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티씨, 경영위기 불구 임직원에 보너스…주주들은 배당금도 못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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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피티씨, 경영위기 불구 임직원에 보너스…주주들은 배당금도 못받아
  • 박준우 기자
  • 승인 2023.07.11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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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자사주 처분 에이피티씨…임직원 전원에 57억 쏜다
1분기 6억4000만 영업손실…경기침체·매출구조 등 문제
최우형 대표, 주주들 마음달래기 나섰지만 효과는 ‘미지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에이피티씨가 자사주 처분을 통해 임직원들에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주주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최 대표가 주주들에 공개한 편지다. ⓒ에이피티씨 홈페이지 갈무리
에이피티씨가 자사주 처분을 통해 임직원들에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주주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최 대표가 주주들에 공개한 편지다. ⓒ에이피티씨 홈페이지 갈무리

건식 식각장비 제조회사 에이피티씨(APTC)가 임직원 전원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창업주와 경영주의 줄다리기를 비롯해 실적하락, 개인정보 유출 등 각종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사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이피티씨는 지금 당장 임직원들의 보너스 지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정도로 경영 위기에 처해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피티씨는 이날 자기주식 34만 3000주를 처분한다. 발행주식총수의 1.34% 수준으로, 처분 목적은 전체 임직원 대상 위로금이다.

에이피티씨는 지난 6월 21일에도 한 차례 자기주식을 처분한 바 있다. 당시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총 19만 839주를 시간외 방법으로 처분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매각하는 사측의 결정에 오버행 이슈를 걱정하면서 불만감을 표출했다.

투자자들은 에이피티씨의 이번 결정에도 반발하고 있다. 당장 좋지 않은 분위기를 다스리고, 실적 향상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할 기업이 자사주를 처분한 뒤 위로금을 뿌릴 여유가 있냐는 이유에서다.

위로금 명목으로 처분하는 자사주 규모는 에이피티씨 시가총액의 1%로, 올해 들어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시점에 자사주를 처분한다는 점 등이 투자자들의 불만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이피티씨는 2021년 1780억 원의 매출과 54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쾌거를 거뒀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30%에 달했다. 그러나 2022년 1413억 원의 매출과 309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전년은 물론 2020년 보다 떨어지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더욱 암울한 상황이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85% 하락한 110억 원을 기록했으며, 6억 4000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실적하락의 주된 이유로는 2022년 금리인상을 비롯해 경기침체로 인한 반도체 업계 불황 등이 지목된다. 내수시장 의존도가 80%에 달하는 에이피티씨의 매출구조 특성상 침체기로 인한 실적하락을 버텨낼 수단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내수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에 매출이 집중된 상황인 점은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만약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물량이 줄어들어 실적하락이 발생할 경우 이를 방어해낼 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다. 이에 에이피티씨는 국내에 집중돼 있는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해외에서 신규 매출처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창업주 김남헌 전 대표와 최우형 현 대표를 둘러싼 논란도 식지 않고 있다.

앞서 에이피티씨의 창업주인 김 전 대표는 세계 5대 반도체 회사 중 건식 식각장비를 제조하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에서 근무하다 2002년 에이피티씨를 설립했다. 설립 초기 투자 인베스트 회사로부터 번번히 투자를 거절당했지만 당시 증권업계에 근무하던 최 대표의 도움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후 두 사람은 에이피티씨에서 함께 회사를 이끌어나가다 2018년 11월 기존 대표이사였던 김 전 대표가 사임함에 따라 당시 이사였던 최 대표가 그 자리에 올라섰다. 이후 2021년 두 사람의 공동목적 보유 확약 기간이 끝난 데 이어 2022년 특수관계인 관계가 정리되면서 잡음이 일었다.

2022년 창업주 김 전 대표가 본인이 창업한 에이피티씨와 동종업계 회사인 ‘나이스플라즈마’를 차렸기 때문이다. 당시 투자자들은 김 전 대표의 행보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 대표이사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 다소 과도한 보수를 챙긴 사실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들쑤시고 있다. 최 대표는 2년간 약 138억 원의 보수를 챙겼다. 앞서 최 대표는 2021년 자기 지분도 일정량 팔았던 바 있다.

최 대표가 이처럼 높은 보수를 챙길 수 있었던 데는 사측이 2021년과 2022년 좋은 실적을 거뒀기 때문인데, 그 이전에 주주들의 무한한 믿음과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정작 회사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은 2022년 배당금을 받지 못했다.

이외에도 에이피티씨는 주주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벌어져 한 차례 혼란을 겪었다. 지난 6월 21일 공지를 통해 주주들의 주주명, 주소, 소유주식수 등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전했다. 에이피티씨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정보관리인 A 주주에 대한 수사를 사법기관에 의뢰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최 대표는 최근 주주 안내문을 통해 주주들 마음 달래기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한편, 현재 에이피티씨의 지분은 김 전 대표가 11.89%를 최 대표가 9.12%를 보유하고 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증권·핀테크 담당)
좌우명 : 닫힌 생각은 나를 피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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