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블럼 교체에 힘주는 車업계…‘새 시대’ 채비, 르노코리아② [옛날신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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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블럼 교체에 힘주는 車업계…‘새 시대’ 채비, 르노코리아② [옛날신문보기]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4.04.18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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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5 출시로 등장한 태풍의 눈 엠블럼…경영 전반에 확산
‘삼성’ 떼고 홀로 서기…로장주 마크에 오로라 신차 새도약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사명 변경 및 엠블럼(로고) 교체를 통해 새출발에 나서고 있다.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실적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심산이 커 보인다. 최근엔 르노코리아가 프랑스 르노그룹의 로장주 엠블럼을 적용키로 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완성차 업체들의 사명 및 엠블럼 변경은 어떠한 효과를 안겨줄까. 〈옛날신문보기〉를 통해 과거 사례를 되짚어봤다. 2편은 르노코리아의 이야기다.

 

첫차 SM5 출시로 태어난 ‘태풍의 눈’…르노 인수로 본격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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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2월 5일 한겨레에 실린 '삼성차 상표 SM으로' 박스 기사.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갈무리

르노코리아의 엠블럼 역사는 전신 삼성자동차에서 처음 선보인 신차 SM5를 통해 시작된다. 

당시 삼성자동차는 비스듬히 누운 타원 안에 삼성 영문이 들어간 그룹사 CI를 그대로 사용했다. 하지만 차량에 부착하는 엠블럼만큼은 새롭게 디자인했다. 그 결과물이 1998년 신차 발표에 앞서 공표한 '태풍의 눈' 엠블럼이다. 삼성차는 유럽 명차 브랜드들을 벤치마킹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고자 했다.

삼성자동차는 4일 다음달 시판할 중형 승용차의 이름을 SM520과 SM525V로 정했다고 밝히고 엠블럼을 공개했다. 삼성자동차는 "SM은 SamsungMotor sedan을 표시하고 가운데5는 중형을 의미하며 뒤의 두자리는 배기량, 마지막 V는 V6엔진을 탑재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와 함께 독일 벤츠나 BMW 등 유럽의 명차처럼 은색 엠블럼을 부착해 품격과 중후함을 부각시키기로 했다.

1998년 2월 5일자 〈한겨레〉 삼성차 상표 SM으로

다만 첫 엠블럼을 단 SM5는 당시 외환위기 경제상황과 마주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SM5 출시 첫해인 1998년엔 4만1593대를 판매해 시장 안착을 이루는 듯 했다. 다만 이듬해인 1999년엔 경영난으로 인한 생산 중단을 겪으면서 6362대를 파는 데 그친다.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도 전에 고꾸라질 운명에 놓였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을 버티자 2000년 희소식이 찾아온다. 프랑스 르노그룹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면서, '르노삼성자동차'로 새 출발하게 된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굴지의 기업인 르노에 인수되면서 경영 상황은 빠르게 개선된다.

인수합병 과정에선 CI 결정을 두고 나름의 진통을 겪기도 한다. 지분 20%를 쥔 삼성카드·삼성캐피탈의 입김 때문이다. 결론적으론 삼성자동차 때 썼던 CI를 그대로 유지,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최대한 누리는 방향을 택했다. 같은 맥락에서 차량에 부착되는 엠블럼 역시 유지됐다.

르노는 최근 회사분위기 쇄신을 위해 심벌마크의 바탕색을 삼성의 고유색인 청색 대신 르노의 고유색인 회색으로 바꾸기로 했으나 삼성측이 강력하게 반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략)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심벌마크는 SM5차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각종 서류와 명함 등에 사용된다"며 세계적인 두 기업간의 발전적인 시각차이인 만큼 협의를 통해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00년 11월 1일자 〈연합뉴스〉 르노-삼성 심벌마크 바탕색 신경전

삼성과 르노의 브랜드 파워는 큰 시너지 효과를 낸다. 국내에서 절대적이었던 삼성그룹의 영향력을 지키면서도 르노의 유수한 역사와 기술력이 결합했으니 시장이 반길 만 했다. 국내 고객들은 물론 부산 지역 사회도 빠르게 안정화를 찾아가는 르노삼성차를 응원했다. 회사 역시 SM5 생산 재개에 나서면서 판매를 늘려갔다. 2000년 2만6862대를 시작으로 2001년 7만648대, 2002년 11만6793대를 판매하며 반등을 이룬다. 

 

10년 만에 기업 경영 전반에 뿌리내린 ‘태풍의 눈’…판매량도 꽃길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전경. ⓒ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당시의 부산공장 전경. ⓒ 르노코리아

지속적인 실적 증가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은 르노삼성은 2009년 '태풍의 눈' 엠블럼에 더욱 힘을 주기로 한다. 엠블럼을 차량 뿐 아니라 기업 활동 전방위로 확산해 시각이미지를 통합하는 작업에 나선 것이다.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를 정립하기 위한 조치였다. 

삼성그룹 마크를 완전히 지워내진 않았지만, 태풍의 눈 엠블럼이 르노삼성을 대표하는 로고로 자리잡게 되는 순간이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29일 태풍의 눈을 형상화해 자동차에 부착하고 있는 '다이나모' 엠블럼을 적극 부각하는 방식으로 회사 시각이미지(VI) 통합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중략) 종전에 크게 부각시켰던 삼성그룹의 타원형 마크와 '르노삼성자동차'란 회사이름 등은 영업점 간판에서 상대적으로 적게 노출시킨다는 방침이다. 

2009년 6월 29일자 〈한국경제〉 르노삼성 '태풍의 눈' 더 부각시킨다

이듬해인 2010년엔 뉴 SM5 출시효과가 더해지면서 전성기를 맞이한다. SM5는 상반기부터 판매 돌풍을 일으키며 흥행을 예고했다. 연간으론 7만7381대를 판매해낸다. 이에 힘입어 르노삼성의 전체 연 내수 판매량은 처음으로 15만 대를 넘어선다. 출범 10년 만에 일궈낸 최대 성과였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해 최대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판매도 국내 판매 15만5천696대, 수출 11만5천783대로 2009년에 비해 43% 늘었다. 특히 3세대 모델로 지난해 1월 새롭게 출시된 'SM5'와 2009년 7월 출시된 준중형 'SM3'가 효자 노릇을 톡톡이 했다. 각각 7만7천381대, 5만9천498대가 팔려 실적 성장을 견인한 것이다.

2011년 2월 1일자 〈내일신문〉 르노삼성,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태풍의 눈’에 가미된 르노 노란색…삼성마저 떼고 홀로 서기 발판 마련


SM6 TCe 300. ⓒ 르노코리아자동차
SM6 TCe 300. 본문과 무관. ⓒ 르노코리아

2015년 말 르노삼성은 파란색 삼성 컬러가 입혀졌던 전시장에 르노 브랜드의 노란색을 입혀나가기 시작한다. 2016년 중형세단 붐을 일으킨 SM6 출시를 앞두고 새로운 도약에 나서려는 의지의 일환이었다. 지분 구조가 얽혀있는 것만 제외하면 사실상 삼성과는 별개 회사였기에 르노의 수입차 이미지를 안고가는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신선함을 주기 충분했다.

(중략)르노삼성은 전시장에 노란색 테마를 입히고 있다. 노란색은 본사인 프랑스 르노 그룹 특유의 색이라 르노삼성의 정체성도 르노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중략) 전시장 새 단장과 함께 르노삼성은 판매와 애프터서비스에서도 내년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중대형 세단 탈리스만, 하반기에는 QM5의 뒤를 이을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를 출시한다. 

2015년 11월 11일자 〈한국일보〉 파란색과 아듀하고 노란색을 선택한 르노삼성

르노삼성은 브랜드 컬러 변경 전략을 내세운 직후인 2016년에 신차 SM6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쾌재를 부른다. SM6는 르노 본사와 르노삼성이 공동개발한 중형 세단으로, 유럽에선 한발 앞서 '탈리스만'이란 이름으로 판매됐다. SM6는 출시 첫해에만 5만7478대의 판매고를 올려 단숨에 중형세단 판매 2위에까지 오른다.

당시 SM6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고객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탈리스만으로도 향했다. 우연찮게 다이아몬드 꼴의 르노 로장주 엠블럼을 단 탈리스만과 태풍의 눈 로고를 단 SM6에 대한 이미지 비교가 이뤄진 것이다. 이때 엠블럼 교체를 요구하는 니즈가 생겨난다. 일부 고객들은 로장주 마크를 직접 공수해 SM6에 바꿔 달 정도였다. 이후 르노삼성이 해외에서 생산된 수입 OEM 모델들을 들여오면서 로장주 마크에 대한 관심은 더욱 늘어만 갔다. 

타원형의 르노삼성 엠블럼을 떼고 다이아몬드형의 르노 엠블럼으로 교체하는 'SM6' 차주들이 늘면서 자동차용품점들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중략) 사정이 이렇다 보니 르노삼성 영업사원도 엠블럼 교체를 희망하는 고객에게는 무상으로 엠블럼을 교체해주는 등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 1월 19일자 〈글로벌이코노믹〉 "SM6 엠블럼 '르노'로 교체해 드려요"

르노삼성은 SM6와 QM6 등의 베스트셀링 모델을 배출했음에도, 중형 외 차급 시장에서 이렇다 할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며 부진에 빠진다. 신차 기근으로 인한 어려움은 긴 시간 지속됐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르노코리아자동차(Renault Korea Motors, RKM)로 사명을 변경한다. ⓒ 르노코리아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2022년 3월 르노코리아자동차(Renault Korea Motors, RKM)로 사명을 변경한다. ⓒ 르노코리아

이러한 상황에서 르노삼성은 나름의 변화를 모색한다. 우선 사명 변경부터 시작했다. 마침 2021년 삼성카드가 지분을 내놓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홀로서기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2022년엔 사명에서 '삼성'을 떼어내고, '르노코리아자동차'로의 출발을 알린다. 엠블럼은 태풍의 눈을 2D로 재해석한 검정색 컬러의 로고로 변경한다. 르노 브랜드만을 오롯이 강조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소폭의 변화만으로는 신차 부재 벽을 넘지 못했다. 실적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침체기는 길어졌다.

 

신차 기근에 길어진 부진…신차 앞두고 로장주 도입해 새 시대 예고


르노성수에 전시된 르노코리아의 뉴 르노 아르카나
르노성수에 전시된 르노코리아의 뉴 르노 아르카나. ⓒ 르노코리아

올해 들어선 작심하고 대대적인 변화에 나선다. 오로라 프로젝트 첫 신차인 중형 하이브리드 SUV를 선보이는 만큼, 확실한 변화점을 주겠단 의지로 읽힌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은 4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르노코리아'로의 사명 변경과 로장주 엠블럼 채택 사실을 밝힌다. 그러면서 "르노가 제안하는 새로운 물결이 한국에 다다랐다"며 "이제 국내 고객들도 글로벌 르노 브랜드만의 차량과 서비스를 함께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략) 르노코리아는 3일 기존 사명인 ‘르노코리아자동차’를 르노코리아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공식 엠블럼도 ‘태풍의 눈’에서 다이아몬드 형상의 르노 공식 엠블럼 ‘로장주’로 교체한다. 르노코리아는 완성차 제조·판매사를 넘어 모빌리티 브랜드로 도약하고, 125년 역사의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 르노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2024년 4월 3일자 〈한겨레〉 ‘이건희 유산’ 태풍의 눈, 역사 속으로…르노코리아, 엠블럼 바꿔

사명에선 자동차마저 떼어내 완전히 '삼성, 자동차'를 지웠다. 방점은 엠블럼 교체에도 있다. 시장과 소비자들이 그토록 원하던 르노 로장주 엠블럼을 통용키로 한 것이다. 단종 예정인 SM6를 제외한 QM6와 아르카나(구 XM3)에는 로장주 엠블럼이 곧바로 적용된다. 

물론 신차가 출시되기 전까지 르노코리아의 보릿고개가 지속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엠블럼 교체 효과는 오로라1 신차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회사의 명운을 건 신차 및 엠블럼 교체 전략이 어떠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지는 계속 지켜봐야 하겠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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