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행정가' 한계 극복하고 대권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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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행정가' 한계 극복하고 대권 잡을까?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06.10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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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미래…행정가형 조순 고건 or 정치가형 이명박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 고건 전 서울시장 ⓒ 시사오늘

2007년 1월. 17대 대선을 앞두고 대권 주자 1위로 떠오른 사람은 다름아닌 고건 전 시장이었다. 고 전 시장은 당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뛰어 넘고 대권 주자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고 전 시장은 돌연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정치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고 전 시장은 지난해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불출마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의원들에게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대안 정당을 만들자고 했는데 호응이 미약했다. (열린우리당의) 법통을 계승하는 정도로 가자는 식으로 의원들이 받아들였는데, 그러면 필패라고 봤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고질적 문제를 타파하지 않으면 패배할 것이라는 판단에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고 전 시장은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정치가 아니냐는 질문엔 이렇게 답했다.

“난 호남 출신이다. 천시(天時)와 지리(地利) 중 '지리'는 없는 사람이다. 그러면 천시가 맞아야 되는데 그 때 천시도 안 맞았다.”

천시는 천운을 뜻하고 지리는 지지세력을 뜻한다. 지지세력이 없기 때문에 운이 따라줘야 하는데, 그 때 운도 안 좋았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 말인 즉 지지기반이 없어 패배의 가능성이 너무 컸기 때문에 출마를 포기한 것이다.

서울시장 조순-고건-이명박-오세훈-박원순…모두 '대권 주자' 반열에 올라

서울시장은 차기 대권 주자 0순위로 거론된다.

서울시장을 역임하면서 인지도가 급상승되는 점과 대한민국의 수도를 관리한 경험이 가장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서울시장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차기 대권 후보로 늘 거론돼 왔다.

서울시장에서 대권 주자로 떠오른 사례를 보면 두가지로 나뉜다. ‘행정가형(型)’과 ‘정치가형(型)’이다.

정치계에 몸담지 않고 서울시를 운영하는 행정가형은 조순 전 시장과 앞서 말한 고건 전 시장이 있었다. 반면 정치 활동을 해오다가 서울시장이 된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 같은 정치가형이 있다.

이 둘의 행보는 극명하게 갈린다. 행정가형은 대권 주자로 떠오르긴 했지만 바람에 그쳤고, 정치가형은 바람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까지 당선된 사례가 있다. 정치가 형 서울시장들 중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으로 자진 사퇴를 한 바 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에서 대권 코스를 밟아 무난히 당선됐다. 

행정가형인 조순, 고건 전 시장이 대통령 후보까지 가지 못하고 대권 주자에만 그쳐야 했던 이유는 패배가능성 때문이다. 행정가형은 패배 가능성을 감수하고서라도 대통령으로서 승부수를 거는 면모를 보이지 않았다. 조순 전 시장도 1997년 대선 주자로 이름을 올렸으나 지지율 열세로 나오자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와 단일화를 했다.

앞서 고건 전 시장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실패 가능성이 보이면 중도하차해 포기했다.

하지만 정치가형은 다르다. 여당 내 중진 의원은 최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정치인이라면 한 번쯤 큰 꿈을 꾼다”고 언급했다. 큰 꿈이란 대통령이다. 정치인들은 한 번쯤 대통령을 꿈꾸며 기회가 왔을 때 승부수를 과감하게 던지기도 한다. 만약 그것이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기회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 역임 후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 뛰어들었다. 상대는 박근혜 대표였다. 당시에도 당 내 주류 계파에 속했던 친박계가 버티고 있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과감하게 경선에 참가하는 등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 승리, 대통령 후보가 된 이명박은 대통령 선거에 나갔고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 (왼)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른)박원순 서울시장 ⓒ 뉴시스

박원순, 행정가형 한계 넘을 수 있나

행정가형이 대통령으로 발돋움하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세력을 만들기 힘들다는 점이다. 대권주자로 떠올라도 당 내 경선을 통과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당 내 경선을 통과하기 위해선 지지기반이 필수다. 하지만 행정가형은 지지기반을 만들기 어려운 조건일뿐더러 만드는 요령도 정치인에 비해 노련하지 못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차기 대권 후보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일보와 코리아리서치가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시장은 17.5%를 얻어 차기 대권 주자로 우뚝 섰다. 그 뒤를 문재인 의원이 13.6%를, 안철수 대표가 12.2%를 기록하며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행정가형에 속한다. 때문에 박원순 시장에게 대권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전례로 볼 때 쉽지만은 않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는 1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 후보로 박원순 시장이 부각됐다”면서 “대권주자로 떠오른 것은 일종의 컨벤션 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강 대표는 “아직 대선이 3년 반이 남았기 때문에 주자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 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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