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회 현충일…다시 ‘YS 정신’이다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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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회 현충일…다시 ‘YS 정신’이다 [기자수첩]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6.06 15: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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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사단법인 김영삼민주센터는 YS에 대해 1987년의 6월항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이 나라 민주주의를 마침내 쟁취해 냈다는 것은 역사가, 온 국민이, 그리고 온 세계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밝혔다.ⓒ시사오늘(사진 : 김영삼민주센터 제공)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 중심)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시사오늘(사진 : 김영삼민주센터 제공)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단순히 추모하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분들의 충의와 희생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통일된 세계 중심 국가를 건설하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명예를 회복하고 12·12군사쿠데타를 단죄하는 것이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이다. 정의와 법이 바로 서야 나라의 미래를 올바로 열어나갈 수 있다."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는 1980년 이후 처음으로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현직 대통령이다. 그는 1996년 6월 6일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서 열린 제41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위와 같은 추념사를 읽어 내렸다. YS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에 대한 추모에서 나아가 국민들에게 미래 메시지를 던졌다.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하는 일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임을 강조하면서 당시 우리 사회를 둘로 분열시킨 지역갈등을 타파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법치주의를 앞세워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대표되는 군부정권을 단죄해 우리나라가 앞만 보고 갈 수 있게끔 하겠다고 공언했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늘어놓은 게 아니었다. 그는 움직였고, 행동했다. 문민정부는 하나회를 청산했고, 전두환·노태우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5·18특별법을 제정했고, 역사 바로 세우기에 전력을 다했다. 금융실명제를 통해 기득권 세력을 흔들었다. 미래를 위한 개혁과 혁신이 사회 각 분야에서 추진됐다. 

대도무문(大道無門, 큰 길에는 문이 없다), 옳은 길로 가는 YS 앞에는 거칠 게 없었다. YS의 대도무문에는 '옳은 길을 가는 데에는 거칠 게 없다'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자신을 버린다(無)'는 뜻이 담겨 있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 차원의 대도무문이 아니라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정도를 걷겠다'는 의지의 표출이었다. 그만큼 당당했다. 진영 논리와 지역주의의 희생양이었던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언급하며 그 의미를 바로 세우는 데에 거침이 없었고, 군사독재정권을 단죄하겠다고 공언하며 즉각 실천에 옮겼다. IMF 외환위기를 앞둔 1997년 현충일에는 "대의를 위해 자신을 버리는 희생정신은 고귀한 가치다. 철저한 자기희생으로 분열과 갈등을 멈추고 국론을 하나로 모아 대동단결하는 모습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앞에 보이겠다.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국난 극복의 강인한 의지야말로 지금 우리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정신이다. 지역과 계층, 정파를 뛰어넘어 단합된 힘으로 자랑스러운 나라를 세우는 데에 팔을 걷고 나서겠다"며 통합과 화합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했다. 그것은 YS의 마지막 유훈이기도 했다.

비록 경제위기의 원흉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했다. YS는 과거·현재에 얽매이지 않고 통합과 법치주의라는 대한민국 미래 청사진을 그린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6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독재자의 딸, 부동산 한숨 유발자가 무대에서 내려왔고, 정권교체와 지방자치권력 이동이 이뤄졌다. 청와대가 국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에선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 치솟은 집값은 그대로고,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가상화폐와 주식 시장으로 몰렸고, 대표적인 불황형 범죄인 횡령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럼에도 위정자들은 당권, 사정정국, 검찰, 경찰 등 운운하며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의 기득권을 둘러싼 공방은 더욱 교묘해 졌다. 지역갈등, 세대갈등에 이어 이젠 성별갈등까지, 권력쟁취를 위한 무기가 총칼에서 집단갈등 유발로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통합과 법치주의는 온데간데없이 분열과 떼법만 남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게 영웅들의 사명이었다면 남겨진 가족을 돌보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국가유공자들과 유족들을 더욱 따뜻하게 보듬겠다. 확고한 보훈 체계는 강한 국방력의 근간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훈 체계를 마련해 억울한 분들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북한의 핵ㆍ미사일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 능력을 갖추겠다"고 내세웠다. 이어 "이제 후손들에게 더욱 자유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가꾸고 물려줄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의 가치를 추구하는 위대한 대한민국은 조국을 위해 헌신한 이들의 희생을 가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미사일 도발이라는 변수가 있음을 감안해도 아쉬움이 남는 추념사다. 보훈 체계의 합리화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정권교체로 대북정책 기조가 강경책으로 전환될 것임은 누구나 예상했다. 국가 안보가 평화의 근간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얘기다. 자유, 민주주의, 인권을 추구하겠다는 청사진은 추상적이고, 조국을 위해 헌신한 이들의 희생을 가치 있게 만들겠다는 선언엔 '어떻게'가 빠졌다. YS와는 달리,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에 대한 추모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국민들의 미래는커녕 현재조차 담기지 않았다. 뇌리에 박힌 거라곤 대북 강경 메시지를 보낼 때 윤 대통령의 단호한 말투와 표정뿐이다. "전쟁의 경험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 애국으로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데에 앞장서 달라"는 5년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의 현충일 메시지와 오버랩 되기도 한다. 전(前)정부에서 애국이라는 통치 수단을 국민들에게 강요하며 반일 감정을 극대화해 되레 편 가르기 나섰던 전력이 있기에, 새 정부도 안보를 이념화해 권력 유지를 위한 통치 수단으로 활용할까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현충일 추념사 하나만으로 요란스럽게 딴지를 건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심화되는 분열과 확대되는 경제위기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고, 국민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불안에 떨고 있다. 실속 없는 말만 늘어놓을 때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에게 바란다. 나를 버리고,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거침 없이 옳은 길을 걷는 YS 정신을 계승해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이 더욱 살아 숨 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외친 YS처럼 '그래도 해는 반드시 떠오른다'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해 달라. 그리고 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한 청사진을 그려 달라.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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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도사 2022-06-06 18:35:29
ys 같은 지도자가 나올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복지국가로의 길을 터놓은 주인공, 그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