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 대통령 높은 지지율, 정말 좋기만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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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 대통령 높은 지지율, 정말 좋기만 한 걸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3.21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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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최고 지지율로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최고 지지율로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

레임덕(lame duck) 없는 대통령이다. 지지율로는 그렇다. <한국갤럽>이 15~17일 실시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42%를 기록했다. 역대 대통령 중 임기 말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대통령은 DJ(김대중 전 대통령)였다. 그조차도 24%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DJ보다 18%포인트나 높다. 놀라운 수준이다.

그러나 높은 지지율이 좋기만 한 걸까.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 5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편 가르기’였다. 취임 전 내걸었던 ‘적폐 청산’은 예고편이었다. 임기 내내 비판적 의견을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간주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위험성을 지적하면 ‘돈 많은 사장님의 기득권 지키기’로 몰아붙였다. ‘임대차 3법’ 맹점을 꼬집으면 ‘임대인의 탐욕’이라 했다. 탈원전 부작용을 우려하면 ‘원자력 마피아의 밥그릇 챙기기’라고 손가락질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은 선(善) 아니면 악(惡)이었다. 악은 대화 상대가 아니다. 척결해야 할 존재다. 선은 악에 맞서 똘똘 뭉쳤다. ‘선한 우리 편이 죄를 지을 리 없다. 모두 악한 상대 편의 가짜뉴스다.’ 이런 인식은 국론을 극단적으로 분열시켰다. 하지만 지지율은 지켜졌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갖는 첫 번째 함정이다.

양보와 타협도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화와 토론을 즐겼다. 그렇게 절충점을 찾았다. 이는 민주주의의 본령(本領)이다. 다만 국민 모두를 위해 공약을 후퇴시키면 지지자는 이탈한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실패 원인을 여기서 찾은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철저히 지지자를 위한 정치를 했다. 임기 말까지 40%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해야 할 일을 하기 어려웠다. 저성장에 코로나19까지 더해지자 사회는 급변했다. 노동·연금·재정개혁이 필수가 됐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꼼짝하지 않았다. 노동·연금·재정개혁은 꼭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지지층을 배반하는 일이다. 여기서 문 대통령은 지지율을 택했다. 국익을 위해 한미 FTA 협상에 나서고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던 노 전 대통령과는 달랐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갖는 두 번째 함정이다.

정치는 사회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자리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국민의 분열을 최소화한 대가다. 반면 문 대통령은 철저히 국민 절반을 대변했다. 양쪽에서 비난 받고 레임덕에 빠지느니 한쪽 편을 들었다. 그 결과 ‘집토끼’ 지지율은 임기 말까지 지켜냈지만 사회 갈등이 유례없이 커졌다. 정말 문 대통령의 ‘지지율 40%’는 좋은 일일까.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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