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전호제와 농가 부채 폭증 [역사로 보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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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전호제와 농가 부채 폭증 [역사로 보는 경제]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2.10.10 0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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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외교 파문으로 아귀 다툼할 때인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동학농민혁명 전적비 문화재청
동학농민혁명 전적비 ⓒ문화재청

지주전호제(地主田戶制)는 조선 계급제의 양대 기둥 중 하나다. 사회 신분제인 양천제와 기득권층의 경제 기반인 지주전호제는 조선 계급제 고착화의 적폐다.

조선 기득권층은 토지 소유주인 지주다. 이들은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다. 조선을 망친 성리학의 뿌리깊은 적폐 의식인 ‘사농공상’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서다. 결국 생산은 토지를 소작하는 전호(소작농)의 몫이다. 결국 지주와 전호가 연결된 토지소유형태가 지주전호제다.

이들은 소유권을 기준으로 토지를 독점했다. 국가 소유인 공전(公田), 개인 소유인 민전(民田)으로 나눴다. 민전은 사실상 양반 지주층이 독점했다. 왕실도 궁방전(宮房田)을 챙겨 무위도식했다. 금수저로 태어난 덕분에 호위호식하며 방탕한 삶을 즐기던 종친들이 즐비했다.

민전은 양반지주 층이 사실상의 노예인 소작농을 착취하는 수단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법적으로는 병작반수제가 존재했지만 허울 좋은 민생 프레임에 불과했다. 토지를 미끼로 소작농을 착취했다. 소작농은 지주에게 절반을 떼어주지만 경작비용은 본인 부담이다. 조세도 소작농의 몫이다. 차 떼고 포 떼다 보면 결국 손에 쥐는 건 쥐꼬리도 안 된다. 지주와 소작농의 소득 격차는 더욱 심화됐다. 헬조선 원조는 말 그대로 조선시대다.

<명종실록> 명종 20년 8월 14일 기사는 윤원형의 죄악 26조목을 대사헌 이탁과 대사간 박순 등이 올린 봉서다. 여기서 이들이 간신 우두머리 윤원형의 토지 약탈 죄상을 낱낱이 밝힌 대목이 나온다.

“해변의 간척지와 내지(內地)에 죽 잇닿은 기름진 전답을 모두 사사로이 점유하고 관(官)에서 종자를 대어주고 수령이 감농(監農)하게 하니, 관창(官倉)에 저축한 곡식의 절반은 일꾼들 밥해 먹이는 데 쓰이고 밭에서 일하는 농부는 모두 경작하는 종이 돼 농장이 있는 곳마다 모두 원성이 대단하니, 어찌 지벽(地癖) 이란 기롱만 있겠습니까.”

소작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전호들은 빚에 허덕인다. 빚 갚기도 어렵게 되자 노비가 되거나 도망쳐 유랑민이나 도적이 된다. 신용불량자가 범죄자로 전락하는 셈이다. 이 시기 의적 임꺽정이 추앙받던 이유는 지주전호제 적폐에 신음하는 백성의 한이 서려있기 때문이다.

소병훈 의원실
농가부채 급증 농업 기반 상실의 전조가 될 수 있다  ⓒ소병훈 의원실

대한민국 농지 담보 대출이 85조 2085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62조 9298억 원에서 5년 만에 85조 2085억 원, 35% 증가했다고 하니 말 그대로 폭증이다. 또한 농협조합원 206만 명 중 6542명은 신용불량자라고 한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번 국감에서 밝힌 우리 농가가 처한 암울한 현실이다. 소 의원이 7일 밝힌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농지담보대출 연도별 현황>에 따르면 2022년 6월 30일 기준 밭을 담보로 35조 5018억 원, 논을 담보로 43조 9971억 원 그리고 과수원을 담보로 5조 7095억 원이 대출됐다. 

결국 우리 농민들은 올해 서울시 예산 44조 2190억 원의 두 배 가까운 천문학적 빚을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농협조합원 신용불량자 현황도 놀랍다. 올해 8월 기준 6542명의 조합원이 신용불량자에 등록됐고, 등록금액은 총 1조 1733억 원에 달한다. 

소 의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농가부채는 10년 전인 2010년과 비교해 1000만 원 이상 증가했다. 농가당 평균 부채는 2010년에 2721만 원이었지만 10년 사이 38% 증가해 2020년 3758만원이 됐다. 

농가부채가 증가하게 된 주요 원인은 쌀값 하락으로 도시근로자 가구소득과 농가소득차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도시근로자의 2000년 평균 가구소득은 2865만원이다. 2307만원이었던 농가소득보다 약 558만 원 정도 많았다. 사실상 도농 간 양극화가 심화된 탓이다.

지난 2016년 도농 간 소득 차이는 2141만 원으로 더 확대됐다. 2016년 농가소득은 3719만원으로 도시도시근로자 소득인 5861만원과 비교해 2/3 정도 수준에 불과했다. 2020년 도농 간 소득 격차는 2734만원으로 더욱 확대됐다. 도시근로자 소득은 7236만원, 농가소득은 4502만원이다.

빚은 재앙의 근원이다. 조선의 지주전호제가 농민 몰락의 주범이 됐듯이, 농가부채 급증은 농업 기반 상실의 전조가 될 수 있다. 막말이다, 아니다하며 아귀다툼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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