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감산에 ‘치이고’, 중국 증설에 ‘데이고’…석유화학 ‘봄’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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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감산에 ‘치이고’, 중국 증설에 ‘데이고’…석유화학 ‘봄’ 언제 올까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04.07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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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감산 영향 '반짝' 그칠 것
중국 발 공급과잉 우려는 계속
석화, 신사업 확대로 대응나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울산석유화학단지 ⓒ VISTI ULSAN 홈페이지
울산석유화학단지 ⓒ VISTI ULSAN 홈페이지

석유화학 업계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지속되는 업황 침체 분위기로 인해 긴장의 끈을 바짝 죄고 있다. 유가 변동, 중국 발 공급 과잉 등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산적한 까닭이다.

 

오펙플러스 추가 감산안에 유가 올라…석화업계 ‘깜짝’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산유국으로 구성된 오펙 플러스(OPEC+)는 오는 5월부터 매일 116만 배럴 규모의 추가 감산을 수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하루 200만 배럴씩 감산한 데 이어 추가 감산안까지 내놓은 것이다.

이같은 계획을 전한 다음날인 3일 뉴욕상업거래소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유가는 배럴당 80.24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날보다 6% 오른 수치다.

석유화학 업계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통상적으로 유가가 오르면 나프타 등 석유화학 업계의 원료 가격이 동반 상승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가가 점차 내려가면서 업황 회복 기대감이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감산 발표가 또 나왔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다만, 유가가 ‘깜짝’ 변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감산이 예고돼 온 데다, 예고된 감산 규모와 실제 감산 규모가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김도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존에도 2023년 5월부터 165만 배럴 추가 감산 계획이 있었던 상황”이라며 “시점만 조금 앞당겨졌고, 과도한 급등양상 역시 보이지 않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를 방증하듯, 유가는 지난 3일 이후 상승 폭이 점차 완만하게 꺾이고 있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 WTI 기준 유가는 80.70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0.1%(0.09달러) 오르는 데 그쳤다.

 

에틸렌 자급 규모 높이는 중국…수출 감소 우려 현실화


석화 업계의 고민은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이 석유화학 기초유분 제품의 자급력을 높여감에 따라 수출 감소 위험까지 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석유화학 기초유분 제조 규모 확대를 골자로 한 중장기 육성 방안인 ‘석유화학 업종의 질적 발전에 관한 지도의견'을 내놨다. 2025년까지 에틸렌 생산 규모를 900만 톤 가량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중국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2021년 기준 4368만 톤이다. 같은 기간 중국의 에틸렌 내수 소비량은 5832만 톤으로 집계된다. 해당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은 에틸렌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배경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국내 화학기업의 석유화학 제품 전체 수출 중 대 중국 수출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데 있다. 지난 2021년 기준, 전체 석유화학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39.7%에 달했다.

영향은 이미 현실화하는 중이다. 지난 2022년 국내 기업의 석유화학제품 중국 수출액은 2021년 대비 5.5% 감소한 12억946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는 석유화학 전체 수출 규모 위축도 불러왔다. 해당 전체 수출 규모는 지난해 1~10월 기준 3.6%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대 목소리도 존재한다. 중국 내 ‘리오프닝’ 효과로 경기가 살아나고,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자급력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가정 하에 국내 석화 업황도 2분기 회복 조짐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위클리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주요 석유화학 제품 재고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속도라면 약 1개월에서 1개월 반 내 재고가 바닥권에 진입한다”며 “2분기엔 중국 내 경제활동 추가 정상화도기대된다. 4월 말 전후로 구매수요 재출현 및 제품가격 전반 강세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양한 변수 촉각 세워야…포트폴리오 확대로 대응 마련


업계는 석유 감산과 중국 수출 감소 위험 등 다양한 변수에 촉각을 세워가며 올해 사업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두드러지는 점은 석유화학 제품 공장 가동률 자체를 유지하면서도, 사업 중심을 배터리 등 높은 수익성이 기대되는 산업으로 옮기고 있다는 데 있다.

LG화학의 경우 올해 2차전지 양극재 및 분리막에 1조2015억 원 규모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HEC, EOA 등 스페셜티 소재에 3946억 원 규모 투자를 진행한다. 이외에도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소재와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에 4979억 원 규모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석화 업계는 전반적으로 중국시장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경기 상황을 보면서 기존 석화 사업 비중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배터리나 스페셜티 소재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식으로 리스크에 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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