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부터 문재인까지…정치인의 단식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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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부터 문재인까지…정치인의 단식史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4.08.26 16: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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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단식, 민주화 기폭제
일각선 새정치 단식은 ´조력 차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26일 8일차를 맞은 세월호 특별법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의 단식이 화제다. 앞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김영오 씨는 40일 넘는 단식을 하다 병원으로 실려 갔다.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속속 동조단식에 들어가며 사회적 현상으로 번지는 추세다. <시사오늘>이 한국정치의 단식사를 되돌아봤다.

   
▲ 23일간 전두환 정권에 맞서 단식한 김영삼(YS)전 대통령 ⓒ시사오늘(사진제공 김영삼)

단식(斷食)은 정치인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도 높은 항의로 알려졌다. 간혹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의 할복(割腹)이나 김선동 전 의원의 최루탄 사건 같은 예외도 있긴 하지만, 비폭력적이면서도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높은 수위의 투쟁인 단식은 보통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가장 먼저 단식투쟁으로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은 1983년 김영삼(YS) 전 대통령이다.

YS는 광주민주항쟁 3주년을 맞은 1983년 5월 18일, ‘단식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단식에 들어갔다. 성명서를 통해 YS는 “나의 단식은 민주정치의 확립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나마 시급히 강구되어야 한다는 정치적 요구의 표시”라며 “앞으로 우리가 전개해야 할 민주투쟁은 생명을 건 투쟁이어야 하며, 생명을 건 투쟁만이 민주화를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여러분께 알리면서 나의 투쟁결의를 굳건히 다지기 위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YS와 함께 그의 측근들도 동조단식에 들어가며 지지를 보냈다.

YS 단식 8일째 병원으로 강제 이송됐고 며칠 뒤 전두환 정권에서 회유에 나서기도 했다. 단식 12일차에 병원을 찾아 연금이 해제됐으니 단식을 멈추고 해외로 나갈 것을 권유하는 민정당 권익현 사무총장에게 YS가 “나를 시체로 만들어 해외로 부치면 된다”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YS의 단식은 23일이나 이어졌고 결국 민주화 투쟁의 기폭제가 되며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1990년 단식 투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였던 DJ는 지방자치제 실시와 여권의 내각제 포기를 요구하며 13일간 단식농성을 벌였다. 지방자치제 실시는 사실상 DJ의 공로가 컸다는 것이 정계의 중론이다.

비교적 근래에는 통합진보당 강기갑 전 의원이 단식으로 주목받았다. 강 전 의원은 2000년대 초반부터 쌀 개방에 반대하며 수 차례에 걸쳐 단식을 감행했다. 2012년 9월에는 통합진보당 분열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과 소금까지 끊는 단식을 강행, 3일 만에 건강이 악화돼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물론 과거 YS, DJ가 했던 단식투쟁과 문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단식은 차이점도 많다. YS와 DJ는 자신들이 생각한 정치적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한 최후보루로 삼았고, 문 의원 등은 세월호 유가족의 상징적인 존재인 김영오 씨와의 ‘동조단식’을 통해 정치적인 포지션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 정계의 시선이다. 정계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이 대승적인 차원보다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잦은 단식을 해온 탓에 사회에서 '정치쇼'로 보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 세월호 특별법 관련 동조단식중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뉴시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과거 YS나 DJ는 민주화, 또는 지방자치제 등 국가의 미래를 위한 대승적인 단식이었지만, 이번 (문 의원 등의)단식은 도움을 주겠다는 조력자적 성격을 띄고 있는 것 같다”며 “단식이 여전히 폭력성이 없는 일종의 정치적 최종수단임엔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사회적으로 과거만큼 큰 관심이나 호응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YS의 최측근이었던 상도동계의 한 원로는 이날 통화에서 "(사실 이번 문 의원 등의 단식은)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화와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당시엔 국법질서가 무너지고 정부의 무리한 탄압이 횡행하던 암흑기여서 선택할 수 있는 투쟁의 수단도 적었다"고 회고했다.

한편 정치인의 최장시간 단식 기록은 2007년 7월 당시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이 가지고 있다. 현 의원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27일간 단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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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법 2014-08-31 22:05:49
5공시절 암울한 정치 상황에서 언론이나 국민과 대화조차 할 수 없었던 YS가 단식성명조차 밝힐 수 없어 성명서를 부인이 시장가는 길에 외신에 알리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전두환정권과 싸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후 정치인들이 YS 흉내를 많이 내지만 YS처럼 진정성을 가지고 가치 있는 명분을 위해 목숨을 던져 단식한 경우는 없다. 문제인의 단식은 어떤 문제가 있는지조차 모르겠다.