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로 포장한 ‘가품천국’ 알리익스프레스 [기자수첩]
스크롤 이동 상태바
‘가성비’로 포장한 ‘가품천국’ 알리익스프레스 [기자수첩]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3.10.17 16:5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10월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 ⓒ화면 캡처

“저희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거래 전체량 대비 가품으로 인한 이의제기 건은 0.015%입니다.”

지난 16일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가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말이다.

한국 브랜드를 도용한 일명 ‘중국산 짝퉁 상품’ 판매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에 그는 “인지하고 있다”면서 “가품을 근절하는 데 명확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현재 △셀러 심사 시스템 △AI 기반의 가품 식별 △지적재산권 위반 판매자 처벌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레이 장 대표의 이 같은 답변에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위증을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백혜련 정무위원장도 “가품으로 인한 이의제기 건이 0.015%에 불과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되받아치고 나섰다. 

실제 국감장에서 지적받은 알리익스프레스의 짝퉁 판매 현황은 가품 근절 시스템이 무용지물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강민국 의원실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상품을 조사한 결과, 블랙야크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되는 패딩 가격이 8만9000원~30만 원 가량이었던 데 비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해당 패딩 가격은 1만~3만 원에 불과했다. 전부 중국산 짝퉁이었다. 심지어 국회의원 배지도 1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발표 자료가 화면에 공개되자 의원들 사이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A씨가 알리익스프레스 상품페이지에서 본 의자(왼쪽)와 실제 배송받은 의자(오른쪽) 모습 ⓒ시사오늘

알리익스프레스의 가품 논란이 하루이틀 일이 아님에도 회사 측의 개선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의자를 구매한 A 씨는 상품 판매 페이지의 사진과 실제 받아본 상품이 너무 달라 피해를 봤다며 본지에 제보해 왔다. A 씨가 판매자에게 상세 사진과 실제 상품이 너무 다르다고 항의하자 “‘약간’의 다른 점은 있을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A 씨는 3일 동안 판매자, 알리익스프레스와 씨름하며 환불을 요구한 끝에 겨우 환불을 받긴 했지만, 그마저도 알리익스프레스에서만 사용 가능한 디지털 포인트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영향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상반기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 5위에 올랐다. 지난 6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의 사용자 수는 497만 명으로, 올 1월보다 160만 명 증가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성공에는 고물가 속 조금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구해보려는 소비 심리가 깔려 있다. ‘짝퉁’임을 알고도 사는 소비자를 파고든 셈이다. 실제 해외 직구·쇼핑 관련 커뮤니티 등에는 ‘알리 제품은 짝퉁인 걸 알지만 가격에 혹한다’, ‘쓰다 버려도 좋다는 각오로 구매하는 곳’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고 알리익스프레스의 가품 판매가 용서받을 순 없다. 오히려 알뜰한 소비자들의 간절함을 이용한 배신행위라고 하면 지나칠까.

결과적으로 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앞서 알리익스프레스는 가성비와 빠른 배송을 앞세워 한국 소비자를 잡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단 팔고 보자’는 심보(?)로 언제까지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1년간 해외직구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51명(10.2%)이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사이트별로는 알리익스프레스(31명)가 가장 많았고, 아마존(9명), 11번가(8명), 네이버쇼핑(7명)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피해를 해결한 소비자가 19명에 그쳐 조사대상 중 해결률(61.3%)이 가장 낮았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대응은 내실 강화가 아니라 화려한 치장이었다. 광고 모델 마동석 발탁, CJ대한통운과의 배송 제휴 등으로 여전히 눈앞의 이익만 좇으면서 상품 신뢰도는 점차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가성비가 아닌 가짜가 판치는 플랫폼이라는 오명만 짙어질 뿐이다. 소비자 피해뿐만 아니라 제조사에 피해를 주고, 유통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레이 장 대표는 국감장에서 “한국소비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심정적으로 이해하고 있고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겠다”며 “자원적으로, 기술적으로, 인력적으로, 재무적으로 충분한 자원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곧 해외 직구 시즌이다. 앞서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마케팅과 물류 경쟁력 강화 등에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레이 장 대표가 국감장에서 다짐한 대로, 그 못지않은 상품 신뢰 강화와 소비자 보호 대책을 내놓길 기다린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편견없이 바라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알리 각성하라 2023-10-18 13:20:25
알리는 상품평 보고 구매해야 돼요 가짜가 너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