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악녀 여후(呂后)와 오너 외척 리스크 [역사로 보는 경제]
스크롤 이동 상태바
희대의 악녀 여후(呂后)와 오너 외척 리스크 [역사로 보는 경제]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2.06.05 1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너, 외척 단속이 먼저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명철 기자) 

오너, 집안 단속이 우선 사진(좌) 마녀 사진출처: 픽사베이, 사진(우) 전경련 사진출처: 전경련 홈페이지
오너, 집안 단속이 우선 사진(좌) 마녀 사진출처: 픽사베이, 사진(우) 전경련 사진출처: 전경련 홈페이지

외척은 망조의 근원이 될 때가 많았다. 한나라 유방의 황후 여후(呂后)는 유방이 죽자 나라를 단숨에 집어 삼켜 여 씨 일족을 정권 요직에 임명했다. 한순간에 황족은 찬밥 신세가 됐다. 여 씨 천하가 열렸다. 심지어 동생을 후황으로 책봉해 세습 정권을 획책했다. 

여후는 여장부다. 부친 여공(呂公)이 패현에서 유방과 인연을 맺은 것이 운명을 바꿨다. 촌구석 무명의 말단 관리에 불과했던 유방과 결혼해 천하를 함께 도모했으니 아내가 아닌 ‘동지’였다.

유방이 항우를 꺾고 한나라 건국하는데 여후의 내조가 컸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여후는 야심찬 타고난 권력의 화신이었다. 황후로 만족할 수 없었다. 여씨 천하를 만들고 싶었다. 한나라 건국 공신들이 눈에 거슬렸다. 한신(韓信)과 팽월(彭越) 등을 먹잇감으로 삼았다. 물론 이들도 건국 초 한나라 안정을 도모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권력 확장에 몰두한 탓에 제 운명을 재촉한 면도 있었다. 여후의 계략대로 공신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 갔다.

여후의 권력 장악에 가장 걸림돌인 유방이 즉위 12년 만에 죽었다. 여후는 쾌재를 불렀다. 어린 아들 혜제(惠帝)를 즉위시키고 정권을 잡았다. 자신의 권위를 만천하에 알려야 했다. 정권 장악 후 정치 보복과 사랑과 전쟁을 동시에 찍기로 했다.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한 한을 애첩 척부인에게 풀기로 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질투 복수극이 펼쳐졌다.

여후는 척부인을 일단 태형에 처한 후 머리를 깎여 붉은 옷을 입혀 죄를 지은 궁녀들이 가는 영항(永巷)에 감금시켜 쌀을 찧게 했다. 이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척부인의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영항가(永巷歌)를 지었다. 여후는 이를 자신을 향한 도발로 간주했다. 곱게 죽여서는 자신이 먼저 열받아 죽을 것 같았다.

처절한 비극의 서막이 열렸다. 여후는 척부인 아들인 유여의를 유인해 독살했다. 불과 12세 어린아이를 죽일 정도로 잔인했다. 다음은 척부인 차례였다. 척부인의 손발을 자르고, 눈알을 파내고, 귀에 유황을 부어 태워버렸는데 혹은 연기를 쬐어 고막을 태웠다고도 한다. 혀를 자르고 벙어리가 되는 약을 강제로 먹여 돼지우리 겸 뒷간에서 가뒀다.

백성들은 척부인을 사람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처참한 꼴에 빗대 사람돼지, 즉 인체(人彘)라고 애통해 했다. 

여후의 간악함은 친아들 혜제도 희생양으로 삼았다. 혜제에게 척부인의 실체를 공개했다. 혜제는 여후의 간악함에 정치를 포기하고 주색잡기에 빠져 불과 23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여후는 어린 손자를 차례로 등극시키면서 섭정에 나섰다. 사실상 여씨 천하였다. 여후의 폭정이 한나라를 지배했다. 하지만 여후도 죽음을 거부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에 불과했다. 여후가 죽자 여씨 정권도 무너졌다. 권불십년에 일장춘몽이 아닐 수 없다.

오너리스크는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는 고질 적폐다. 얼론 머스크처럼 자신이 폭탄일 수 있지만 처가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재벌들은 결혼 동맹이 흔하다. 부친 오너들의 친분으로, 사업상 필요에 의해 정략적으로 추진되기도 한다. 오너 처가도 재벌가이기에 경영에 참여하기도 한다. 남다른 경영 감각을 가진 오너 사모님들도 있다.

몇 년 전부터 재계 3~4세 오너들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40~50대 오너들이 그룹 수장들이 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본인 스스로도 단속을 해야겠지만 외척 관리도 중요하다. 특히 사모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현대판 여후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전경련 기업경영헌장 7원칙 중 두번째는 기업활동에 이어 ‘기업윤리’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투명경영, 준법경영을 함으로써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명시했다. 기업윤리는 외척 단속이 먼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