명하는 건 정부기관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회수 절차에 소비자만 혼란

일정하지 않은 환불·회수 기준, 까다로운 절차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겪는 혼란도 변함없었다. 

유한킴벌리는 웹사이트와 고객지원센터를 통해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지만 환불은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환불을 받으려면 홈페이지 양식에 이름, 주소,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적고 집으로 방문한 택배기사에게 제품을 전달해야 한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 치약 등도 판매처마다 제품 환불 기준과 가격, 기간, 영수증 소지 여부 등이 환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취재 결과 교환·환불은 대형마트에 한정돼 있었으며 소매점에서는 영수증 지참이 필수였다. 같은 제품임에도 대형마트마다 환불 가격에도 차이가 있었다. 

애초에 아모레퍼시픽은 “구매처, 구매일자, 사용 여부, 본인 구매 여부, 영수증 소지 여부 등과 상관없이 가까운 판매처, 아모레퍼시픽 고객상담실, 유통업체 고객센터를 통해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2017년 화두는 ‘안전’ 

새해를 맞아 화장품, 생활용품 제조 등 관련 업계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 한번 안전성 논란이 발생하면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뿐 아니라 매출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3분기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순이익이 감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치약 리콜 비용 350억원이 충당금으로 쓰이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 관련 시장에서는 안전을 강조하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17년 정기 인사를 통해 소비자 안전과 환경 안전에 대해 전사적 역량을 결집시킨 ‘소비자 안전센터’를 신설했다. 회사 차원에서 안전성과 관련된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성청결제 ‘질경이’는 지난해 10월 KOTITI 시험연구원의 검출테스트를 통해 CMIT/MIT가 들어있지 않다는 내용의 홍보를 진행했다. 물티슈 브랜드들도 각종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다는 광고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제품에 어떤 성분이 들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신경쓰는 추세라 업체에서도 논란이 될 만한 성분들을 많이 빼려고 한다”며 “그럼에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올해도 화학성분 관련 이슈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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