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그리고 ‘노오력’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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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그리고 ‘노오력’ [기자수첩]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5.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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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손흥민이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골든 부트)에 올랐다 ⓒ 토트넘 홋스퍼 FC
손흥민이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골든 부트)에 올랐다 ⓒ 토트넘 홋스퍼 FC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FC) 선수가 아시아 출신 선수 최초로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손흥민은 지난 5월 23일(한국시각) 새벽 2021~2022시즌 EPL 토트넘 홋스퍼 FC의 마지막 경기에 선발 출장해 2골을 기록하며 리버풀의 에이스 무함마드 살라와 리그 공동 득점왕(23골)에 올랐다. 지각 출근 리스크를 감수하고 밤잠을 설치며 경기를 지켜본 국내 축구팬들에게 큰 선물을 선사했다.

축구팬뿐만이 아니다. 외환위기 당시 박세리와 박찬호, 금융위기 당시 박지성, 세월호 참사 당시 김연아 등 우리나라가 시련과 아픔을 겪을 때마다 희망이 돼 준 스포츠 스타들과 같이, 손흥민의 대활약은 코로나19 사태로 심신이 지친 국민들에게도 힘을 불어넣는 기쁜 소식이었다. 손흥민의 EPL 득점왕 등극은 다음날 국내외 언론의 1면을 장식하며 대서특필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MBC〉를 제외한 모든 지상파 방송사 아침 뉴스에서 첫 소식으로 다뤄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힘든 월요일 오전 우리 사회에 청량제와 같은 소식을 전하고픈 편집국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러나 일부 호사가들은 이 기쁜 소식에 구태여 살을 붙이고 주관을 더해 되레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십대에 불과한 나이에 독일, 영국 등 바다 건너 먼 타지로 넘어가 인종차별 등 모진 수모를 이겨내고 끊임없는 노력과 정진을 통해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오른 손흥민의 성공신화를 소개하면서, 우리나라 2030 젊은 세대도 '노오력'을 해야 한다고 훈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팬데믹, 취업난 등 모질고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고 손흥민처럼 끊임없는 '노오력'과 정진을 통해 훌륭한 사회인이 돼야 한다는 식이다.

말은 참 좋다. 다만, 간과한 부분이 있다. 우리 사회는 개인의 노력으로 상위 클래스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실력사회가 아니다. 조국과 정호영으로 대표되는 불공정, 몰상식이 판을 치는 비(非)실력사회에 가깝다. 국민을 개와 돼지로 여기는 자가 고위 공직자고, 국민에게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행복하게 살으라는 자가 파워 엘리트인 사회다. 부모 찬스로 사회적 지위를 얻은 자가 "부모 잘 만난 것도 능력이고, 돈도 실력이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나라다. 손흥민과 같은 실력자도 국내에선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게 바로 오늘날 대한민국이다.

청년들에게 노력을 얘기하기 앞서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는 권력·자본력을 가진 어른들부터 노력해야 한다. 그 힘을 활용해 우리 사회를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실력사회로 우선 만들어야, 당신들이 MZ세대라 칭하는 젊은 사람들이 '취포'·'결포' 선언하기 전에 노력을 한번 해보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자기 밥그릇만 챙길 텐가. 그런 노력 없이 무작정 권유하는 노력은 노력이 아니라 '노오력'에 가깝다. 2030을 비롯한 우리 국민들에게 손흥민이 보낸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더럽히지 말라. '훈수蟲 OUT!'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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