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율이 말해주는 것
[기자수첩]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율이 말해주는 것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0.02.0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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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근간에 대한 국민 불안 방증 아닐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진석 기자)

어디까지나 보고 들은 이야기를 옮긴다. 지난 2017년 장미 대선 때였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약국에 들어갔다. 할아버지들 서너 분이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약국 주인과 한창 대선에 대해 얘기하던 중이었다. 입에 오르내리던 주인공은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였다. “당선되면 북한부터 간다던데?” 누군가 말하자 “헬리콥터 타고 가면 다시는 못 내려오도록 저 공중까지 바리케이드를 쳐야 한다”며 또 한 분이 목청을 높였다.  그러자 이번엔  “갈 때는 수하들도 싹 다 데려가게끔 해야 해.” 다들 진지해 묘하기까지 했다.

이듬해(2018년)에는 6‧13 지방선거가 있었다. 투표일을 앞두고 강남 송파구의 한 시장을 찾았다. 더불어민주당의 최재성 vs 자유한국당의 배현진 vs 바른미래당의 박종진 삼파전 속 여론의 향배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는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성황리에 마친데 이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까지 정국 분위기는 그야말로 ‘한반도 봄’을 향한 물결이 넘실대던 때였다. “탑골공원 할아버지들도 미래 세대의 손자손녀들을 위해 평화를 선물로 주고 싶다며 문 정부를 지지해준다”는 전언이 나올 정도로 대통령 인기는 70% 이상의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을 때였다. 시장 분위기도 그랬다. 열에 일곱은 문 정부에 힘을 실어주자는 목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여론을 데스크에 전하자 “누가 이길지 끝났네”라는 말이 돌아왔다. 안 봐도 알겠다는 거였다.

작년은 문 정부 2년 차였다. 그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한반도 분위기가 뒤숭숭할 때였다. 택시를 타게 되면 늘 정치에 대해 묻곤 하는데, 자신을 50대라고 소개한 택시기사는  “문 대통령을 찍었다”면서도 “이 정도로 빨갱이일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고 탄식했다. 대놓고 그런 말을 하는 것에 순간 귀를 의심했다. 개의치 않는다는 듯 그는 “북한 먼저만 외쳐대는 정부에 진절머리가 난다”며 거듭 한탄을 이어갔다. 또 다른 택시기사는 “강남 신사역 등 밤 장사로 들썩이던 곳들마저 한산해져 택시 업이 더욱 힘들어졌다”며 체감 경기가 얼마나 안 좋은지 전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라인을 전원 교체할 무렵이었다. 당시 만난 택시기사도 문 대통령을 찍었다고 했다. 하지만 “수사가 끝난 것도 아닌데 왜 수사를 못하게 하느냐. 진짜 이건 아니다”라며 몇 번이고 고개를 저었다.

따지고 보면 ‘윤석열 검찰총장이야말로 살아있는 권력을 정조준 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치켜세우던 정부가 하루아침에 돌변한 것은 그 칼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대통령 측근 인사를 겨누면서였다. 순식간에 윤 총장은 친문 진영으로부터 정치 검찰의 불의에도 굽히지 않을 정의로운 검사에서 배신의 드라마를 찍는 적폐 검찰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로 “앞으로 몇 십년간의 악은 민주주의 탈을 쓰고 엄청난 위선을 행하는 무리일 것임을 감지했다”고 한 공지영 작가의 말처럼 스스로 그 같은 행위를 버젓이 보여주고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이 아닐 수 없다.

권력 확대 논란의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안 법안 통과에 중국 공안이 연상된다며 사직서를 제출한 <검사내전>의 김웅 전 검사의 일침처럼 현재 많은 이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삼권분립 헌법의 근간마저 흔들리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나아가 대통령과 측근 등의 비위를 막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조차 폐지 추진 여부 논란 등 걱정이 더욱 올라가는 실정이다.

그래서일까. 차기 대선주자 호감도 조사에서 윤 총장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이야말로 일련의 민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욱이 최근에는 지지율 2위로 올라설 정도로 그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세계일보>의뢰로 지난 26~28일 전국 만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권 적합도 조사에서 윤 총장은 10.8%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10.1%)에 앞서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32.2%)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이다.

하긴 일찌감치 이런 말도 들려오던 중이었다. 지난해 늦가을 ‘조국 정국’으로 정국이 한창 몸살을 앓을 때였다. 당시 만난 택시기사는 여야 모두 쓰잘데기 없다며 “차라리 윤석열이 대통령했으면 좋겠다”는 푸념 섞인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또 본인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며 다른 승객들 만나도 윤 총장에 대한 지지를 곧잘 듣게 된다는 말도 보태졌다. 이번 깜짝 지지율 2위 상승에 또 다른 택시운전기사에게도 넌지시 물어봤다. 그 역시 “윤석열 총장이 가장 낫다”며 좌고우면 않고 검찰 본연의 수사에 집중하는 면을 지지 이유로 꼽는 등 적극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정치인이 아님에도 대권주자 후보군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현상을 볼 때, 한편으로는 과거 신드롬처럼 일어났던 ‘안철수 현상’이 연상되기도 한다. 몇 년 전 정권 교체와 새정치에 대한 국민 열망이 커지면서 여론은 정치권 밖의 안철수 당시 서울대 교수를 대선주자 후보군으로 소환하며, 50%안팎의 지지를 보내준 적이 있었다.

그때처럼 광풍은 아닐지라도, 정치권은 윤 총장에 모아지는 주목도를 결코 가벼운 현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본다. 특히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지적처럼 검찰개혁이 아닌 검찰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부야말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라 근간에 대한 국민 불안을 방증하듯 청와대를 수사하는 검찰, 즉 윤 총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음이 그 같은 지지율로 표출된 것은 아닌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 이 기사에서 참조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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