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환의 최후진술(19)>국시는 무엇인가? 세 통의 회신(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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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환의 최후진술(19)>국시는 무엇인가? 세 통의 회신(上)
  • 유성환 자유기고가
  • 승인 2014.04.15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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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유성환 자유기고가)

6. 우리의 ‘국시’는 무엇인가

유성환 의원 사건 재판부에서 권영성(權寧星, 서울대 법대), 장을병(張乙炳, 성균관대 사회과학대), 한완상(韓完相, 서울대 사회과학대) 세 교수에게 조회한 내용에 대한 회신

(1) 국시의 일반적 개념 및 정의

권영성

① ‘국시’는 비법학적·비헌법학적 개념이므로, 종래 법학과 헌법학에서는 ‘국시’의 일반적 개념 또는 정의 문제가 학리적으로 논의된 일이 없을 뿐 아니라 그것이 논의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 ≪법률학사전≫(法文社, 1976 참조)이나 본인의 저서 ≪헌법학원론≫(法文社, 1986, 총 993면 참조) 등 헌법학 교과서에 ‘국시’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국시’라는 표현은 ≪정치학사전≫(法文社, 1975 참조)이나 ≪동아세계대백과사전≫ 30권 (東亞出版社, 1982~1984)에도 나타나 있지 아니한 희귀한 용어이다.

② 통속적인 정의에 의하면 ‘국시’란 ‘국민 전체가 옳다고 인정한 주의와 시정의 근본방침·확정되어 있는 한 나라의 방침’ (이희승 편, ≪국어대사전≫, 민중서림, 345면)이라 기술되어있다.

③ ‘국시’의 개념 내용 여하가 법학이나 헌법학 영역에서 논의될 이유가 없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민주국가에 있어서 국가적 이념이나 지표, 국가적 의사 형성과 국가적 질서 형성을 지배하는 지도 이념, 국가권력 발동의 조건과 국민의 행동 준비 등을 궁극적으로 국가의 최고 법규범인 헌법규범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고, 또 헌법규범의 형태로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것.

둘째, ‘국시’라는 개념을 사용하게 되면 ‘국시’가 마치 헌법보다 상위 규범인 것처럼, 또는 헌법과 동등한 규범인 것처럼 오해를 낳게 할 우려가 있고, 그러한 오해는 헌법의 최고 법규성과 모순될 뿐 아니라 헌법의 최고규범으로서의 권위를 결정적으로 손상하게 된다는 것.

셋째, ‘국시’는 그 유권적인 정립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또 그 내용이 주장자에 따라 각기 상이할 뿐 아니라, 시대의 추이에 따라 그 내용이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것이었다는 것, 그리고 ‘국시’의 내용에 관한 국민 전체의 합의 여부가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 없다는 것. 

▲ 모 소프라노 가수 은퇴식 때 막간연극(예수탄생)에서 동방박사의 역을 맡고 분장한 저자(서울 시민회관 1988)

넷째, 특히 법적 개념이 아닐뿐더러 추상적이고 막연한 내용의 ‘국시’라는 것을 형사처벌의 근거로 수용한다면, 그것은 법치주의는 물론 죄형법정주의의 정신을 근본적으로 유린하게 된다는 것.

장을병

 정인승, 양주동, 이숭녕 등이 펴낸 ≪한국어대사전≫(204면)을 보면 국시란 국민 전체가 옳다고 인정한 주의와 시정(施政)의 근본 방침, 확정되어 있는 한 나라의 방침, ‘state policy’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은 ‘국민 전체가 옳다고 인정하는 주의’라고 되어 있는데, 과연 한 사람의 반대도 없는 ‘국민 전체가 옳다고 인정하는 주의……’가 있을 수 있느냐는 데 있다. 따라서 국시란 ‘국민 전체가 옳다고 인정하는 주의’라고 규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합당할 것 같다. 그리고 ‘국민 전체가 옳다고 인정하는 주의와 시정 방침’이 국시라고 한다면, 국시는 무엇인가 실현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가치여야지, 부정적인 가치일 수는 없다. 말하자면 국시는 ‘자유’니 ‘평화’니 하는 등 실현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가치여야지 ‘불의(不義)’니 ‘억압’이니 하는 따위의 부정적인 가치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한완상

‘국시’란 한 나라의 주인인 국민 전체가 옳다(是)고 인정하는 국가의 기본 방침을 뜻한다. 좀 더 이 개념의 뜻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국시 개념의 주요 성격을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① 국민의 절대다수가 정당하다고 인정하는 주의나 정책이다. 여기서 국시는 국민의 절대 다수 또는 전체의 자발적 동의와 합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므로 특정 집단이나 계급의 주의나 정책과 뚜렷하게 구별된다(≪한국어대사전≫의 정의가 이 점을 잘 지적한다).

② 국가 정책들의 기본과 기초를 뜻한다. 그렇기에 국시는 상대적으로 지엽적인 다른 국가 정책들과 구별된다. (≪새 우리말 큰 사전≫의 정의가 이 점을 지적한다).

③ 국가가 나아가야 할 궁극적 목표를 뜻한다. 그렇기에 여러 국가 지표들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궁극적 지표와 목표가 국시가 되는 셈이다. 이런 뜻에서 국시는 수단적 가치를 지니는 여러 정책이나 지표와 구별된다고 하겠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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