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이 묻는다…“아…민주주의!” [YS서거 8주기 추모식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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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이 묻는다…“아…민주주의!” [YS서거 8주기 추모식①]
  • 윤진석 기자,박지훈 기자,김자영 기자,이윤혁 기자
  • 승인 2023.11.22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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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 출범 30주년 기념세미나와 함께
현충관 추모식 거행 속 … YS 정신 되새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박지훈 기자,김자영 기자,이윤혁 기자]

김영삼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이 22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거행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영삼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이 22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거행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오랜만에 푸근한 날씨에서 치러졌다. 8년 전 故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서거하던 날은 찬바람이 매섭게 파고들었다. 생전 모습을 다시는 보기 어려운 데서 생긴 커다란 슬픔이 눈의 결정체로 변한 것인가 싶게 유난히 추웠다고들 했다. 이후에도 YS 서거일이 되면 눈발이 날렸고 살을 에워왔다. 22일 YS 서거 8주기는 예년과 달리 종일 포근함이 어렸다. 영면에 든 가운데서도 갈수록 팍팍해져 가는 오늘날의 정치적 냉전의 골짜기를 녹일듯이 추모객들 사이로 성찰의 시간이 주어지며 절로 숙연함이 감돌았다.

 

문민정부 세계화 개혁과 외환위기의 진실


이날은 특별히 문민정부 출범 30주년을 맞이해서 오전에는 서울 동작구 김영삼도서관 대강당에서 여덟 번째 기념세미나가 열렸고, 오후에는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추모식이 거행됐다. 
 

문민정부 출범 30주년 기념세미나가 22일 서울 동작구 김영삼도선관에서 거행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문민정부 출범 30주년 기념세미나가 22일 서울 동작구 김영삼도서관에서 거행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오전 10시, ‘문민정부의 세계화를 통한 개혁과 외환위기의 진실’이라는 주제로 열린 기념세미나에서는 故김대중(DJ) 전 대통령 계파인 동교동계 조찬옥 사무총장이 사회를 맡아 양김 세력이 민주화추진협의회를 함께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식전에는 여느 때와 같이 상도동계와 문민정부, 민주동지회, 민주산악회 동지들이 얼싸안고 안부를 물으며 담소를 주고받는 등 반갑게 해후하는 모습이 훈훈함을 자아냈다. 어림잡아 1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민추협 이사장), 김무성 전 민추협 회장을 비롯해 김봉조 민주동지회 회장, 김기수 전 비서실장, 홍인길 전 총무수석, 김영섭 전 경제수석, 박재윤 전 재무부 장관, 김도 전 총무 비서관, 유준상‧김동주‧안경률‧이근진 전 의원, 권영세 전 장관, 조완규 전 서울대총장, 박일하 동작구청장, 조대용 거제시의원, 김명국 배우(거제시 홍보담당) 등 내외빈이 자리하며 식순에 맞춰 차례대로 호명됐다.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겸 민추협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겸 민추협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덕룡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경제계나 노동조합, 금융기관, 기업, 관료 사회 등 많은 당사자들이 자기들과 연관돼서 발생했던 외환위기(IMF)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려하지 않고 오로지 그 책임을 모두 김영삼 대통령에게 지우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면서 YS 홀로 십자가를 지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일갈했다. 

“우리 한국은 외환위기가 발생할 당시, 같은 해 겪었던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에 비교해 사실상 튼튼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1997년 10월 23일 홍콩 증시가 폭락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용도가 높았던 포스코나 산업은행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해외에서 신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부득이하게 한국은행이 가지고 있던 외환 보유로 기업들을 지원했고 결과적으로 외환 부족 사태를 겪게 됐다. 정부는 이를 채우기 위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곧바로 동의를 얻어냈다. 그러나 금융개혁 법안이 사실상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고 정치적인 이유로 지연되면서 순탄하게 IMF의 지원 받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본격적인 금융위기로 확대된 것”이라며 “이제는 외환위기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고 역사로부터도 교훈을 얻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과제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홍규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문민정부와 외환위기를 주제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홍규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문민정부와 외환위기를 주제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뒤이어 이홍규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문민정부의 세계화를 통한 개혁과 외환위기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에 나섰다. 외환위기 문제를 되짚는 문제는 상도동계와 문민정부 인사들에게는 묵직한 숙제와 같은 일이다. 좀 더 객관적 조명을 하기 위해 이 교수 발언을 하나하나 되새기고자 김무성 전 대표 등 문민정부 인사들은 몸을 앞으로 내밀어 귀를 쫑긋 세우거나 이날 배포된 책자 여백에 얼굴을 묻고 꼼꼼히 적어 내려가기 바빴다. 

이 교수는 먼저 “현대국가 핵심 경영의 요체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다. 한국의 근대화로 봤을 때 물질적 근대화는 상당히 성취됐으나 지력과 문화‧리더십의 근대화는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고 언급하며 “외환위기의 내외적인 요인을 돌아봐야 한다”고 환기했다. 외적으로는 “1994~1995년 미국이 금리 인상을 두 배 가까이 가파른 인상을 하면서 세계경제 문제가 초래했다. 외자에 의존하던 동남아 경제를 위기 속으로 몰고 갔다. 일본 금융에서 대출을 회수하고 홍콩증시가 폭락하면서 투자심리가 공포 분위기로 휩싸여갔다”며 외환위기의 원인을 짚어갔다.

내부적으로는 “한국 경제가 고속성장하면서 한계에 봉착했다. 원래 고속성장을 하면 장기적으로 십여 년 동안은 항상 문젝가 야기될 수밖에 없다. 과잉투자가 일어나고 유동성이 커지면서 경제적 거품도 커지기 때문”이라며 “고통을 싫어하는 정치권과 기업 부채 누적 등이 쌓인 데다 개혁입법이 무산되고 정부 대응 실수 등의 원인으로 외환위기를 맞았다”고 부연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당시를 통해 무슨 교훈을 얻었냐는 것이다. 지금도 외환위기 관리 능력이 있을까를 자문해 봐야 한다”며 “고금리 시대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오늘날의 문제로서 미국의 고금리 체제가 지속되면 세계경제 면에서 엄청난 폭풍이 몰아친다. 위기에 대처하려면 집단지성이 표출돼야 하는데 진영 논리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 같은 역량이 있을지, 과연 극복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다.  
 

대담 시간에 이각범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최양부 전 대통령 농림해양수석, 조영기 고려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대담 시간에 이각범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최양부 전 대통령 농림해양수석, 조영기 고려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대담에서는 당초 김무성 전 대표가 진행을 맡기로 했으나 문민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서관을 지낸 이각범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대신 바통을 넘겨받아 이끌었다. 김 전 대표는 묵묵히 뒤를 지키려는 내색이 짙어 보였다. 

이각범 교수는 “우리나라에 세분의 위대한 대통령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다음의 화두에 주목했다.

“첫째는 건국 이승만 대통령, 두 번째는 산업화 이룩한 박정희 대통령, 세 번째는 산업화 과정에 생겨난 많은 모순을 개혁해 국가 건설의 의미를 새로운 시대, 새 차원으로 정착시켜 우리나라 발전을 이끈 김영삼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김영삼 대통령의 5년간 치적을 살펴보면 이렇게 애국심을 갖고 매일매일 성실하게 대통령직을 수행한 사람은 보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영삼 대통령이 한 많은 일이 있지만 하나같이 ‘그건 아니다’라고 폄하하는 것이 외환위기다. 원인의 진실을 제대로 밝히고 그 과정에서 YS가 어떤 세계적 혜안을 가지고 정책을 수행했는지, 세계화를 통한 개혁의 실상을 접근할 필요성을 느꼈다.”
 

최양부 전 대통령 농림해양수석이 대담자로 나서 외환위기 원인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최양부 전 대통령 농림해양수석이 대담자로 나서 외환위기 원인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다음으로는 문민정부의 최양부 전 농림해양수석이 대담자로 나섰다. 최 전 수석은 2018년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고 화가 난 나머지 IMF 외환위기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임창열 당시 경제부총리와 소송에 휘말렸고, 2년 7개월간의 법정다툼 끝에 최종 승소한 바 있다. 

최 전 수석은 “1997년 11월 외환위기가 1·2차 국가부도위기, IMF 환란으로 게임체인지가 일어나게 된 것은 세계화 구상과는 무관한 당시 15대 대선이라는 정치적 격변기에서 경제참모들의 정책 오판, 대선후보(김대중·이회창)들의 무책임한 정치행보 등이 빚어낸 총체적 정치적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며 “그 가운데 4가지 사건이 주요한 요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YS 책임론으로 돌리기에는 억울한 점이 많다는 점을 부각,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첫 번째는 1997년 11월 19일 경제팀 교체와 경제부총리에 임창열을 기용한 인사다. 나는 이 인사가 망사가 됐다고 평가한다. 둘째는 임 부총리가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힌 ‘IMF 구제금융신청 거부’ 사건이다. 전임 강경식 경제부총리가 11월 16일 IMF 캉드쉬 총재를 비밀리에 서울에서 만나 구제금융신청계획을 구두로 전달하고 일본, 미국 재무장관에 알리고 협조를 부탁했는데, 이를 거부함으로써 IMF와 미국 측이 김영삼 정부에 극도의 불신을 품게 됐다고 본다. 세 번째는 외환차입협상을 추진하다 실패하고 11월 21일 밤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것이다. 큰 정책 오판으로 미국과 IMF 불신을 심화했다. 넷째는 12월 3일 제1차 국가부도위기를 IMF 긴급자금지원으로 극복한 직후 12월 7일 김대중 대통령 후보가 ‘IMF 재협상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에 대한 미국, IMF, 외국투자은행단의 불신을 가중하고 대외신인도가 추락했다.”

최 전 수석은 이날 외환위기 백서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같이 IMF구제금융신청-거부-번복-재신청, 1·2차 국가부도위기, 굴욕적인 IMF 협상과 IMF 재협상론으로 이어졌다. IMF 환란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국민에게 올바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25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IMF의 진실을 모르기 때문에 자유롭게 해석되고 부당한 평가들이 많다. 본질을 이해하지 않았기에 나오는 말이다.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뭉친 민추협이 중심이 돼 1997년 외환위기 백서를 만들었으면 한다. 그것을 통해서 25년의 역사를 반성한다면 교훈을 얻고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되고, 25년간 86세대가 퍼뜨린 가짜뉴스를 없애는데도 결정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담자로 나선 조영기 고려대 교수가 외환위기 사태를 둘러싼 다각도로 분석한 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대담자로 나선 조영기 고려대 교수가 외환위기 사태를 둘러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이어진 대담에서 “시대정신과, 외환위기의 본질, 장본인은 어디에 있나 3가지를 말하겠다”며 운을 떼어갔다.  

“첫 번째는, 시대정신으로 지도자는 시대정신을 실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도자의 덕목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시대정신을 찾고 그것을 실현하는 보편적 정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1995년 당시에 김영삼 대통령이 재임하던 때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1986년 이후 3저현상(저달러·저금리·저유가)고도성장과 무역수지 흑자, 올림픽 특수로 내수확장의 일시적 호황을 겪었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대외적 여건 변화와 함께 생산적 투자도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는 80년 후반 부동산·주식 거래 관련 투기적 성향에 관련해서도 생각을 해야 한다. 1995년 우리에게는 새로운 시대정신이 필요했는데 30년간 지속된 산업화 발전 모델 가능성만 있었던 듯하다. 1980년부터 시작해서 레이건, 대처리즘, 동유럽 체제 전환, 구소련 해체 등 세계적 문명사의 변화가 있었고, 그것을 이끌었던 것이 ‘자유주의’라 생각한다. 문명사적인 화두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한민국 상황은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봐야 한다. 거대한 문명사적 변화를 수반했다는 점에서 시대적 조류, 이를 선택한 김영삼 대통령의 선택은 매우 탁월했다.  ‘세계화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53개 개혁 과제를 선택해 개혁했다. 그 개혁 과제 중에서 교육·노동·산업·금융 개혁도 있었다. 만약 제대로 해결됐다면 우리는 1997년 말 외환위기라는 엄청난 재앙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조 교수는 '자만'을 조심하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우리는 낙관론 속에서 성장모델을 바꾸지 않은 점이 있다. 고임금·고금리·고물가 등 높은 위기가 엄습해왔고 저기술·저문물·저부가가치 3저가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세계화 개혁을 제대로 못한 것도 원인으로 생각한다. 후손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자만하지 말라’, ‘교만하지 말라’, ‘태만하지 말라’ 이다. 황금빛 또는 80년대 말 3저 호황으로 자만하지 않았는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화를 통해 모든 것을 다 치유할 수 있다는 교만함이 있지 않았는가. 산업구조 개혁이나 또는 모든 개혁을 하는데 우리 스스로 게으르지 않았나. 태만하지 않았나에 대한 자성도 필요하다.”

 

YS 추모식, 통합과 민주주의 되새겨 


김영삼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이 22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거행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영삼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이 22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거행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오후 2시부터는 동작구 현충관에서 추모식이 거행됐다. 1시 10여 분부터 예행연습이 시작됐고 김덕룡 이사장과 YS 차남 김현철 김영삼기념재단 이사장과 YS 손자 김인규 전 청와대 행정관이 추모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일찌감치 로비를 지켰다. YS 부인 손명순 여사는 병환으로 일 년 가까이 입원 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식전 대기실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들어오자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와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하는 등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고, 서로  잘 알고 있다는 듯 인 위원장 또한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로 화통하게 화답해 나갔다. 먼저 와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의 홍익표 원내대표와도 화기애애하게 인사하는 등 정치권에 필요한 통합 정신이 추모식 전후만큼은 잘 발현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현충관 앞으로 여야 각각 나뉘어 양편으로 분리돼 늘어져 있는 근조화한처럼 어색한 분위기가 감도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정대철 헌정회장,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회장,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 등이 추모식을 찾은 가운데 상도동계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추모식에서 김덕룡 이사장은 “오늘날 민주주의는 과연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인사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인사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문민정부 수립과 민주주의 30년이 경과한 오늘, 저는 묻는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과연 건강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가, 이 자리에 참석한 우리 모두는 역사와 김영삼 대통령께서 지하에서 묻고 있는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 물음에 대해 국민 앞에 성찰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30여 년에 걸친 군사정치를 청산한 민족사의 거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배우고 본받아야 할 아름답고 훌륭한 품성을 지닌 정치인이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정치인이었다. 제가 모셨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단 한 번도 군사독재 권력 앞에 비굴하지 않았다. 국회의원직에 제명당했을 때도 ‘나는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할 수 없다’며 끝까지 저항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23일에 걸친 단식투쟁은 꺼진 민주주의를 되살려내기 위한 살신성인의 거룩한 투쟁이었지 구차한 고생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이 YS 단식기간 중 해외로 망명할 것을 권유했을 때 나를 시체로 만들어 해외로 부치라며 국민을 지켰다. 하늘을 우러러 땅을 굽어 한줌 부끄럼 없는 대도무문으로 강단 있는 삶을 보여준 김영삼 대통령은 정치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온몸으로 보여줬다. 이 자리가 역사와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삶, 고해의 자리, 약속의 자리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이 대한민국의 정치가 구차하고 작은 정치를 벗어나 당당하고 큰 정치로 위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김 이사장의 발언 후 여야 지도부는 추모사에서 참칭민주화 세력, 경제 위기 등 상대를 겨냥한 뼈 있는 말을 했지만 이날만큼은 절제하려는 듯 표정관리에 나섰다. 전반적으로 통합과 협치, 민주주의 등을 되새기겠다며 저마다 YS 정신을 강조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추모사에서 YS의 개혁과 통합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추모사에서 YS의 개혁과 통합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온몸을 내던져가며 불의에 항거한 대통령의 의지와 결기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금자탑같은 교훈이 돼 있다. 김영삼 대통령께선 과감한 결단으로 권위주의의 오랜 잔재를 청산했고 우리 사회 뿌리박힌 부정부패 일소에도 앞장섰다”며 존경을 표했다. 김 대표는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온다는 결기와 애국 충정으로 국민을 위한 옳은 일이라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돌파하고자 했던 대통령의 신념은 책임있는 지도자의 표상이 돼 있다. 오늘날 눈앞의 이익만을 탐하며 포퓰리즘의 포로가 된 정치문화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을 반추하며 성찰하지 않을 수 없다”며 “평생 민주화를 위해 저항하고 투쟁했던 분이었지만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 된 후에는 오직 실용·국익·통합의 원칙에 따라 국정을 운영했기에 지금까지도 후세에 큰 귀감이 되고 있다. 민주화 참칭세력이 득세하는 오늘날 진정한 민주화 지도자인 대통령이 더욱 그리워지기도 한다. 갈등 아닌 통합의 민주화, 과거 아닌 미래를 향한 민주화가 바로 김영삼 정신이라고 믿는다. 국민의힘은 그 뿌리를 올바르게 승계하고 더 발전시켜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금 정치가 있어야할 곳은 어디인지 생각해본다고 말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금 정치가 있어야할 곳은 어디인지 생각해본다고 말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야당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우 오지 않았다. 대신해 참석한 홍익표 원내대표는 “김영삼 대통령은 어느 상황에서도 민주주의와 국민을 포기하지 않았다. 가택연금, 살해 협박 속에서도 목숨이 끊어지지 않는 한 바른 길, 진리를 위한 길, 자유를 위한 길이라면 싸우다 쓰러질지언정 싸우겠다고 하셨다”며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군부독재 시절까지 직접 겪으며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정치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었다. 대도무문을 말하며 굳건히 나아간 김영삼 정신을 생각해 본다”고 소회했다. 아울러 “경기침체 장기화로 서민의 삶이 더 어려워졌다. 대통령은 정치 없는 곳에 민주주의는 없다고 말했다. 정치가 미래 아닌 과거를 향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되돌아본다. 지금 정치가 있어야할 곳은 어디인지 생각해본다. 김영삼 대통령의 삶과 정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 국민을 바라보며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며 경제와 민생 돌보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갈라진 대한민국 하나로 모으고 더 큰 대한민국 만드는데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야 지도부의 추모사를 경청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야 지도부의 추모사를 경청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나란히 앉아 대화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나란히 앉아 대화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YS에 대해 한 마리 백로의 울림에 빗대며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 됐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라는 성경 디모데 후서 4장 8절을 인용, 그의 정신을 추모하고 축원했다. 

“오늘 탄생한 정부는 국민의 헌신과 희생으로 이뤄졌다”라는 15대 대통령 취임 당시 생생한 육성과 함께 시작되는 추모영상에선 1927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미래 대통령을 꿈꾼 섬마을 소년부터 1951년 정계에 입문해 최연소 최다선을 기록하고 이후 민주화 대장정을 거쳐 6월항쟁을 승리로 이끌고 3당합당을 거쳐 군정을 종식하고 문민시대를 개막한 YS 일대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졌다. 대통령이 돼서도 소탈하게 칼국수를 먹고 격의 없이 국민을 대했던 모습과 퇴임 후 전 재산을 남김없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하는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평소 그가 좋아했다는 옛날의 금잔디 노래가 추모공연을 통해 울려 퍼진 뒤 헌화의 시간이 이어지는 동안 원로들 저마다 YS와의 추억을 떠올리는지 눈을 감고 상념에 젖는 듯했다. 
 

김현철 김영삼재단 이사장은 유족을 대표해 추모객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YS정신을 계승 발전시켜나가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현철 김영삼재단 이사장은 유족을 대표해 추모객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YS정신을 계승 발전시켜나가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김현철 김영삼기념재단 이사장은 유가족 인사를 통해 “김영삼 문민정부는 32년간의 기나긴 군정을 종식시키고 변화와 개혁, 신한국 창조의 가치를 높이 들고 출범했다. 문민정부는 군의 사조직인 하나회 청산과 금융실명제 등 혁명과 같은 개혁을 과감히 단행했고 세계화와 정보화를 포함한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기틀을 바로 세웠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앞에 힘들고 어려운 개혁 과제들이 또한 놓여져 있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무서운 용기와 결단으로 수많은 민주화와 개혁 조치를 과감히 조치했던 아버님의 과감한 리더십이 오늘 유난히도 그립다. 통합과 화합의 정신으로 망국적인 국민분열부터 막아야 할것”이라고 호소했다. 더불어 “언제나 국민을 사랑하고 항상 국민을 두려워했던 지도자, 국민과 함께 기도하고 아파했던 지도자, 저희 아버지 김영삼 대통령을 기억해주길 바라고, 평생을 바쳐 이루고자 했던 소중한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널리 알리고 계승,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항상 깊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해마다 잊지 않고 찾아오는 손학규 대표기 YS 묘역에서 헌화분향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해마다 잊지 않고 찾아오는 손학규 대표기 YS 묘역에서 헌화분향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국립현충원 헌병단이 조총을 쏘아 올린 것을 끝으로 8주기 추모식은 마무됐고, 유족과 주요 인사들은 YS 대통령 묘소로 이동해 헌화·분양과 함께 참배하는 시간을 가졌다. YS 묘역으로 가려면 산 중턱까지는 올라가야 했다. 단체버스를 타고 내린 뒤 오르막길을 오르는 백발의 원로들의 뒷모습이 YS 정신을 그리며 더욱 성큼성큼 힘을 내어 향해 갔다. 

한편,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자리를 옮기기에 앞서 <시사오늘>과의 대화에서 “김영삼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데 큰 공을 세운 분이다. 금융실명제를 다 기억하는데 군인이 다시 정치를 못하게 막은 분이고 유혈 없이 평화스러운 정권교체가 올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줬다. 너무나 고마운 분”이라고 말했다. 

분화와 헌화를 마친 김기현 대표는 YS 통합 정신을 묻는 질문에 “김영삼 대통령은 수많은 고초와 목숨까지 경각에 놓였을 만큼 위기를 겪으면서도 민주화를 쟁취한 주역이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두루 다 통합하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 초석이다. 그 정신을 잘 이어받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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