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독일까, 득일까’…쉐보레 트블·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아찔한 동거 [듣고보니]
스크롤 이동 상태바
‘서로에게 독일까, 득일까’…쉐보레 트블·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아찔한 동거 [듣고보니]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3.08.04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분기 판매 보릿고개 겪던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크로스오버 출시 후 판매 동반성장
신차효과 본격화하는 9월부터 본실력 전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로베르토 램펠 GM 한국사업장 사장(오른쪽)이 19일 서울 강남 ‘하우스 오브 지엠’에서 열린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행사에서 제품 광고모델을 맡은 안무가 허니제이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br>
지난 7월 19일 서울 강남 ‘하우스 오브 지엠’에서 열린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행사에서 로베르토 램펠 전 GM 한국사업장 사장(오른쪽)이 광고모델을 맡은 안무가 허니제이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지난 7월 19일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의 상품성 개선 모델 출시가 이뤄진 날, 행사가 열린 서울 강남 하우스 오브 GM에선 민감한 질문이 던져졌다. 

같은 쉐보레 브랜드 내에서 먼저 출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판매 간섭 영향을 주고 받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경쟁이 심한 동급의 소형 SUV 시장에서 '한 집안' 경쟁을 펼쳐야 하기에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우려다.

해당 질문엔 고객이 상위 모델 격인 트레일블레이저를 사러왔다가 하위 격인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사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겠냐는 부연이 이어졌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구매하러 온 고객이 '값이 더 비싼, 수익성이 더 좋은' 트레일블레이저로 맘을 돌리면 반길 일이라지만, 그 반대 경우는 우려를 살 수 있단 의미다.

그래서 직접 들어보고, 살펴봤다. 트레일블레이저가 트랙스 크로스오버 출시로 인해 판매 전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있는지를 말이다. 

쉐보레 소형 SUV 모델 월별 내수 판매량 그래프. 4월 트랙스 크로스오버 출고를 기점으로, 차종별 판매량이 모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GM 한국사업장 자료에 따르면, 트레일블레이저의 월 판매량은 올해 초 500대를 넘지 못했다. 1월과 2월 각각 430대, 380대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1, 2월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로도 감소세가 확연하다. 지난해 700~1000대를 판매하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난 셈이다.

북미 수출 물량을 대느라 국내 배정 물량이 부족한 탓도 있으나, 신차 수요가 적은 겨울철의 계절적 특성과 모델 노후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행히 트레일블레이저의 판매 부진은 3월 들어 회복세를 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봄과 코로나 엔데믹을 맞아 수요가 살아난 덕분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3월 620대를 판매하며 반등을 이뤘다. 해당 월부터는 소형 SUV 신차인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사전계약 접수가 시작됐다. 이를 감안하면, 같은 브랜드에서 동급의 완전 신차가 곧 나올 예정임에도 트레일블레이저는 뒷심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4월 실적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고객 인도가 본격 시작된 시기임에도, 트레일블레이저는 1042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올 들어 처음으로 월 1000대를 넘은 만큼, 고무적인 결과였다. 물론 같은달 트랙스 크로스오버도 3072대가 팔리며 시장에 안착했다. 판매 간섭 영향은 커녕, 오히려 두 모델 모두 시장에서 더 잘 나가게 된 것이다. 

5월에도 트레일블레이저는 946대를 판매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전년 동월 대비 첫 판매 증가세를 기록하며 선전을 이어나갔다. 여기에 트랙스 크로스오버도 3396대가 출고되며, GM 한국사업장은 소형 SUV 시장에서 '성공'이란 단어를 거리낌없이 쓸 수 있는 상황을 맞이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6월에도 849대를 판매해냈다. 2분기 기준으론 2837대의 판매고다. 1분기 1430대를 파는 데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출시는 트레일블레이저에게 '독'이 되기보단 '득'이 됐다.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 미디어 쇼케이스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 중인 GM 한국사업장 임원진의 모습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 미디어 쇼케이스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 중인 GM 한국사업장 임원진의 모습. ⓒ GM 한국사업장

정정윤 GM 한국사업장 최고마케팅책임자(CMO)도 이같은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두 모델의 잇따른 출시가 판매간섭 대신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론칭 마케팅 전략을 고민할 때 당연히 간섭효과를 고민했다. 그러나 결과가 말해 주듯 오히려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선보이고 나서, 트레일블레이저 판매가 늘었다. 시너지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

구스타보 콜로시 영업·서비스 부문 부사장은 타겟 고객층이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는 서로 보완효과가 있다. 내부적으론 '다이내믹 듀오'라 부른다. 트랙스를 찾다가 트레일블레이저를 구매할 수도, 트레일블레이저를 보러 왔다 트랙스를 구매할 수도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각각 모델의 페르소나, 고객의 페르소나가 다르다 생각한다. 진정한 고품질 SUV를 원하고, 단지 도심주행이 아니라 그 이상을 원한다면 트레일블레이저를 선택하면 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7월 상품성 개선 모델 출시라는 반등 기점을 확보한 만큼, 앞으로 판매 기세를 이어가는게 중요해졌다. 당장은 판매 낙폭을 줄이거나, 그치게 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상황임은 분명하다. 

다만 상품성 개선 모델의 첫 성적표인 7월 실적은 694대로, 만족할만한 수치를 내진 못했다. 물론 해당 기간엔 트랙스 크로스오버마저 2807대를 판매하며 주춤했다. 소비 심리 둔화와 여름 휴가철로 인한 수요 감소 등이 겹친 탓이다.

때문에 여름철이 지나는 오는 9월 실적부터가 실적 회복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의 역학 관계도 보다 뚜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