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은 왜 기본소득을 꺼내들었나?
통합당은 왜 기본소득을 꺼내들었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6.0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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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보수 이미지 탈피…노동유연화 논의 가능성도 제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미래통합당이 기본소득 도입 논의를 공식화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이 기본소득 도입 논의를 공식화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이 ‘기본소득’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통합당에 와서 지향하는 바는 다른 게 아니다. 실질적인 자유를 이 당이 어떻게 구현해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물질적 자유를 어떻게 극대화시켜야 하는지가 정치의 기본 목표”라고 밝혔다.

4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전에 없던 비상한 각오로 정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이래야 국민의 안정과 사회공동체를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기본소득 도입을 공론화한 것이다.

 

기득권 이미지…‘기본소득’으로 탈피


이러자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쏟아진다. ‘보수정당’인 통합당이 기존 지지층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높은 기본소득 논의를 먼저 테이블에 올려놓은 데는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 탓이다.

사실 기본소득 도입은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꾸준히 논의돼 왔던 사안이다. IMF 외환위기와 ‘신자유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양극화 문제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역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보수진영은 이 같은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통합당은 지난해에도 ‘민부론(民富論)’을 내세우면서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랜들리(Business Friendly)’ 기조를 답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 이슈를 선점, 보수를 ‘양극화 문제에 무관심한 기득권’ 이미지에서 탈피시키려 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기본소득 도입 어젠다(agenda)를 선점함으로써 ‘전근대적 반공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기득권 집단’ 이미지를 씻어내고 ‘포용적 경제정당’으로 탈바꿈하려 한다는 이야기다.

 

당내 반발…‘노동유연화’ 카드 뽑아드나


다만 기본소득 도입 논의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전통적으로 ‘성과에 따른 보상’ 원칙을 신봉하는 보수진영에서 기본소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장제원 의원은 “유사 민주당, 심지어 유사 정의당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가치 지향점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고,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좌파 2중대 흉내 내기를 개혁으로 포장해서는 좌파 정당의 위성정당이 될 뿐”이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본소득 도입이 노동유연성 강화 요구와 연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기본소득을 도입해 사회안전망을 마련한 다음, 그 위에서 노동유연성을 강화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논의가 이뤄져야 ‘기본소득과 보수의 만남’이 갈등 없이 이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4일 <시사오늘>과 만난 통합당 관계자도 “기본소득 도입의 핵심은 노동유연성 강화”라며 “4차 산업시대에는 노동력 활용 방식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 말씀을 하신 건 4차 산업시대에 발맞춰 갈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깔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 사례를 봐도 결국 기본소득 논의는 기존의 복지 수당을 기본소득으로 통합하고 노동유연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뤄졌다”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기본소득은 보수 가치의 포기라기보다 보수 가치의 진화라고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국회 및 미래통합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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