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 재개발로 ‘제2의 마곡’ 만들 것”
“특별승진제도로 행정편의주의 타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출발은 ‘미꾸라지’였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했던 김태우 강서구청장이 청와대의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을 제기하자 문재인 정부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미꾸라지의 반란은 매서웠다. 폭로 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보수정당의 험지(險地)로 불리는 강서구에 출마, 구청장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보수정당 후보가 강서구청장 자리에 앉은 건 무려 12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당선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사람들은 ‘파이터(fighter)’였던 김 구청장이 ‘유능한 행정가’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시사오늘>은 다음 달이면 취임 100일을 맞는 김 구청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화곡 재개발로 ‘제2의 마곡’ 만들 것”
강서구는 2010년 이후 단 한 번도 보수정당 출신 구청장을 배출하지 못한 지역이다. 보수정당의 험지에서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12년 만에 강서구에서 승리한 보수정당 후보가 됐다. 비결이 뭐였다고 생각하나.
“강서구민들께서 그동안 열망했던 것들을 실현해 드리겠다고 약속했던 게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제 핵심 공약이 ‘화곡도 마곡된다’였다. 신도시로 개발된 마곡에 비해 원도심이었던 다른 지역들은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 이런 곳들을 개발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문화예술을 활성화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마곡처럼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약자와의 동행을 통해 상생해야 한다는 제 뜻을 인정해주신 것 아닌가 싶다.”
-주거환경 개선과 달리 문화예술 활성화는 인위적으로 이뤄내기 어려운 목표 아닌가.
“주 소비층이라고 할 수 있는 3040세대가 찾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즉시 쉽게 할 수 있는 정책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금 발산역 마곡 문화의 거리에서는 버스킹 축제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젊은 세대의 문화예술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서 소비자들이 몰려드는 도시로 만드는 게 첫걸음이다.
-또 다른 방안이 있나.
“거시적으로는 뉴미디어 센터 건립을 통해서 젊은 세대가 찾아올 수 있는 강서구를 만들 계획이다. 유튜브는 단순히 유튜버라는 직업군을 창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유튜브는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수많은 직업·직장을 홍보하고 활성화하는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저는 촬영 장비와 스튜디오를 갖춘 뉴미디어 센터를 세워 젊은 세대가 손쉽게 유튜브를 찍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저 스스로가 76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였고, 저와 친분이 있는 유튜버들도 많다. 저희가 연합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법, 조회수를 늘리는 법 같은 여러 가지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관학교 시스템을 만들면 젊은 세대가 모여들 것이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문화예술도 더 융성할 거라고 기대한다.”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공약은 어떻게 구체화할 생각인가.
“제 공약은 모두 연결돼 있다. 약자와의 동행 역시 뉴미디어 센터와 무관치 않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약자인 장애인이 강서구에만 2만8400여 명 계신다. 저는 이분들 스스로가 지원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사회의 주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저는 장애인들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이미 ‘강서동행’이라는 채널 이름도 만든 상태다. 예를 들어 장애인들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단체를 조직하고, 그분들이 직접 촬영·편집한 이야기를 담아서 내보내면 그 자체가 하나의 프로그램이 된다. 이 프로그램을 장애인들과 그 가족, 사회보호 시설 직원들, 장애인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구독하면 어떻게 될까. 연 수억 원 정도의 수익이 창출될 거라고 예상한다. 이 채널이 잘만 운영되면 장애인들을 위한 채널, 언론사가 되는 거다. 이런 식으로 뉴미디어 센터가 장애인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활동하면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승진제도로 행정편의주의 타파”

후보 시절부터 김 구청장은 ‘열정과 추진력’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웠다. 때문에 구민들은 김 구청장이 강서구의 숙원이었던 고도제한 완화, 건설폐기물처리장 이전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구청장에게 공약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물었다.
-고도제한 완화 문제는 어떻게 돼가고 있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고도제한 규정이 있다. 이 규정이 2024년부터 완화될 예정이라, 가장 중요한 고비는 넘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완화된 규정이 실제로 적용되려면 가입 국가들의 비준이 필요한데, 거기에 또 2~3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긴밀히 협의를 해왔고, 얼마 전 있었던 공항 인근 지방자치단체장 간담회 자리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2024년에 국제 기준이 바뀌기만 하면 2~3년 기다리지 않고 즉시 적용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방화 건설폐기물처리장 이전 문제도 강서구민들의 관심사다.
“건설폐기물처리장 이전은 제가 가장 빨리 지킬 수 있는 공약이다. 서울시도 협조를 굉장히 잘 해주고 있고, 인근 지방자치단체들과의 협의도 아주 잘 되고 있다. 이르면 수개월 내, 늦어도 1년 안에는 이뤄질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취임 당시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행정을 주문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저는 공무원 생활을 20년 가까이 한 사람이다. 그래서 행정 편의주의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공무원은 하던 걸 똑같이 하는 걸 좋아한다. 머리가 복잡하지 않고 스트레스도 안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 피해는 주민들이 본다. 세금이 많이 낭비된다.”
김 구청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에 쓰이는 듯한 화이트보드를 직접 끌고 왔다. 거기에는 ‘예산절감위원회’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그는 화이트보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제가 1번으로 추진하는 게 예산절감위원회다. 저는 물품 구입 견적서를 검토하면서 공무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신들 개인 재산이면 이렇게 쓸 거냐. 더 깎을 수 있는지, 더 좋은 제품은 없는지 고민 안 해보나.’ 물론 훌륭한 공무원들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 이런 고민 없이 돈을 쓴다. 아마 국가 돈이기 때문에 그럴 거다. 하지만 여기서 돈을 아끼면 그 여유분은 약자를 위해 쓸 수 있다. 그게 제 복안이다. 그래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는 공무원을 특별 승진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미 7월 하순에 8급 1명과 9급 1명이 특별 승진했고, 올 12월 말에는 간부급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조직 내에서 반발은 없나.
“저를 비롯한 공무원들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제 개인의 거취에 대한 유불리는 고려하지 않는다. 저는 다른 방법으로 재선, 3선을 할 생각이 없다. 주민들께 결과를 보여드린 후 ‘구청장 잘 뽑았다’는 말을 듣고 싶을 뿐이다.”
-청와대 감찰 무마 폭로와 관련, 최근 항소심에서 유죄가 나왔다.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 보나.
“이 부분에 대해 제가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대법원과 제 변호인단에 맡겨두고 저는 구정에 전념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신경 쓸 시간에 구민을 위해서 한 발이라도 더 뛰겠다. 그저 저는 스스로가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는 말씀만 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구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외지인이다. 강서구 토박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두 번의 선거를 치르는 동안 정말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 제가 가진 역량을 다 바쳐서 지역사회를 한 단계 도약시키고, 제가 약속드렸던 5대 공약도 빠짐없이 모두 이행해 반드시 강서구를 발전시키겠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