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자재 때문에 분양가 오른다?…과도한 우려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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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원자재 때문에 분양가 오른다?…과도한 우려 자제해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3.0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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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분양가 상승 책임 회피해선 안 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러시아발(發)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건설산업에 사용되는 각종 건축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다. 국내 건설업계도 아우성이다. 전국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최근 10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계약단가를 올려주지 않을 시 공사중단 등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언론도 야단법석이다. 원자잿값 급등이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식의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분명 우려스러운 일이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건설업체들을 이를 대부분 분양가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고, 최근 부동산시장이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가 형성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분양가 인상은 전체 집값 상승으로 번질 여지가 상당하다. 여기에 한번 오른 가격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 우리나라 특성(부동산은 더욱 그렇다)까지 고려하면 '원자재 때문에 분양가 오른다'는 우려는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생각도 든다. 전체 건설공사 원가에서 원자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원청 건설사의 경우 외주비가 도급공사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재료비 부담은 관리비, 기타 경비보다 못한 현장도 많다. 하도급업체의 건설원가에서도 노무비와 기타 경비의 비중이 재료비보다 높다. 최근엔 현장 인건비(최저임금)가 많이 올라서 이 같은 경향이 더욱 짙어졌다. 원자잿값 인상이 분양가에 어느 정도 영향은 주겠지만 큰 영향은 될 수 없는 구조라는 의미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지난 25일 기본형 건축비를 2.64% 올린다고 고시했는데 지상층 기준 재료비 상승 요인은 0.95%p고, 노무비는 1.46%p(노무비 0.67%p+간접공사비 0.79%p, 간접공사비는 간접노무비 영향이 대부분)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기본형 건축비 3.42% 인상 당시에도 노무비 상승 요인이 압도적(2%p 이상)이었다.

과도한 우려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분양가 상승에 당위성을 제공함으로써 부동산시장의 혼란만 키울 공산이 크다.

문재인 정부도 국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분양가 상승 배경을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최근 수년 동안 분양가가 오른 주된 이유는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땅값(택지비)이 뛰었기 때문이라는 걸 말이다. 또한 분양가 상한제를 일괄 적용하지 않고 구별로 선별해 적용하고, 공공택지에서조차 주변 시세로 분양가를 산정해 분양가가 올랐다는 걸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정권 말기라고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될 일이다. 아울러 원자잿값 인상이 분양가에 큰 영향을 주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원자재 수급 현장을 꼼꼼하게 관리·감독하는 건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분양가가 안정화되도록 택지조성원가 연동제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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