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어 논란, 정치 실종-국익 실종으로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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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속어 논란, 정치 실종-국익 실종으로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2.10.01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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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망신 자초, 국민들 정치 불신까지…정치력 회복해야”
“대통령실, 특정 언론과 야당에 대한 책임 추궁 멈추고
민주당, 여당 정언유착 주장에 법적 책임 묻기 자제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비속어 논란' 책임 전가 규탄 현업언론단체 긴급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비속어 논란' 책임 전가 규탄 현업언론단체 긴급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완전히 애들 싸움 수준이다. 애들 수준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욕했잖아, 안 했어, 일러준다, 집안 망신시키냐? 그럼 나한테 욕했냐? ”

대한민국 집안의 어른이라고,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지금 하는 짓이 딱 저렇다.

시사평론에서 경계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양비론(兩非論).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양쪽 다 틀렸다는 식이니 제 역할을 못 하는 평론이다. 그러나 지금 유치한 싸움을 계속하는 정치권에 대해선 양비론을 펼 수밖에 없으니 답답하다. 한 쪽이 그르다고 하려면 다른 한쪽이 그래도 좀 잘 했다고 판단해야 하는데 도저히 그 판단이 내려지지를 않는다. 그러니 비난을 감수하고 양비론을 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외국이 싸움 말리는 꼴

영국 여왕 조문을 둘러싸고 한바탕 난리를 쳐서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좀 잠잠해지겠지 했다. 웬걸?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미국 일본 정상과의 회담 불발, 혼잣말 비속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추태를 계속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혼잣말이라도 사람 많은 데서 비속어를 썼다면 잘못이다. 피의자 다루던 언어습관을 대통령 언어로 바꿔나갈 일이다. 들켰으니 그게 사안의 본질은 아니더라도 가벼운 정도의 사과는 필요하다. 그렇다고 그걸 동네방네 떠들며 대통령은 아니라고 하는데도 바이든을 모욕했다고 고집스레 주장하는 야당도 잘 못이다. 그리고 바이든을 모욕했다는 주장을 접지도 않은 상태에서 우리 야당도 모욕했다고 하니 도대체 윤 대통령의 입이 일타이매라도 한다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이 코믹한 집안싸움을 상대국인 영국과 미국이 말리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들은 정말 부끄럽다. 영국은 “조문에 이상 없었다” 미국은 “그런 혼잣말에 ‘신경 안 쓴다’”. 국민들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상대국에서 저래 주니 싸움이 이젠 가라앉겠지 했다.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무슨 억하심정에서인지, 아니면 정쟁을 반드시 지속해야 할 속 사정이 있는 건지 끈질기게도 싸운다. 우리 정치인들이 부끄러움을 잊은 지는 오래됐지만. 거기에 더해 얼마 전부터는 아예 생각을 않고 살기로 했음에 틀림없다.

그게 아니라면 이 상황에서 지역구 사람들도 지켜보는데 장기자랑하듯이, 당에 대한 충성을 과시라도 하듯이 서툰 총질을 계속할 리는 없지 않은가. 그들이 즐겨 읊는 사자성어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그런데 욕하면서 배운다고…. 이성적이고 점잖아야 할 칼럼이 그들 닮아 혼탁해지니 이쯤에서 정치권에 대한 비난을 좀 자제해야겠다.

정치력 회복을

막장으로 치닫는 정치권을 지켜보며 속을 끓여야 하는 국민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표심을 잘 안다는 국회의원들이 왜 모를까.

자초한 대외 망신과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엎질러진 물이 됐다. 이제부터라도 정부 여당 야당 그리고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몇몇 ‘정치 호소인’들은 쌈박질을 ‘올 스톱’하는 게 뒤늦게라도 살 길이다. 그게 만회의 첫발일 수 있다. 대통령실은 특정 언론과 야당에 대한 책임 추궁을 멈추고, 정언유착 주장에 법적 책임 묻겠다던 민주당도 자제하고, ‘아무 말 대잔치’를 벌여오던 일부 방송의 패널들도 당분간 말잔치를 중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민주당이 해임 건의안을 냈던 박진 외교부장관의 경우, 당연한 얘기로 대통령에게 결정을 맡기면서 뒷말도 최소화하는 게 수습을 효율적으로 이끄는 길이 되겠다. 정부 여당도 그에 화답해 이번 분란을 마무리하기를 국민은 희망한다.

프로 정치인들에게 건방진 얘기로 들릴지 몰라도, 그게 완전히 실종된 ‘정치’를 회복시키고 그렇게 해야 정치가 국익을 추구하는 본연의 길로 들어서는 게 아닌가 싶다. 정치가 살아있었더라면 이런 상황까지는 오지도 않았다.  덧붙이자면 민도는 높아지고 기업과 한류는 일류가 되었는데 정치는 어째 수십 년 전보다도 더 후퇴했는지 모르겠다.

총선에서 이기려면

곳곳에서 수출 길이 막히고 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원화 가치는 날로 떨어진다. 여성들은 길 다니기가 점점 무서워진다. 정부와 머리를 맞댄 채 수출 독려에 나서면서 물가도 잡고 시민 안전을 도모하는 게 원래 정치가 해야 할 일 아닌가.

촛불 시위나 탄핵 같은 ‘흘러간 옛 노래’를 꿈꾸는 정치세력은 이제 없으리라고 믿는다.

총선에 승리하기 위해 눈 더욱 밝아진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으려면 여든 야든 민생에 ‘올 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정답일 거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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