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신부가 신도들께 고해성사할 차례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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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신부가 신도들께 고해성사할 차례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2.11.20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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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돈규·박주환 신부 페이스북 글 논란
“끔찍한 항공 참사 일깨워…깊은 반성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지난 11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취재진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 취재를 위해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취재진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 취재를 위해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항공기 추락 사고를 여러 번 겪은 나라다. 전쟁 중도 아니고 항공기 보유 대수가 그리 많은 편도 아니다. 하지만 잊기 어려운 항공 참사들로 인해 국민의 두려움도 클 수밖에 없다.

항공 참사를 농담으로라도 언급하는 건 그래서 삼가야 한다. 대통령을 겨냥한 게 아니더라도 항공기가 추락하라고 저주하는 건 국민적 분노를 살 수밖에 없다. 

대형 항공 참사들

민간항공기 참사는 1983년 9월 1일에 시작됐다. 대한항공 007편이 뉴욕을 출발해 서울로 오던 길에 사할린 인근에서 사라졌다. 항로를 벗어나 구 소련 영공으로 들어갔다가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에 격추된 것으로 밝혀졌다. 탑승자 269명 전원이 사망했다.

국민들은 경악했으며 유족들은 사할린 인근 바다에 나가 꽃과 함께 분노, 통곡을 뿌려야 했다. 이후 소련의 미온적 태도는 우리의 가슴에 원한과 함께 항공 참사에 대한 큰 공포심을 심어놨다.

후유증에서 벗어날 때쯤인 1987년 11월 29일 대한항공 858기가 당시 버마(미얀마) 인근 안다만 해역에서 실종됐다. 탑승자 115명 전원이 사망한 이 참사는 북한 공작원들의 폭탄 테러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테러 지휘부인 북한측은 아직까지도 공식적인 사과는커녕 사실 확인조차 않고 있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족들 가슴에서 멍이 가시지 않은 채 남아있다. 항공 참사에 대한 국민적 공포가 자꾸 쌓일 수밖에 없었다.

1997년 8월 6일 괌 공항에서 대한항공 801편이 야산으로 추락, 229명의 사망자를 냈다. 세계적인 항공 대참사로 꼽히는 이 사고는 유족과 우리 국민 모두에게 결정적으로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심어놨다.

한동안 비행기 타기가 겁나고, 어쩔 수 없이 타도 이착륙 때엔 숨죽이며 고통받는 이들이 늘어났다. 휴가길에 나섰던 일가족이 함께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이후 웬만해선 가족이 함께 항공기를 이용하지 않기도 했다. 그 밖에도 국내외에서 잇따라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로 우리 국민들의 두려움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대형 사고들 때문에 국민들이 블랙박스 안에 탑재된 비행기록장치(Flight Data Recorder, FDR)와 조종실녹음장치(Cockpit Voice Recorder, CVR)라는 용어들까지 익숙해질 정도가 됐다. 심지어 어린이들 간에 블랙박스 색깔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끔찍한 참사를 일깨워준 두 신부

이런 상황에서 대한성공회 원주 나눔의 집 대표인 김돈규 신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 마지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라고 적었다.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유낙준 교구장은 김 신부에 대한 면직처분을 결정했다.

천주교 대전교구 소속 박주환 신부는 전용기에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떨어지는 모습을 합성한 이미지에 “비나이다~ 비나이다~” 등의 글을 덧붙인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천주교 대전교구는 박 신부에 대해 성무 집행정지 명령을 내렸다. 성직자가 미사나 고해성사 집전 등 사제의 권한과 임무를 박탈 당하는 중징계다.

이에 따라 두 신부는 신자들로부터 고해 성사를 받고 하느님에게 고백해 용서받게 하는 일을 못 하게 됐다.

교회 측 징계조치와 별도로, 우리는 두 신부가 국민들께 안겨드린 무형의 피해에 대해 깊은 반성과 함께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듭 말하지만,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사과와는 별도의 얘기다.

신부 자격 박탈됐으니

모든 신부들이 박봉에 시달리느라 재산을 모아둘 여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배상은 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 전용기를 거론함으로써 국민 의식 속에 잠자고 있던 항공 참사 기억을 끄집어내 많은 국민을 괴롭힌 점도 법률적 조치나 금전적 보상을 통해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해서 우리는 두 신부가 뒤늦게나마 뉘우치는 가운데 자신들에게 고해성사를 해오던 신자들께 거꾸로 고해성사를 함으로써 그들이 믿는 하느님에게 용서를 구하면 어떨까 싶다. 그 정도가,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도 모른 채 일을 저지른 두 신부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라고 믿는다.

혹시 아나? 그들로부터 고해성사를 받은 신자가 하느님께 “아버지여 저들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저들은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나이다(누가복음 23:34)”라고 대신 빌어주면 죄의 사함을 받을 수 있지 않을지!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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