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개선中’ 한라, ‘부채비율 300%’ 다시 찍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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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구조 개선中’ 한라, ‘부채비율 300%’ 다시 찍은 이유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5.31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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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한동안 꾸준하게 재무구조 개선 흐름을 보이던 한라가 2022년 다시 부채비율 300%대를 찍었다. 2014년 한라그룹의 경영 위기로 처분했던 서울 금천구 가산동 현대아울렛에 대한 신탁수익권을 온전히 확보한 영향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한라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17년 463.91% 2018년 575.20%, 2019년 508.34% 등으로 업계 평균(통상 120~130% 안팎)의 4~5배 가량 높은 수준에 머물다가 2020년 341.91%로 뚝 떨어졌고, 2021년에는 265.25%까지 개선됐다. 자산 매각 등 그룹 차원의 지속적인 재무건전성 관리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그 흐름이 꺾였다. 2022년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301.37%를 기록하며 300%대에 재진입한 것이다. 전년 동기(329.15%)와 비교하면 약 28%p 개선됐지만 직전 분기 대비로는 36%p 가량 악화된 수준이다.

기업의 부채비율은 주요 사업 진행 상황, 투자 현황 등에 따라 분기별로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라의 부채비율 증가에 이목이 쏠리는 건 부채가 1조1100억 원대에서 1조3000억 원대로 크게 늘어서다. 한라의 연결기준 부채총계가 1조3000억 원대를 넘어선 건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다만, 이번 부채비율 증가를 재무구조 악화로 해석하긴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수익 구조 다각화를 위한 포석을 둔 동시에, 과거 가족회사들로부터 받았던 도움을 갚았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한라의 부채는 장기차입금이 지난해 말 2820억978만 원에서 올해 3월 말 5794억8577만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하면서 확대됐다. 한라는 지난 1분기 중 장부가액 3570억 원 규모 유형자산을 담보로 삼아 동부화재해상보험 등으로부터 이자율 3.10~4.70%에 2300억 원(오는 2025년 2월 일시상환)을 대출받은 것으로 재무제표상 나타난다.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해 지주사인 한라홀딩스에 '한라' 상표권까지 팔아치웠던 한라인데 어디서 이런 정도의 자산이 생긴 걸까. 그리고 부채를 줄이던 중 왜 수천억 원 규모 대출을 실행한 걸까.

한라 공식 블로그에서 홍보하고 있는 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구 한라 하이힐) 이미지. 해당 블로그에선 2017년부터 가산 현대아울렛 홍보가 재개됐다. ⓒ 한라
한라 공식 블로그에서 홍보하고 있는 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구 한라 하이힐) 이미지. 해당 블로그에선 2017년부터 가산 현대아울렛 홍보가 재개됐다. ⓒ 한라

한라에게 자산이 갑자기 생긴 것도, 한라가 대출을 받은 것도 아니다. 이는 가산 현대아울렛에 대해 한라와 책임임대차 계약관계에 있는 KTB칸피던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57호가 2022년 1분기 한라의 자회사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이 사모펀드는 2014년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라그룹이 한라가 채무보증을 선 가산 현대아울렛(당시 한라하이힐, 시행 세경디앤비, 시공 한라건설)을 매각키로 결정하면서 만들어졌다. 당시 KTB자산운용(현 다올자산운용)은 KTB칸피던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57호가 조성한 자금 1300억 원에 대출 2100억 원을 더해 가산 현대아울렛을 매입했다. 이 사모펀드에 자금을 출자한 업체는 한라(장부가액 기준 500억 원), 현대백화점(400억 원), KCC(400억 원) 등이었다. 현대백화점은 가산 현대아울렛 위탁 운영도 맡았다. 한라그룹을 살리고자 범현대가(家)가 뭉쳤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KTB칸피던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57호의 지분율에 변동이 생긴 건 2017~2018년으로 추정된다. 특히 2018년 한라는 해당 사모펀드의 수익증권 480억2366만 원을 취득했고, 이 수익증권을 지분법적용투자주식으로 분류했다. 반대로 KCC는 같은 해 KTB칸피던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57호 지분증권을 매각한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KCC는 건축자재사업부의 실적 악화로 당기순손익이 적자전환하는 등 경영난을 겪었다. 이후에도 한라는 KTB칸피던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57호 지분율을 2018년 69.23%, 2019년 75.46%, 2020년 89.18%로 확대했고, 이 사모펀드를 관계기업으로 분류했다. 반면, 2020년 현대백화점은 지분율을 낮춘 것으로 파악된다. 그해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난 바 있다.

이어 한라는 2022년 3월 10일 경영위원회를 개최하고 '가산 현대아울렛 신탁수익권 양수도계약 등 체결의 건'을 가결했다. 현대백화점이  KTB칸피던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57호 수익증권에 대한 매수청구권을 한라에게 행사(풋옵션)한 것이다. 이 결정으로 한라는 KTB칸피던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57호 1종 수익권 142억7200만 원을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99.55%까지 늘렸으며, 해당 사모펀드를 자회사(종속기업)로 편입시켰다. 그리고 이 사모펀드의 가산 현대아울렛 리파이낸싱, 자산 등이 올해 1분기부터 한라의 연결기준 재무제표에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한라의 유형자산은 이 같은 연결범위변동으로 인해 토지의 경우 기초 95억5298만 원에서 기말 2059억298만 원으로, 건물의 경우 기초 14억8787만 원에서 기말 1621억2694만 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산 현대아울렛이 다시 한라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해석할 만하다"며 "한라그룹과 정몽원 회장 입장에선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가산동 일대 개발사업 수혜 등을 노릴 수 있는 판을 마련함과 동시에 정 회장의 사촌인 정몽진 KCC그룹 회장, 조카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에게 빚도 갚은 셈"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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